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감사원 감사보고서에서 지적
[일요서울 | 고양 강동기 기자] 경기 고양시(시장 최성)가 수백억원대 학교부지 소유권을 무상으로 넘겨준 건설사와 ‘특혜성 협약’을 체결한 것이 최근 확인돼 비리행정척결운동본부와 맑은 고양만들기 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시(市)는 학교부지 반환이 불가능할 경우라고 전제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교부지 땅값만큼 다른 공공기여로 상환한 다음 용도변경을 통해 이를 개발하면 건설사는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11일 고양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9월 요진개발이 일산동구 백석동에 신청한 요진와이시티주상복합(2404가구)과 단지 상가시설에 사용(준공) 승인을 내주면서 요진과 이행합의서를 체결했다.
시는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동안 없던 ‘대체공공기여’ 문구를 은근슬쩍 끼워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2012년 시와 개발사가 맺은 학교용지 1만2103㎡에 대한 기부채납협약서에는 대체공공기여 문구가 없었다.
이는 고양시가 수백억원 대의 학교부지(2009년 감정가액 379억 원) 소유권을 요진에 넘겨 준데 이어 대체공공기여로 기부채납 조건을 추가로 완화해준 것이어서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헐값’ 감정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다. 향후 가치상승에 대한 고려 없이 현 도시계획시설인 학교용지를 기준으로 감정하도록 해 기부채납 규모가 축소 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철용 비리행정척결운동본부 본부장은 “알짜 학교부지는 요진이 그대로 갖고, 도로나 하천공사 등의 기반시설로 대체해도 된다는 것인데, 이는 대놓고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진개발이 요진와이시티 준공(2016년 6월) 전에 고양시에 업무빌딩(1,200억 원), 업무용지, 학교부지 등 2000억 원의 기부채납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았다”며 “애초 기부채납 의사 없이 고양시와 시민을 철저히 기만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고 본부장은 “만약 요진건설과의 협약 체결 과정에서 고양시의 묵인과 방조가 있었다면, 경찰과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대원(48) 전 맑은 고양만들기 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시민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이상한 것”이라며 “최성 시장은 공인으로서 좀 더 겸허한 자세로 시민들의 의견이 귀를 기울이고 불거진 의혹과 문제점에 대해 당당히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학교부지 논란에 대해 “최 시장의 말이 맞는지, 제 말이 맞는지 언제 어디서라도 좋으니 시민들 앞에서 한 번 제대로 판단을 받아보자”며 “최 시장에게 ‘맞장토론’을 촉구했다.
일산 중심가 학교부지를 요진건설에 무상으로 넘긴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감사원 자료도 최근 공개됐다.
11일 기자가 입수한 감사원의 201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시는 최초 협약전인 2009년에 이어 2012년 4월 학교용지의 기부채납은 가능한 것으로 검토하고 최성 고양시장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고양시는 같은 달 갑자기 ‘기부채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입장을 뒤집더니 학교용지의 소유권을 포기, 요진 측에 무상으로 넘기는 변경협약(2차)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시는 당시 ‘지자체가 사립고등학교를 설치 경영할 수 없다’ 는 사립학교법을 기부채납 포기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협약서에 학교법인에 학교 운영을 맡기기로 했고, 고양시가 직접 운영할 계획이 없었다”며 “(해당 법에 저촉이 안돼) 변명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변경 협약으로 기부채납을 통해 ‘공공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특혜 의혹을 해소하려 한 취지가 훼손됐고, 요진건설 계열 학교법인 휘경학원에 379억 원 상당의 학교용지를 무상 제공한 셈이라며 ‘특혜’임을 재확인했다.
감사원은 이어 2015년 공무원 징계 재심의 결정문에서도 “고양시가 학교용지를 기부채납 받을 수 없는 재산으로 검토했다고 하나, 당시 검토한 입증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수백억 원대의 학교부지를 서둘러 요진 측에 넘긴 것 아니냐는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또 고양시가 조건(학교설립)을 달아 땅을 받게 되면 조건을 수반한 기부채납을 금지한 ‘공유재산 관리법’을 위반한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고양시가 사립학교 설립 운영을 조건으로 기부 받은 것이 아니어서 법 위반이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당시 검토한 결과 기부채납 받을 수 없었고, 매각할 경우 협약 위반이 될 수 있어 소유권을 넘겼다”고 해명했다.
한편, 고양시의회는 고양시와 요진개발 사이의 특혜 의혹들에 대한 규명을 위해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규열(자유한국당) 고양시의원은 “특위 구성 의결 정족수인 12명의 찬성동의를 이미 받았다”며 “시민의 소중한 재산인 학교부지를 요진개발에 그냥 준 것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가 지난해 9월 요진개발이 일산 백석동에 신청한 요진 와이시티주상복합과 단지 상가시설의 사용(준공) 승인을 내주면서 비밀리에 기부채납 이행 합의서를 체결한 것도 조사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문제의 합의서에서 기부채납 대상(학교부지)에 ‘대체공공기여’를 슬쩍 끼워 넣는 등 특혜성 조항을 신설하면서 시의회 의견은 듣지 않았다.
박상준(자유한국당) 고양시의원은 “그동안 제기된 각종 특혜의혹을 규명하고 잘못된 것을 반드시 바로잡을 계획”이라며 “최성 시장과 강현석 전 시장도 특위에 꼭 참석시켜 행정 이행 과정 곳곳의 문제점과 의혹들에 대해 묻고 면밀하게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시 관계자는 “최우선 목표는 학교부지를 반환 받는 것이지만, 소송에서 돌려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대체공공기여를 명시한 것이지 특혜는 아니다”고 말했다.
시는 2010년 요진개발 소유의 일산 유통업무시설 부지(11만1013㎡)를 주상복합아파트 부지로 용도변경해주는 조건으로 기부채납 받기로 한 학교용지를 서둘러 요진 측에 넘겨 ‘특혜’라는 비판과 원성을 사고 있다.
경기북부 강동기 기자 kdk1102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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