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도곡동 중앙빌딩
우선 등기부등본상 김영완씨의 소유로 나와 있는 서초구 도곡동 빌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자 미국으로 도피(?)한 김영완씨가 미국 체류중 서초구 도곡동중앙빌딩을 매각하려고 했던 것이 밝혀져 그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는 것. 김씨는 강남의 노른자 땅인 도곡동(도곡동 411-XX)에 지하1층 지상 6층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도곡동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씨는 이 빌딩을 지난 4월 말경 처분하기 위해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의 빌딩 매물을 맡고 있는 D 부동산 관계자는 “김영완씨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이 현재 “매물로 나와있다”면서 건물의 관리이사 격으로 보이는 50대 남자가 전화를 걸어와 50억원에 팔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 건물을 사려고 했던 사람들이 몇몇 있었으나, 시가 45억원 정도인데 50억원을 고집해 팔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곳은 공시지가가 1.800만원, 시중가는 2,300만원에서 2,500만원 사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 이에 건축된지 10년이 넘은 이 건물은 대략 45억원정도가 최상가라는 것.그러나 김씨를 대신해 매물을 내놓은 인물은 계속해서 50억원 미만으로 절대 매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해당 건물의 등기부에 따르면 이 빌딩은 1991년 9월 28일 김영완씨 명의로 접수돼 있으며 지하1층(310.05㎡) 지상 6층(각 220.60㎡)짜리다. 현재 지하층 90.09㎡와 1층 25.02㎡는 주차장으로 되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임대를 해 커피숍, 스튜디오 등 6∼7개 업체가 이 건물에 입주해 있다. 5층과 6층은 임대를 내놓은 상태며 이중 5층은 임대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료는 대략 보증금 2억원에 월 1,000만~1,200만원 사이라는 게 부동산관계자들의 전언. 그러나 최근 김영완씨에 대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 건물의 입주자들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 부동산 관계자는 “주변에 김영완씨 건물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입주자들은 차라리 이 건물이 누군가에게 팔리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용역업체를 통해 이 건물의 관리를 맡고 있는 경비원도 “6층에 입주해 있는 업체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임대를 내놓았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김씨가 관련된 사건이 터져 불안해하고 있는 눈치”라고 말했다. 한편 입주자들 대부분 김영완씨를 본 적이 없었고 건물 임대계약 역시 대부분 김씨를 대신한 50대 남자가 김씨의 위임장을 가져와 계약서에 사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 경비원은 “지난해 8월경 김씨가 다녀갔다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을 뿐, 한 번도 본적이 없다”면서 “어떤 사람인지 몰랐지만, 언론을 통해 김씨가 누구인지 알게됐다”고 말했다.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한 입주자 역시 “김씨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전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김씨는 한 번도 부동산에 찾아온 적이 없었다”면서 대부분 관리이사로 보이는 50대 남자가 위임장을 들고와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고 말했다.
◆역삼동 서림빌딩
도곡동 빌딩에 이어 김씨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역삼동 서림빌딩에서도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서림빌딩 매입 일정을 보면 ‘운남매니지먼트’가 B사로부터 이 빌딩을 인수한 것은 2002년 6월14일이었다. 이 시점은 김영완씨가 자택 떼강도를 당한지 석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부동산투자업체 ‘운남매니지먼트’사는 김씨의 부인 장모(49)씨와 장인(73)이 각각 감사와 이사로 등재돼 있는 회사.이 거래가 있기 전 B사는 2001년 3월 임의경매를 통해 빌딩을 낙찰 받았다. 먼저 주인이던 S사가 과도한 부채로 빌딩을 채권자들에게 넘기면서 경매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때부터 빌딩의 이름은 지금의 서림으로 바뀌었다.빌딩의 실제 주인이 김씨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B사와 운남, 그리고 김씨 등 3자간 관계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B사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로서 조세피난처이자 돈세탁처로 잘 알려진 버진 아일랜드에 주소를 두고 있다. 당연히 실제 전주(錢主)는 철저히 은폐돼 있다.
다만 B사 한국지점의 등기부등본상 김영완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A(미국인)씨가 한국지점 대표로 돼 있을 뿐이다. 자본금은 미화 100달러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청담동에 위치한 청하빌딩과 서림빌딩을 운남에 넘긴 후 10일만에 지점을 폐쇄했다. 정체를 감추고 두 빌딩을 인수한 후 운남에 넘기는 게 B사의 사업목적이었다는 인상을 짙게 하고 있다.또 운남의 대표인 송모씨의 행적도 아리송하다. 서림빌딩에 입주한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송씨는 B사가 빌딩 주인인 시절에도 임대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송 차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빌딩이 운남에 넘어간 직후 그는 운남의 대표이사로 변신했다.흥미로운 것은 빌딩에 입주한 업체들 상당수가 운남을 빌딩 관리 업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 이들은 운남이 단순히 빌딩 관리를 하고 실제 주인은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B사가 운남에 서림빌딩을 단돈 230여억원에 매각한 것도 이상하다. 게다가 B사는 매각공고를 낸 사실도 없다. 양측이 사전 약속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서림빌딩이 있는 역삼동 649-XX번지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토지와 건물주가 일치한다. 토지 규모는 약 285평에 달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일대 시세는 평당 7,000∼8,000만원대를 호가한다. 평당 7,000만원씩만 잡아도 199억여원에 달한다. 인근부동산업계는 가격을 제대로 매기면 약 300억원대는 족히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본지는 송씨로부터 B사와 운남, 김영완씨 사이에서 일고 있는 의혹들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운남측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송씨를 만날 수 없었다. 또 송씨는 본지의 해명 요청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연락도 취해오지 않았다.
◆청담동 청하빌딩
강남구 청담동 ‘명품 거리’인근에도 김영완씨의 소유로 의심받고 있는 빌딩이 있다. ‘떼강도 사건’이 일어난지 석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해 6월 역삼동 서림빌딩과 함께 외국계 투자회사 B사로부터 구입한 ‘청하빌딩’이 바로 그 곳.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빌딩은 지난 99년 7월, B사가 매입했고, 지난해 6월 ‘운남매니지먼트’사가 매입한 것으로 돼 있다. 운남매니지먼트사는 B사로부터 청하빌딩을 560만달러(한화 약 67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삼동 서림빌딩의 매입자금 1940만달러(한화 약 240억원)에 비해, 턱없는 금액이지만 이 빌딩 역시 이 일대의 노른자위 빌딩이다. 두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운남매니지먼트사의 자본금 규모가 30억원으로 자본금의 10배가 넘는 2,500만달러(약 307억원)의 돈을 일시에 동원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씨가 도난채권 중 회수한 일부를 건물 매입에 사용한 것이란 주장도 있고, 또 돈세탁을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두 빌딩에서 김씨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청하빌딩의 경우, 빌딩 2층에는 김씨가 대주주로 있는 부동산개발업체 ‘맥스디앤아이’가 입주해 있다. 이 빌딩 꼭대기층인 5층에는 이 회사의 사장실과 회장실이 있었고, 2층에는 직원들이 입주해 있었던 것. 그런데 김씨에 대한 특검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최근 빌딩 입주안내간판에서 아예 ‘맥스디앤아이’를 떼어냈고, 10여명의 맥스디앤아이사의 직원들도 현재는 거의 출근하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변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3월까지는 이 빌딩에 입주한 ‘맥스디앤아이사’로 거의 매일 출근했다고 한다. 그러다 특검수사가 이뤄지면서 미국으로 돌연 출국, 발길이 끊긴 상태라는 것.
또한 이 건물 지하에는 김씨가 대주주로 알려진 게임개발회사 ‘EIR 크리에이비트’가 입주해 있다. 이 회사는 서울시내 곳곳의 오락실에 파칭코 등 오락기계 등을 보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회사의 직원들도 거의 출근하지 않고 있고, 입주안내간판도 아예 떼어낸 상태다.이 빌딩 관리인은 “김영완씨와 관련된 사람들은 최근 거의 볼 수 없다”며 “단지 빌딩 입주 회사의 임대료를 받기 위해 관계자들이 가끔 들를 뿐”이라고 밝혔다.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 빌딩은 대지 200여평에 건평만 100평으로 시가로는 80억원”이라며 “그러나 도로변에 있는데다 청담동 요충지로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했다.
◆양재동 오피스텔 비밀
김영완씨 실제 주거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김씨는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평창동에 살았다. 2층 양옥의 이 주택은 높은 담에 커다란 자동 철제 미닫이 대문이 설치된 고급 주택이다. 주택은 건평 150평, 대지 200여평에 20억∼25억원 정도 나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등기부등본상 김씨는 이 주택을 98년 9월18일 매입했다. 그런데 평창동 주택에서 살기 이전, 김씨는 서울 양재동에 있는 T오피스텔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김씨가 T오피스텔에서 실제로 살았는지 아니면 사무실을 운영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 김씨는 T오피스텔 7층 16평 사무실(실평수 8평, 현시가 7,000만원)을 지난 94년 매입해 2001년 팔았다.
정하성·이인철·김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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