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혹독한 시련기 통과 중...최종 난관 ‘협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생환했다. 득표율 51.09%. 간신히 과반을 넘겼다고는 하지만 2위 정동영 후보(28.36%), 3위 천정배 후보(16.60%)와의 격차가 커 대선 패배 이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임시 전당대회 동안 안 대표는 ‘당 위기론’과 ‘서울시장 출마설’을 점화시킴으로써 당심과 민심을 두루두루 잡아 냈다.
박지원 전 대표의 ‘변(變)철수’ 주문에 부응하듯 안 대표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정공법 언어를 구사하며 빠르게 당무에 돌입했다. 취임 일성으로 ‘실천적 중도개혁 정당’과 ‘강한 야당’이라는 당의 정체성과 혁신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을 ‘이념정당’과 ‘문제해결 정당’이라고 차별화했다.
정치적 유연성으로 능수능란하지만...
취임 인사차 방문한 김동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경제를 바로잡아 달라’, ‘호남 SOC예산 보완해 달라’ 등 직접적이고 똑부러지는 요구를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반면에 당 대표 당선의 밑천이 된 ‘서울시장 출마론’에 대해서는 ‘서울시장 셀프 공천’보다 ‘후보감부터 찾는 게 제 일’이라며 유연하고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여줬다.
안철수 대표의 거침없는 메시지들은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당 자강론’과 맥을 같이 하면서도 당의 사활이 걸린 내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함께 제시하고 있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는 안철수 ’대권 3수‘ 플랜과도 연동되어 있다.
현재 안 대표가 제시한 ‘중도통합 중심정당’은 국민의당이 중심이 되어 야 4당 사이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이고 타당과의 ‘선거 연대’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 선을 그어 놓았다.
현재 ‘중도통합 중심정당’은 정계개편의 신호탄이자 중도보수통합론, 보수대통합론, 야권 빅텐트론 등으로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다. 결국 지리멸렬한 야당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이합집산해 현재 처한 위기를 ‘탈출’할 것인가에 대한 깃발과도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 전에 안대표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협치‘이다. 첫째, 안대표는 당내 국회의원들과의 협치에 성공해야 한다. 이번 8.27 임시전당대회를 통해 구성된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 모두가 원외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 정치 현장에서 원내와 원외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를 갖는다.
현재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40명. 곧 있을 정기국회에서 당의 목소리와 정체성을 강화시켜 줄 법안을 다루기 위해서도 국회의원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원외 지도부의 지휘력을 고분고분 따라갈 의원이 얼마나 있을지는 그야말로 안철수 대표의 협치력, 리더십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야당들과의 협치이다. 여소야대이자 여야 4당 교섭단체 체제라는 매우 복잡한 환경에서 각각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타 정당들과의 협치 논의는 현재 백가쟁명 수준이다. 정책 연대는 가능하지만 선거 연대는 불가능하다. 바른정당은 되지만 자유한국당은 안 된다. 하지만 최대의 관심사항은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한 야당들의 연대 여부다.
정책 연대 가능하지만 선거 연대 불가능
지난 8월 21일~29일 서울지역민 8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리얼미터의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를 보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26.3%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3%]
그 다음은 이재명 성남시장(19.5%), 황교안 전 국무총리(13.6%),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10.3%), 노회찬 정의당 대표(5.9%), 정청래 전 의원(4.5%), 박영선 의원(4.4%), 나경원 의원(4.1%),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2.8%), 김성태 의원(1.5%), 기타 인물 1.2%, '적합후보 없음/잘모름' 5.9% 순이었다.
안철수 대표는 4위에 머물러 ‘서울시장 출마론’을 던지며 경선에선 승리했지만 정작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는 못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거론함으로써 후보군 자체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2012년에는 내가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박원순 시장이 양보해야 한다'는 ‘박원순 양보론’이 한몫하고 있다.
만일 안 대표가 야4당이 동의할 수 있는 ‘후보’를 발굴해 온다면 내년 서울시장 선거는 오리무중이 될 것이다. 끝으로 안철수 후보의 마지막 협치 상대는 ‘문재인 정부’다.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의 대결은 2012년에 시작되어 2017년을 거쳐 2022년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2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신 안철수 대표의 마지막 설욕전이다.
안 대표는 바른 정당과의 정책 연대로 싸움의 시동을 걸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원자력발전 정책을 중심으로 첫 번째 정책 연대를 준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가세할 태세다. 탈원전을 비롯해 문재인케어, 안보 이슈 등 새 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야 4당 공조하에 제동이 걸린다면 문재인 정부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으로 진화하는 모습은 분명해
대선 패배 후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미래는 불투명해 보였다. 선거 후유증을 털어내기도 전에 당내 경선에 뛰어 들었다. 혹독한 시련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이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 물론 협치의 관문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지금 안철수 대표는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중인 건 분명해 보인다. 그 결과와는 상관없이!
프로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
성공회대 외래교수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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