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때 저로인해 충격 받았던 분들께 사과”
“지난 대선때 저로인해 충격 받았던 분들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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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3-08-14 09:00
  • 승인 2003.08.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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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 물꼬트기 위한 비상수단이었지만 부작용 경시민주당 중심으로 기타세력 포함되는 통합적 정치세력 구상지난해 대선 때 대선후보 단일화를 위해 뛰었던 김민석 전의원이 본지에 기고문을 보내왔다. ‘현정국과 관련하여 바라본 후보단일화의 재평가와 개인적 소회’라는 제목의 기고문은 후보단일화의 교훈과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위한 원칙을 제시했다.<편집자 주>대선 후 8개월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저로 인해 충격을 받았던 분들께 깊이 사과 드리면서, 단일화문제 및 현정국에 대한 평가, 개인적 소회를 말씀드립니다.

‘변화의 열망’과 ‘후보단일화’는 평화개혁세력의 대선승리를 이끈 쌍두마차이며, 둘 중 한 가지만 없어도 승리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현국정 불안은 이 교훈을 망각한데서 온 것입니다. 대선 당시 두 번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노후보측이 단일화를 거부하고, 한나라당 대세론이 위세를 떨치던 시기로서, 노후보측이 단일화논의를 수용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막판지지철회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노후보가 불씨를 던지고 정동영 의원 등이 기름을 붓고 정몽준 의원이 폭발시켜버린 정치적 폭발사고로서, 독단적인 지지철회 결정을 한 정몽준 의원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경솔하게 ‘고의적 물먹이기’를 한 노후보에게도 원인제공 책임이 있습니다.

이 두 번째 위기는 100% 국민의 힘으로 극복됐고, 이 때도 후보단일화가 기초환경을 제공했습니다. 이 두 번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교훈은, 분열주의가 위기를 초래했고, 통합과 햇볕대연합(햇볕정책을 지향하는 중도개혁세력의 대연합)노선이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입니다.현재 국정은 대선 당시처럼, 주도세력의 편협한 분열주의적 태도로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국정주도세력은 분열주의적 신당론으로 민주당의 내분을 격화시키고, 특검을 수용하는 등, 국정운영의 기반으로 삼았어야 할 햇볕대연합의 명분과 토대를 약화시켰습니다. 햇볕정책에 대한 찬반여부보다는, 과거 연고만을 중시하는 잘못된 ‘패거리식 코드정치’에 빠져 ‘분열주의’와 ‘새로운 지역주의’의 불씨를 낳았습니다. 12월 19일 새벽 투표개시 직전에도 ‘공조유효’를 선언하며 지지를 호소한 사실을 망각하고, 당내의 단일화론자를 배척하며, ‘단일화 이전의 정몽준 지지층’에게는 감사인사조차 않는 등, ‘편협한 정치’로 일관했습니다. 편협한 정치가 지지층 분열, 중간층 외면, 반대층 결집, 국정 위기를 초래한 1차원인입니다. ‘미숙한 국정운영’은 국정 위기의 2차적 원인입니다.

국정성공을 위해 국정주도세력에 필요한 원칙을 제시한다면, 1) 잘못된 코드정치 청산 및 폭넓고 세련된 정치를 향한 일대쇄신 2) 햇볕대연합을 국정기본노선으로 정립 3)북핵 평화적 해결을 국정최고과제로, 흐트러진 남북관계 복구 4) ‘경제최우선 원칙’확립과 경제 철학 제시 및 경제팀에 자율권부여 5) 개혁의 우선순위와 프로그램 제시 6) 유능하고 신중한 인사로 국정운영의 핵심참모진 재구성 7) 과감한 탕평인사 8) 실질적인 책임총리에게 내정 최대위임 9) 신당논란 조속 마무리 10) 언론과의 과도한 갈등 조기 종식 등입니다.지난 대선에서 저의 행동은 민주당과 노후보가 싫어서가 아닌, 승패의 갈림길에서, 후보단일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선택한 비상수단이었고, 상당한 용기와 투지,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2차협상성사와 여론조사강행 등, 단일화 성사에 있어 제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지철회사건 전후의 절망은 참으로 형언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지난 8개월간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제 생각에만 매몰되어 많은 것을 놓쳤습니다.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집념에만 사로잡혀, 제 행동이 가져올 충격과 부작용을 경시하고 주변과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데 소홀했습니다. 자기과신, 국민의 힘에 대한 경시, 안이한 낙관, 급할수록 철저히 준비하는 지혜와 경험의 부족이 저의 한계였습니다. 양측의 통합문제를 미리 좀 더 진전시켰다면 지지철회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저는 대선 이후에 민주당을 중심으로 국민통합21, 개혁당, 기타 세력이 포함되는 큰 통합적 정치세력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노대통령 등 모든 민주당 당원들께 사과를, 정몽준 의원과 대선 당시 정몽준 지지층에는 위로를 드립니다. 저는 그 동안 고뇌와 번민의 시간을 가졌으나, 지금은 주어진 시간에 감사합니다. 이제 승승장구하던 ‘과거의 김민석’이 아니라, 떨어지고 비난받고 깨어지면서 변화된 ‘새로운 김민석’으로 다시 일어나 걷고 싶습니다.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국민여러분께 다시 한 번 도와주십시오 하고 청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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