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차기를 노리는 대권주자들에게는 귀가 솔깃한 말로 내년 총선이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수 도 있다는 해석이다. 이를 두고 한 정치권 인사는 “최 대표가 민주당의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동영, 추미애 의원 등에 필적할 만한 상대를 찾기 위해 고심 중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의 차기주자들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 가운데 관심을 끌고 있는 인물은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 지사.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사업 등 굵직한 사업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 덜했던 손 지사도 최근 외국방문 등을 통해 굵직한 인물들과 회담을 갖고 외교적인 성과를 가져오는 등 국제적인 인물로 거듭나며 급부상하고 있다. 손 지사의 미국과 유럽 방문은 경기도의 외자유치와 관련된 경제활동이 주목적이었고 나름의 성과를 가지고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손 지사의 미국에서의 행보는 눈길을 끌었다. 손 지사는 미국에서 미 정부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 주한미군 재배치와 북한 핵문제 등 양측의 관심사에 대해 집중 논의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현안 해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 손 지사는 피터 로드먼 미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 제임스 켈리 미국무부 아·태 담당 차관보, 크리스토퍼 라플러 동북아 안보특사 등을 만나 북핵문제와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손 지사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도지사로서 너무 앞서 나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 것. 경기도내 미군 재배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 협의를 갖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이라지만, 북핵문제 등 현안문제를 거론한 것은 도지사로서 너무 앞서갔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손 지사 측은 “미국의 요청이 강해서 만났고 주한 미군 2사단의 재배치 문제는 경기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그들을 만나 경기도의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도 의회의 L의원은 “한나라당 출신의 의원들 중 일부에서도 지자체장으로서 ‘도’를 조금 넘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북핵문제는 경기도지사가 만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고 전했다.그는 또 “도내 일부에서는 잦은 행사에 대한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손 지사의 행보를 추켜세운 의원들도 많았다. 무소속의 오병익 의원은 “경기도의 민감한 사안인 주한 미군 재배치 문제를 언급한 것은 물론 북핵문제를 거론한 것 역시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며 “오죽하면 ‘손 지사가 직접 나서야 했을까’라는 점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우회적으로 현정부를 비판했다. 오 의원은 또 “손 지사의 행보를 비난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며 오히려 그의 당당한 행보에 박수를 보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모 의원도 “경기도지사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보다”면서 “그런 해석은 너무 억측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지사의 행보가 대권행보로 비쳐지고 있는 것은 주변 인사들의 과잉충성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도의원은 “손 지사는 대권과 관련해서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과잉충성하는 일부 측근들이 손 지사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사견임을 전제로 “한나라당 경기도 정서가 손 지사로 모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도의원들도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60%이상 결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대권도전은 전국라인을 구축해야 승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차기는 힘들다고 보며 오히려 한 번 더 도지사를 하는 것이 더 이로울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경기도 한 도의원은 “도의원들이 말은 아끼지만 최근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 공사문제가 화두로 된 적이 있는데 이때 모 의원은 이 시장이 하고 있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경기도 지사도 뭔가 큰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돌았었다”고 말했다. 이는 손 지사의 핵심사업인 영어마을이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사업에 비해 국민적 관심도 다소 떨어진다는 것. 그러나 정작 손 지사측은 “대선은 아직 멀었고, 지금은 도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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