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서병수·이호철 경남고 출신의 엇갈린 운명
문재인·서병수·이호철 경남고 출신의 엇갈린 운명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7-10-21 00:27
  • 승인 2017.10.21 00:27
  • 호수 1225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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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시장 등 정치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문재인정부 들어 경남고등학교 출신 인사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경남고는 우리나라 지방의 대표적 명문 중 하나다. 대통령을 두 명이나 배출한 전무후무한 기록도 있다. 바로 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고 출신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남고는 대통령을 비롯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3부요인을 모두 배출했다. 우리나라에서 3부요인을 모두 배출한 학교는 경남고 외에 경기고등학교와 경북고등학교뿐이다. 학연과 지연이 성공의 주요 요소로 작용했던 만큼 경남고 출신 인사들은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운명은 제각각이었다.
 
영화제 격려하러 온 문재인, 조직위원장 사임한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판론 급부상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문 대통령의 영화제 방문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었던 만큼 큰 화제가 됐다. 야당으로부터 ‘쇼통’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문 대통령의 소통 능력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최고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자격으로, 2015년 10월1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자격으로 영화제 개막식에 각각 참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영화제 개막 직전에 준비상황 점검차 부산을 방문한 바 있지만 영화제 참석은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영화제를 찾아 영화를 관람한 뒤 관람객들과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최근 2~3년 간 많이 침체한 게 매우 가슴이 아파서 힘내라고 격려하는 마음으로 영화제에 왔다”고 말했다.

또 부산의 한 중식당에서 영화 전공 대학생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는 “부산영화제는 자랑스러운 부산시민과 국민들의 영화제이고 모두 자부심 가진 국제영화제로, 세계 5대 영화제이고 아시아 대표 영화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영화제가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자랑스러운 모습 되찾도록 격려하기 위해 영화제를 찾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적 이유로 부산영화제 위상이 추락해 많은 영화인들이 외면하고 있다. 이제 시민들과 영화인들이 다시 마음을 모아 영화제를 되살려야 한다”며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 초기 영화제 원칙인 지원하되 간섭은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지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서병수 부산시장
영화제 탄압 책임론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하면서 영화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고조됐다. 비록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여론이 많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서병수 부산시장이 경남고 동기동창생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엇갈린 운명이 화제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영화제를 찾아 부활의 힘을 실어 줬다면 서 시장은 영화제 파탄의 책임자로 지목받는 처지다. 서 시장은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지난해에는 영화단체연대회의로부터 “서병수 부산시장의 영화제 운영 개입 중단”을 요구받기도 했다.

영화단체연대회의에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가 소속돼 있다.

지난 1월에는 부산국제영화제를지키는시민문화연대로부터 ‘다이빙벨’ 상영으로 인한 부산국제영화제 탄압의 책임을 물어 서병수 부산시장과 당시 문화관광체육국 실무를 맡았던 국장급 인사 2명 등과함께 검찰에 고발당했다.

당시 시민문화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서 시장은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다이빙벨’ 상영 금지를 요구했으며, 이후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며 “담당 국장들은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이후 국고 지원의 삭감 등으로 압박했다”고 밝혔다.

또 “이같은 탄압으로 인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국제적으로 이미지가 실추됐고, 지난해 영화제는 일부 영화인들만 참여하는 반쪽짜리 영화제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서 시장은 지난 2월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직을 사임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술적 영역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려고 노력해 왔으나 시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음으로써 독립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비춰져 조직위원장직을 민간에게 넘기기로 했다”고 밝히고 “지난 20년간 시장이 맡아 온 조직위원장을 금년부터 민간 조직위원장이 맡아서 자율적인 환경에서 새로운 20년을 준비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철’ 이호철
부산시장 후보 등판론

 
경남고 출신의 또 다른 인물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삼철’ 중 한 명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이 전 수석은 자타 공인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을 만들어낸 1등 공신이다. 그만큼 정권의 핵심 실세라는 얘기다. 당초 문재인정부 집권 후 활약이 기대됐으나 ‘3철’은 한발 뒤로 물러섰다.

그런 그가 내년으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당초 여권 부산시장 후보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이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불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이 전 수석의 부산시장 후보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회자됐다는 후문이다.

만약 이 전 수석이 부산시장 선거에 등판한다면 여당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실세 중의 실세가 등장하는 만큼 부산을 뜨겁게 달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친노 친문이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더 강력한 여당을 만들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노컷뉴스는 지난 18일 <부산 여권서 ‘이호철 등판론’ 확산…시장 선거 ‘태풍의 눈’ 부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부산 여권에서 내년 부산시장 후보로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판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노무현 재단과 문팬 등 서울과 부산지역 대표적인 친노, 친문 인사들도 이 전수석의 등판에 한 목소리로 지지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며 “서울지역에서는 지난 10일 명계남, 문성근, 노혜경, 이상호, 황희완 등 노사모 핵심인사가 간담회를 갖고 이호철 전 수석의 부산시장 출마에 대해 적극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도 보도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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