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두사미’ 전락한 민주당 TK 특위… 예산 삭감되자 “노력하겠다” 말만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3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설치·구성안을 의결, 사고당부(위원장이 공석인 시도당) 및 사고지역위(위원장이 공석인 지역위) 정비에 나섰다.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해 본격적으로 조직 정비에 속도를 내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조강특위 ‘단수 추천’,
‘TK 특별 관리’ 들어갔지만…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지난 6일 최고위원회가 의결한 조직강화특위(조강특위) 명단을 확정했다. 또한 시·도당 위원장의 선출 방법도 ‘원안대로’ 확정되면서 민주당 시·도당 위원장은 해당 시·도당 상무위원회에서 선출하게 됐다.
다만 당세가 취약한 지역의 경우 조강특위에서 단수 추천, 최고위에서 임명하게 된다. 이는 서울·충북·경남은 해당 지역 상무위원회에서 위원장을 선출하고 대구·경북은 조강특위에서 단수 추천한 뒤 최고위에서 임명하는 ‘특별관리’를 받게 됐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대구·경북의 경우 마땅한 신임 시·도당 위원장 추천 인사나 희망자가 없어 공석이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경북의 경우 오중기 전 도당위원장이 지난달 초 청와대 정책실 소속 균형발전선임행정관에 임명되면서 도당위원장의 공석은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현역 국회의원이 두 명이나 있는 대구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임대윤 시당위원장이 최근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아 위원장 공석 사태가 발생했고 최근엔 극심한 계파 갈등까지 표출됐다.
실제로 민주당은 최근 최고위원회에서 신임 위원장 선출안이 논의됐으나 일부 최고위원이 “5개월 뒤면 임대윤 위원장이 복귀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시당위원장 두 명이 돼 충돌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반대하는 등 계파 간 의견이 모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인사들은 ‘진보 정당 불모지’라는 상징성 때문에라도 대구시당은 우선 시당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자고 주장했지만 이마저도 마땅한 인사가 없어 시당 운영체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현재 TK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의락 국회의원을 신임 시당위원장에 임명하고자 했으나 홍 의원 측에서 TK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시당위원장 겸직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전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시·도당 위원장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셨던 인물 등이 재도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지만 계파 갈등이 극에 다한 대구·경북 시·도당 지역에서 위원장직에 공모한 후보자가 계파 갈등에서 자유로운 중립적인 인물이란 보장은 없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조강특위에서 누구를 단수 추천하더라도 일부의 반발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심지어 일부 당원들은 대구시당의 사고당 결정 자체에 반발하며 위원장 공모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출마 안 하겠다는데...
계속되는 ‘김부겸 차출설’ 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부에선 거물급 정치인 차출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계속되는 대구 시당의 자중지란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구 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김 장관이 나서서 상황을 한 번에 정리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김부겸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돼 지역구와 지역현안에 신경을 쓸 수 없는 처지다. 선거관리 총책임자인 김 장관이 특정지역과 정당의 선거 작업에 관여할 경우 현행법에 저촉될 수 있어 대구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당원으로서의 김 장관의 역할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김 장관은 이미 “내년에 대구시장 출마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지난달 2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대구에서 제가 국회의원을 어렵게 됐지 않나. 그런데 2년 만에 시민들이 보시기에 또 사표를 내고 자기 정치적 이익만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행정안전부는 선거를 관리해야 되는 주무부처다. 심판 노릇을 해야 될 제가 스스로 (대구시장 선거에 나서 시장이) 되겠다는 것은 그건 국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계속 부인을 했는데도 자꾸 그렇게 말을 하니 참 난감하다. 그래서 요즘 오해받을까 싶어 대구 근처에도 자주 못 간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장관이 ‘불출마’에 못을 박았음에도 민주당 내부에서 하마평이 계속되는 데는 그만큼 대구시당이 위태롭다는 점과 민주당이 경북은 사실상 힘들다는 판단 아래 대구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정치권은 분석한다.
실제로 민주당이 영남권 입성에 성공하려면 그 첫 교두보는 경북보다 대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실시된 경북도지사 여·야 후보군 10명을 대상으로 한 적합도 조사 결과 자유한국당 이철우 국회의원 적합도가 13.0%로 가장 높았고 민주당 오중기 전 도당위원장이 10.1%로 그 뒤를 이었다.
두 후보군의 적합도 격차가 3% 내외에 불과하며 향후 출마 후보가 정리되는 시점에 적합도의 많은 변화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경북에서 민주당 도지사의 탄생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다.
지난 4·12 재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선전하며 경북 상주·의성·청송·군위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박근혜의 입’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친박계 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승리를 거머쥔 사실만 보더라도 경북에서 한국당의 입김은 여전함을 알 수 있다.
당시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인 만큼 김 의원의 당선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추측을 내놓았음에도 김 의원은 46.02%(4만6022표)를 획득해 2위 무소속 성윤환 후보(28.72%, 2만 7,819표)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반면 대구시장 적합도 여론조사에선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27.2%로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권영진 대구시장(22.3%)보다 4.9%P 앞서는 결과가 이미 나온 바 있다. 만약 김 장관이 대구 시장에 전격 출마를 결정하고, 여기에 바른정당과의 3파전 구도까지 형성된다면 민주당의 TK 입성도 꿈만은 아닌 게 사실이다.
민주당 TK 특별위원회,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 같은 기대와는 달리 대구 지역 정가에선 김 장관이 출마하더라도 승리할 가능성이 최근 들어 다소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대구·경북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지역 현안을 적극 챙기겠다고 호언했음에도 대구·경북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에 대구 지역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나 정부안이 확정된 이후 국회에서 증액할 수 있는 예산은 매우 제한적이기에 민주당 TK 특위 측이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에 지역 주민들이 크게 실망했다는 지적이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 TK 특위 측은 지역의 SOC 예산이 대폭 축소된 것을 지역 언론지의 보도를 보고서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지난 8월 24일 2차 회의에선 중앙부처에서 대폭 삭감된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과 관련한 안건이 논의의 테이블에조차 오르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날 회의에는 TK 특위 22명의 회원 중 8명만 참석했다.
홍의락 위원장이 “국회 예결위 등 상임위 활동으로 TK특위 위원들이 많이 참석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밝힌 뒤 “SOC 예산 삭감 부분에 대해서는 새 정부 예산편성에서 전체적으로 SOC 예산이 많이 축소됐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음에도 지역주민들의 허탈감은 이만저만이 아닌 분위기다. 지난달 지역현안을 적극 챙기겠다며 야심차게 출범한 민주당 TK특별위원회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빈축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예산안뿐만 아니라 ‘탕평 인사’를 외쳤던 문재인 정부의 인사도 호남과 부산·경남에 집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이철우 한국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현 정부 장·차관 인사가 아주 공정하다고 자랑했지만 이들 가운데 호남 출신이 29명, 부산·경남 출신이 27명으로 두 지역 출신이 절반을 차지한 반면 TK 출신은 11명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구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한국당을 앞서고, 대구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현역 시장보다 김부겸 장관이 앞서는 등의 현상은 ‘전국 정당’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영남을 홀대하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표출된 것이다”라며 “민주당의 ‘TK 홀대’가 현실화된 시점에 대구 시민들의 심경에 변화가 찾아왔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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