
- 자강파, “한솥밥 먹은 사이인데…” 통합파, “사정 이해하지만…”
바른정당의 분당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작년 12월 새누리당에서 탈당해 1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은 20명 의원이지만 자강파와 통합파간 간극은 더 벌어지는 모습이다. ‘자강파’ 수장인 유승민 의원과 ‘통합파’ 수장인 김무성 의원 간 불신의 벽이 너무 커 사실상 분당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제 ‘시점’만 남은 게 아니냐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11월13일로 예정된 바른정당 전당대회 전 통합파의 탈당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사실상 자강파 후보들만 참여 뜻을 밝히고 있는 전당대회에 통합파가 참여하기도 어색한 상황에서 전대를 연기하지 않을 경우 당을 그 전에 떠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11월1일 통합.자강파 1차 의총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자강파 유승민 의원은 “전대는 늦출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15억 돈’보다
‘개인 권력욕’ 앞세워
이에 통합파 ‘대변 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탈당 규모관련 “확실하게 탈당하는 의원은 일곱 명”이라며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을 포함해 김무성, 강길부, 김영우, 김용태, 이종구, 정양석, 홍철호 의원이 우선적으로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 셈이다. 그런데 통합파의 탈당 결행까지는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11월15일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4분기 경상보조금 지급일로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유지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정당보조금이 크게 달라진다.
통상 국고보조금은 국가가 정당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해 주는 것으로 매년 지급하는 정당보조금(경상보조금)과 공직선거가 있을 당시 지급하는 선거보조금으로 나뉜다. 경상보조금 배분은 지급 당시 기준으로 교섭단체(20석이상)를 대상으로 총액의 50%를 균등하게 배분하고,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총액의 5%씩을 지급한다.
잔여분 가운데 절반은 지급 당시 국회 의석을 가진 정당에 의석수 비율에 따라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은 20대 총선 득표수 비율에 따라 배분한다. 선관위는 분기별로 2월, 5월, 8월, 11월마다 15일에 국고보조금을 정당에 지급한다. 이에 따라 2017년 3분기인 8월15일에는 경상보조금 105억2600여만 원 중 더불어민주당은 30억8300만 원, 한국당 31억4100만 원, 국민의당 21억 7100만 원, 바른정당은 14억7800만 원을 수령했다.
11월에도 바른정당 경상보조금은 14억7600만 원인데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할 경우 5억9800만 원으로 확 줄어든다. 이에 자강파에서는 “1년간 한솥밥을 먹은 사인인데 보조금은 받게 해달라”고 김무성 의원 등 통합파에 읍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나 김무성 의원은 바른정당이 1월 여의도 당사를 임대할 당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자칫하면 당사도 내줘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맞을 수 있다.
통합파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마당에 ‘남은 사람이라도 거리에 나앉게 하지 말자’는 온정적인 반응부터 ‘헤어질 거면 확실하게 갈라서자’는 강경파로 나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까지 임대하는 데 도움을 준 김무성 의원은 전자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당보조금이 소폭이지만 오를 수 있는 한국당 입장에서는 반대 입장이다. 한국당 한 고위인사는 “내년 지방선거라는 전장에서 15억여 원의 돈이 경쟁자 실탄으로 쓰일 게 명약관화하다”며 “복당할거면 15일 전에 탈당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통합파 입장에서는 ‘전대 연기’를 통해 시간을 벌어 한국당에 복당하는 의원 수를 더 늘려보자는 의도이고 유 의원은 “분당을 피하기 위해 전대를 연기하자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새로 선출될 지도부가 통합 논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단정 짓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유 의원은 ‘돈’도 중요하지만 ‘명분’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분당 위기 속에 또 다른 변수는 ‘통합전당대회’ 안이다. 현재 남경필 경기지사가 총대를 메고 ‘보수 통합’을 위한 제3의 방식으로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전대’를 제안했다. 남 지사 측은 “통합도 좋고 자강도 좋은데 20명의 의원이 분열된 상황에서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일단 우리가 뭉쳐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남 지사는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김무성 의원까지 20명의 의원을 일일이 만나 ‘통합전대의 필요성’을 일일이 설득했다.
남 지사 측은 “유승민 의원과 지상욱 의원을 제외한 18명의 의원들이 통합을 위한 전대에 공감의 뜻을 표했다”며 “모두가 동의한다면 자연스럽게 전대가 연기되고 한국당 홍준표 대표까지 동의해 준다면 진정한 보수통합이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탈당파 8명이냐 18명이냐
洪, 통합전대 수용 변수
이어 남 지사 측은 “홍 대표도 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든 출당이든 제명이든 할 수 있지만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한 출당은 친박이 다수인 의총에서 결정되는 만큼 무산될 수 있다”며 “어차피 대표직을 걸고 친박 청산작업을 하는 만큼 실패할 경우 직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라리 통합전대를 받고 바른정당 다수 의원들과 함께 전대를 개최한 후 친박 청산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 측은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반응이다. 홍 대표는 “바른전당 전대전 보수대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나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 인사에 대한 출당 조치를 감행하면서 ‘대표 흔들기’도 심해지는 양상이다. 이에 홍 대표 측근은 “한 달 전이면 몰라도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홍 대표가 통합 전대를 받는 순간 친박계의 집중포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출했다. 이래저래 보수 대통합은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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