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국정운영 과제 ‘협치’ 대상 야당에서 사회전반으로

촛불 민심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들과는 달리 국민의 탄탄한 지지가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오히려 대통령 지지율이 언제쯤 고공행진을 멈출 것인가가 관심사일 정도다. 문재인 정부의 백일 평가에는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깔려 있다. 인수위도 없이 출범했지만 취임 초 어려운 대내외적 상황을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헤쳐 나온 모습에 호평이 쏟아졌다.
새 정부 인선 50대, 호남, 서울대 ‘키워드’
취임 초기 대통령은 ‘인사(人事)’를 통해 자신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국민에게 선보이게 되는데 청와대, 내각 등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인선은 50대, 서울대, 호남이란 키워드를 갖는다는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국정운영에 서 업무상 실수가 최소화하도록 경험이 풍부하거나 정치 현장에서 실무력이 다져진 사람을 중심으로 배치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인선 과정에서도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야당이 반대하면 차관을 먼저 임명해 실무가 돌아갈 수 있게 비켜갔고, 왜 이 사람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여·야 설득 작업에도 시간을 두고 성심을 다했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전국 성인남녀 505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정부의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잘한 것으로는 ‘서민·약자 우선 정책’이 23.0%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탈권위·소통·공감 행보’(21.3%), ‘개혁 소신, 추진력’(18.5%), ‘정의·형평의 국정철학 ’(11.0%), ‘평화·대화의 외교안보’(4.9%), ‘긍정평가 요인이 하나도 없다’(12.2%) 순이었다. 세월호 참사와 갑질 문화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서민과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펴 달라는 것이 국민의 첫 번째 요구였고, 문재인 정부는 그에 대해 일자리 정책, 8.2 부동산 정책 등으로 확실하게 화답했다.
두 번째는 ‘탈권위 소통, 공감’ 행보다. 취임 초 중요한 대통령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른 ‘시각’을 보였다. 평범한 국민의 이름을 불러주며 그들의 정신을 추모하거나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고택인 ‘임청각’을 연설문 속에 담아 그 집이 갖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젊은 세대들에게 알리는 등 참신한 시도를 했다.
여기에 김정숙 여사의 솜씨있고 진심이 담긴 활동들은 문재인 정부의 소통과 공감 행보에 플러스 요인이 되었으며, G20 등 해외 순방에서 대통령 내외분의 세련된 매너 역시 한몫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부정평가 요인이 하나도 없다’가 33.5%로 1순위였고, ‘선심성 정책 과다’ 19.2%, ‘내편/네편 가르기’ 11.8%, ‘외교/안보 능력 부족’ 10.6%, ‘공약 뒤집기’ 4.7%, ‘독선 협치 무시’ 3.6% 순으로 나타났다.
지금 국민·언론과 ‘허니문 기간’ 명심해야

이 결과를 보면 국민은 아직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찾고 싶어하지 않은 눈치다. 지금은 ‘허니문 기간’이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현 정부와 싸워야 하는 보수 정당 내부의 지도력도 매우 취약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49.9%의 부정평가 여론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탈 원전 정책이나 보완책을 모색하는 듯 보이는 8.2 부동산 정책, ‘문재인 케어’란 별명이 붙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등의 추진 과정에 따라 여론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또한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모든 정책들은 국회에서 ‘협치’의 과정이 필요한데, 취임 백일간의 모습을 보면 야당과의 협치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현재 추진하려는 정책과 일의 우선 순위를 한번 더 정비할 필요가 있고 그에 맞춰 유연한 방법론 또는 접근법을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시급성이나 우선순위 면에서 장기과제로 분류된 정책들에 대해서는 ‘협치’의 대상을 야당만이 아니라 정부 부처, 이해집단,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집단 등으로 폭넓게 설정하여 정책 추진의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것이 하반기 국정운영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소장>
정치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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