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L씨와의 일문일답.
-윤씨가 구속된 것이 마음 아프지 않나.
▲그 사람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 이미 별거생활한지 10년이 넘었다. 어떤 비리를 저질렀는지 잘 모르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윤씨에 대한 원망이 굉장히 큰 것 같다.
▲그 사람을 만나 내 인생은 엉망이 됐다. 나도 한때는 남대문에서 블라우스 도매상을 하면서 잘 나갔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윤씨와 결혼하면서 모두 뺏기고 지금은 동생가게에서 일해주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신세가 됐다.(윤씨의 성공신화를 그린 언론보도를 보면 L씨는 남대문 시장에서 블라우스 도매상을 했고, 윤씨가 아내를 도와 판로개척을 위해 전국을 돌면서 유통현장을 둘러보면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됐다고 묘사됐다.)
-윤씨는 굿모닝시티 분양성공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아내의 사업을 도운게 큰 도움이 됐다는 언론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정말 가난한 사람이었다. 내가 블라우스 도매상하면서 이런저런 경제적 도움을 줬다. 하지만 그 사람 때문에 난 가게도 잃었고 심지어는 감옥살이도 했다.
-무슨 얘긴가.
▲ (격한 목소리로)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이런 저런 일한다고 벌여놓고 그 뒤처리는 내 몫이었다. ‘뜬 구름’ 잡으러 다니며 얼마나 많은 고생을 시켰는지. 그 얘기 하면 심장이 터질 것 같으니까 그만하자.
-윤씨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한건가.
▲나뿐 아니다. 친정식구들까지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봤다. 아이는 또 어떻고.
-아이도 부인이 키우고 있나.
▲별거하면서 내가 키우고 있다. 그 아이 다섯 살때 헤어졌는데 지금은 열여섯살이 됐다. 아이는 아빠 얼굴도 잘 모른다. 제일 불쌍하다. 학교다닐 때 아빠 없다고 왕따까지 당했다. 아이의 일기장을 보며 혼자 많이 울기도 했다.
-양육비도 주지 않았나.
▲(어이없는 목소리로)양육비? 그거라도 줬다면 원망이라도 하지 않지.
-사업 성공후에도 전혀 물질적 도움을 못받았나.
▲전화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행여 내가 전화하면 챙피해할까봐. 사업할 땐 연락도 안했다. 그래도 사업 잘되면 아이는 돌봐줄 거라 믿었었다.
-지금 심정은.
▲죄를 지었으니 죄값을 치러야 한다. 나는 물론 친정에까지 너무 큰 고통을 줬다. ‘나쁜 XX’ 욕하고 싶을 정도다. 어디 멀리 시골에 가서 쉬고 싶다.
김은숙 iope7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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