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대권이다”…‘포스트창’ 경쟁본격화
“이젠 대권이다”…‘포스트창’ 경쟁본격화
  • 홍성철 
  • 입력 2003-07-10 09:00
  • 승인 2003.07.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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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대표 ‘징검다리’ 역할 천명불구 유력후보로 급부상강재섭·박근혜·박진 대망론에 이명박·손학규도 강력 거론


‘대망론’을 꿈꾸는 한나라당 차기주자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이회창 전총재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차기주자들의 ‘포스트 창’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최병렬(대표)- 홍사덕(원내총무)-이강두(정책위의장) 등 선출직 트로이카 체제 출범과 함께 당 지도부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당 내부 관심사도 자연스럽게 차기구도로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차기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일부 주자는 ‘2007년 대권 프로젝트’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이 플랜을 이미 가동시키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차기 대권을 향한 한나라당 예비 주자들의 총성없는 대권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한나라당 차기주자로는 최병렬 대표를 비롯해 강재섭 박근혜 의원,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이중 최병렬 대표는 차기구도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원조보수주의자로 통하는 최 대표는 영남 출신(경남 산청)이지만 서울(강남갑)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다. 보수층은 물론 영남과 수도권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고, 거대 야당 대표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있다.아직 차기 대권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남아 있지만 당장 최 대표를 상대할 후보가 없을 정도로 현재 최 대표의 입지는 확고하다.하지만 정작 최 대표는 차기 대권에 관심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도 이른바 ‘인큐베이터론’을 주창한 바 있다. “정치적 사심을 버리고 차세대들에게 희망의 길을 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과 함께 한나라당을 야당다운 야당의 반석 위에 올려놓고, 차세대들이 마음껏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고자 한다”는 게 최 대표가 설파한 인큐베이터론의 골자다.그러나 정치권과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러한 인큐베이터론을 최 대표가 언제까지 고수할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인큐베이터론은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보수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전략이고, 이제 당권을 장악한 만큼 대표 프리미엄과 여론 추이에 따라 ‘대망론’ 속내를 드러내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정치권 일각에서는 최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구축된 이른바 ‘최병렬 사단’을 중심으로 대망론을 서서히 키워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최 대표의 핵심 측근들은 칠순이 넘어 대권에 도전해 성공한 DJ(김대중 전대통령)와 60대 후반 나이에 2번이나 대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이회창 전총재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 본격적인 대권 도전 플랜을 만들고 있다는 소리도 나돌고 있다.대표 경선에서 낙마한 강재섭 의원도 유력한 차기주자로 거론되고 있다.강 의원은 이번 경선 과정에서 ‘젊은 리더십’과 ‘쉬운 정치론’을 내세우며 차세대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강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을 ‘쉬운 정치’ 사례로 들었다. 강 의원은 “노 대통령이 우리 마음에 드는 것은 쉬운 정치를 한다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3김 정치는 ‘정치 9단’이라야 정치를 잘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노 대통령은 복선을 깔아놓는 정치는 안하는데 내가 대통령이 돼도 그렇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측은 비록 이번 경선에서 낙마하긴 했지만 거대 야당 대표 경선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의 인지도를 얻었다는데 위안을 삼고 절반의 성공으로 자평하고 있다.

특히 강 의원은 경선후 “그 정도만 해도 괜찮은 성과다. 나는 이번에 출마한 6명의 후보중 본선(대통령 선거) 경쟁력에 있어서는 제일 좋은 편이 아니냐”며 허탈해 하는 참모들을 오히려 위로하는 여유를 보였다는 후문이다.이와관련, 강 의원의 한 측근은 “이번 당권 경쟁에서 김덕룡 의원에게 뒤처져 4위를 했다면 강 의원이 타격을 받았을 것이나 김 의원을 제쳤기 때문에 당내에서 TK(대구 경북)라는 일정 지분을 갖고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며 “강 의원이 아직 젊고 다른 주자들에 비해 확실한 TK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차기 대권경쟁에서는 더욱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했다.한나라당 공천으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 각각 당선된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도 강력한 차기주자로 거론된다.

특히 최대 광역단체인 서울시와 경기도를 이끌고 있는 이 시장과 손 지사는 행정경험과 인지도가 축척되면서 차기주자로서의 경쟁력도 높아가고 있다.아직까지는 시정과 도정업무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 두 사람은 때가 되면 반드시 대권레이스에 참여할 것이란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당 일각에서는 이미지나 경쟁력면에서 이 두 사람만한 후보도 없을 것이란 얘기도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이 시장은 강북뉴타운 개발, 청계천 복원 등 굵직굵직한 대형사업들을 시행하면서 벌써부터 표밭 다지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손 지사도 대망론과 관련한 속내를 드러내 보이지 않고 있지만 “세계 지도자들이 모두 40·50대다. 젊은 지도자로의 교체는 생존전략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물밑 대권행보를 걷고 있다.

박근혜 의원과 박진 의원은 각각 첫 여성대통령론과 40대 기수론을 바탕으로 대망론을 키워나가고 있다.박 의원은 첫 여성 대통령이란 원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기자들로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박 의원은 주저없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한다. 능력있고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 세계적인 여성 지도자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게 박 의원의 지론이다.초선인 박진 의원이 차기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좀 이례적이긴 하지만 당 일각에서 박 의원의 젊음과 정치적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YS(김영삼 전대통령)의 공보, 정무비서관을 거쳐 이회창 전총재의 공보특보로 발탁된 뒤, 종로 재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박 의원은 국제 및 외교분야 전문가다. 또 이번 경선과정에서는 최 대표를 적극 도왔다.

박 의원이 김영선 대변인과 함께 공동 대변인에 발탁된 배경에는 최 대표의 두터운 신임과 그의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한편 최 대표가 얼마전 사석에서 던진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품평’이 당 안팎에서 잔잔한 파문으로 이어지고 있다.대표 당선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부산을 방문한 최 대표는 “차기 대선후보는 45∼55세 전후가 적절하다”며 차기주자군의 구체적인 연령기준을 제시했다. 차기 구도와 관련해 킹메이커역을 자임한 최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당 안팎으로 민감하게 전달됐다.최 대표의 논리대로라면 위에서 언급한 차기주자중 강재섭(55)·박근혜(51)·박진(47) 의원 등은 연령기준에 부합되는 반면 4년후인 2007년에 60세가 넘는 이명박(62) 시장과 손학규(56) 지사는 상대적으로 연령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이와관련 최 대표는 “차기 대통령은 경제도 살려야 하고 통일을 이룰수 있는 통일대통령이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시대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60세미만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홍성철  andera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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