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HotISSUE] 연예계 뒤덮은 금수저 논란…“우리 부모는 왜 연예인이 아닌가요?”
[WEEKLYHotISSUE] 연예계 뒤덮은 금수저 논란…“우리 부모는 왜 연예인이 아닌가요?”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7-08-20 21:07
  • 승인 2017.08.20 21:07
  • 호수 1216
  • 3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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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각되는 핏줄 마케팅에 지망생들 박탈감 확산…세습논란 거세
-최근 자녀뿐만 아니라 배우자, 부모까지 대동하며 ‘무임승차’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최근 우후죽순처럼 실제상황을 담은 예능프로그램들이 방송계를 뒤덮은 가운데 연예인 가족들이 대거 등장함과 동시에 연예계에 재입성하면서 무임승차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최근 들어 연예인의 자녀들이 예능프로그램으로 얼굴을 내민 뒤 곧바로 연예계에 진출하면서 ‘금수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명 ‘핏줄 마케팅’으로 얼룩진 연예계의 명암을 살펴봤다.
 
지난 15일에 첫 방송된 tvN ‘둥지탈출’은 시청률 4.1%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시청자 게시판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개그우먼 박미선을 비롯해 배우 이종원, 김혜선, 박상원 등 기성 연예인들의 자녀 6명이 나와 네팔 포카라의 작은 마을에서 생활하며 독립생활을 꾸려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여기에 부모 연예인들이 등장해 자녀들이 겪는 상황을 관찰하며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물론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다. 이것이 프로그램이 이끌어 내고자 하는 부분일 수 있다. 

문제는 다소 순수하지 못한 출발선에서 비롯된다.

앞서 TV조선의 가족 예능 ‘엄마가 뭐길래’로 낯이 익은 최민수의 아들 최유성이 출연을 확정하면서 제작 단계부터 연예계 등용문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더욱이 최유성은 최근 MBC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아버지 최민수의 어린 시절로 등장해 후광을 톡톡히 누리는 사례로 꼽한다. 여기에 나머지 출연진 모두 이제 곧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나잇대라는 점에서 연예계에 진출하기 위한 연예인 부모들의 의도적인 지원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유성, 강주은(최민수 가족)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해당 연예인들은 손사래를 친다. 이종원은 해당 프로그램 제작 발표회에서 “아들에게 ‘청소년기에 나름대로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연예인 자녀 세습 문제도 있긴 하지만 순수하게 내 아들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고 강조했다.

제2의 조혜정 속출…
특혜 의혹 키워


하지만 대중들은 앞서 SBS ‘아빠를 부탁해’ 등을 보면서 연예인 가족들이 방송 이후 연예계에 진출하는 모습을 수차례 목격했다. 

당시 출연진 중 배우 지망생으로 출연했던 배우 조재현의 딸 조혜정은 촬영 직후 MBC에브리원 드라마 ‘상상고양이’의 주연으로 발탁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면서도 여러 드라마의 주·조연을 꿰차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조혜정은 스스로 노력했는데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게 억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아빠가 드라마 촬영장에 응원 온 사실을 보도자료까지 써서 언론에 알릴 정도로 부모의 후광에 기대는 모습을 드러내 빈축을 사고 있다.
  또 이경규의 딸 이예림도 방송 출연 후 CF모델로 등장하며 주목을 받았고 박남정의 딸과 이경실의 아들도 2013년 시작한 ‘유자식 상팔자(jtbc)’에 출연한 이후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황신혜의 딸인 이진이도 마찬가지. 이진이는 황신혜의 딸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이름까지 바꿨다지만 지난 6월 23일 tvN 예능프로그램 ‘택시’에 자신의 엄마인 황신혜와 출연하면서 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또 이 같은 무임승차식 연예인 가족 출연은 확산되고 있다.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Mnet ‘아이돌 학교’에 대한가수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흥국의 딸 김주현이 등장하면서 논란에 휩싸였고 최근 논란이 된 박명수와 그의 아내인 한수민 씨의 경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피부과 의사인 박명수의 아내는 연예인들도 출연하기 힘들다는 MBC 대표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출연해 “이제 방송 좀 해 보려고 한다”고 말한 이후 일사천리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그는 박명수가 진행하는 SBS ‘싱글와이프’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씨는 특유의 해맑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호감을 샀지만 일부 시청자들의 특혜 의혹까지 모두 지워내진 못했다.
 
배우 조혜정(배우 조재현 딸)
  스스로 실력을 입증하는
노력 필요


이 같은 현상이 확산되고 반복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달라진 연예인의 위상과 부의 축적도를 감안할 때 연예계 세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소리도 나온다.

또 연예인 가족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빌미로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들보다 손쉬운 입성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수저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2000년대를 전후해 연예인들의 소득 및 사회적 지위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연예계 진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쟁률이 증명하듯 연예인 지망생 100만 명 시대다. 이들 중 TV출연 기회를 잡는 건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연예인 가족 예능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몇 년씩 피땀 흘려 연습하고도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지망생들이 한둘이 아닐 정도로 연예계만큼 경쟁이 치열한 영역이 없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연예인 가족들의 손쉬운 연예계 진출은 노력 여하를 떠나 금수저 논란, 연예인 세습 같은 대중의 반발을 사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 언젠가부터 연예인 지망생들 사이에서 “우리 부모는 왜 연예인이 아닌가요?”라는 푸념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지고 있다는 소리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시즌7에는 174만 명이 지원할 정도로 참가자가 차고 넘친다. 또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기 위해 매년 수천 명이 도전하는 상황에서 연예인 가족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특권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이덕화, 전영록, 허준호, 독고영재, 이혜영, 김혜림 등이 그들보다 더 유명했던 부모의 후광을 업고 단 시간에 연예계에 데뷔할 기회를 얻기는 했지만 당시 대중들로부터 각자의 실력을 가감 없이 검증받았다”며 “하정우나 조승우처럼 연예인 아버지의 존재를 숨기고도 실력 하나만으로 최고의 지위에 오른 연예인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스스로 실력을 증명했고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일각에서는 “부모 덕을 보고 싶지 않다면 부모와 함께 출연하지 않으면 된다”며 “부모와 함께 출연하고 싶다면 자신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솔직함이라도 보여야 비난의 화살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사진=뉴시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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