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니문, 럭셔리 휴양지, 옅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해변 그리고 달콤함을 넘어 ‘인생의 단 한 번’을 꿈꾸는 여행지로 어느새 익숙해진 몰디브는 그렇게 우리의 가슴 속에서 잔잔하게 일렁이고 있다.
몰디브를 대신하는 또 다른 이름인 리조트는 인도양에 흩뿌려진 작은 섬 하나하나에 세상 모든 이들의 사랑이 새겨지는 공간.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과 함께, 특별한 순간을 잉태하기 위함이 몰디브가 품고 있는 모든 리조트의 존재 이유라고 해도 괜찮다. 마음껏 사랑하고 싶을 때, 당신의 그 사람에게 권해도 좋은 이름, 몰디브.

잔잔한 호수 위에 커다란 연꽃잎이 나풀거리듯 파란 바다 위에 차분히 내려앉은 에메랄드빛 섬들은 드넓은 바다를 장식한 예쁘장한 꽃잎들이었다. 약 1200개의 꽃잎이 제각각의 모양으로 피어나 몰디브라는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있는 풍경은 어느 시인의 말처럼 세계의 경이로움 중 하나로 칭송받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몰디브에서 우리가 쏟아내야 할 수많은 감탄사의 그 첫 번째가 몰디브의 하늘 위에서 시작됐다.
말레에서 리조트로
몰디브 여행은 각 섬에 위치한 리조트로의 여행을 의미한다. 여행 기간 내내 리조트 내에서, 또는 리조트 인근의 바다를 여행하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말레 국제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약 50분을 남쪽으로 날아 가 푸나마두아 섬으로 이동한 뒤, 다시 스피드보트를 타고 10분을 달려 로빈슨 클럽에 도착할 수 있다. 독일에 본사를 둔, 몰디브에서는 비교적 아담한 크기의 리조트로 유러피언과 커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무엇보다 감성 충만한 풍경과 스텝들의 서비스가 특히 매력적이며, 스탭과 손님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이곳만의 특별함이다.

화창한 날씨에 평화로운 바다를 신나게 가른 스피드보트가 멈춰선 선착장에는 낯익은 태극기가 걸려있어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리조트에 첫 발을 디뎠다. 마중 나온 스탭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내를 받으며 숙소로 향하는 길, 상상 속에 그리던 몰디브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종일 하늘색 꿈을 꾸는 것 같던 하늘에 붉은 기운이 조금씩 드리워지고 있었다. 몰디브의 선셋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까. 리조트에서 놓쳐서는 안 될, 고귀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편안하게 빌라 안의 발코니에서 감상할 수도 있지만 잠시 발품을 팔아 해변 앞에 문을 연 바로 자리를 옮겼다.

저마다 자신들의 포즈로 붉은 해를 기다리지만 석양빛으로 물들어가는 가슴은 모두 같지 않을까.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시간, 몰디브가 하루를 정리하며 우리에게 건네는 소중한 선물이었다.

한껏 들뜬 기분은 어둠이 내려앉은 로빈슨의 해변에서 자연스레 또 다른 행복을 꿈꾸게 했다. 선셋의 따스한 기운을 머금은 이들의 발걸음은 저녁식사가 준비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달콤한 저녁 식사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때, 인근에서 밤의 적막을 잊게 하는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잠들기에는 이른 시간,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라이브 밴드의 연주 소리에 이끌려 찾아간 야외 파티홀에는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흥겨움이 조금씩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장소를 바꿔가며 이어지던 내 속의 행복한 기운이 비트에 따라 이제는 빠르게 움직여 갔다. 점점 더 깊어져가는 밤은 시원한 맥주와 화려한 칵테일에 이미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하루쯤은 쿨하게 놀고 싶은 몰디브의 밤.

아침의 로빈슨은 다시 눈부시게 여유로운 풍경을 가져다 놓았다. 물 위에서 하룻밤을 보냈지만 물에 발 한 번 담그지 못했기에 첫 일정으로 물 속 탐방에 나서기로 했다. 수많은 워터 스포츠들을 즐길 수 있지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스노클링을 선택했다.
하지만 로빈슨의 스노클링은 그동안 타지에서 경험했던 스노클링과는 사뭇 달라보였다. 단순히 한 곳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로빈슨 클럽의 섬 주위를 돌아보는, 말 그대로 투어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필요한 장비를 빌리고 아침햇살에 더욱 예쁜 빛을 머금고 있는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스노클링 투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그의 뒤를 따라 물 속 세상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커다란 산호초들이 눈앞에서 사라지며 바닥을 알 수 없는 심해를 향해 나아가자 그제야 이곳의 스노클링이 왜 다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무려 1시간 30분의 시간, 지칠 줄 모르던 스스로의 모습에서 이곳의 스노클링 투어에 대한 재미가 증명되고 있었다.

말레 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약 40분을 북쪽으로 날아가면 도나쿨히섬이다. 작은 시골 공항에서 픽업을 나온 하이더웨이 스탭들과 함께 약 10분간 거친 파도를 뚫고 달려가면 드디어 목적지인 하이더웨이 리조트.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작은 시골 공항의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했지만 픽업을 나온 하이더웨이 스탭들의 표정만큼은 밝았다. 그들이 건넨 첫 마디는 “Hello”. 다시 스피드보트를 타고 도착한 리조트에서 가장 먼저 들려온 인사말은 익숙한 어투의 “안녕하세요”였다.


그렇게 도착한 숙소, 이 리조트에서는 비교적 작은 클래스의 객실이기에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었던 곳. 그럼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친근함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하이더웨이의 선착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배가 보였다. 공항이 있는 도나쿨히섬을 오가는 스피드 보트, 요트 그리고 마치 캐러비안의 해적에나 나올 법한 생김새의 목선이 있었다. 오후 5시쯤 각자의 휴가를 즐기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그 목선에 올랐다. 아직 해가 하늘에서 바다를 비추고 있는 시간, 그 배는 바다로 나아갔다.


바다 위에 뿌려진 석양이 반가운 건 비단 사람만은 아니다. 바다 속 물고기들도 선셋의 아름다움을 아는지, 물속에 드리운 낚싯줄이 꿈틀 거리는 횟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그저 가녀린 줄 하나일 뿐인데 그 줄에 걸려 올라오는 물고기의 크기는 웬만한 고등어나 삼치 정도의 크기들이 대부분이다.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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