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15억 원짜리 안중근 동상 어디로 증발했나
[심층취재] 15억 원짜리 안중근 동상 어디로 증발했나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7-08-04 20:21
  • 승인 2017.08.04 20:21
  • 호수 1214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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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쪽‧받는 쪽, 입장 달라
'대한의사 안중근' 동상 축소판 <차하얼학회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6월 14일 일부 언론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지시로 중국에서 제작된 ‘안중근 동상’이 의정부시에 도착해 모처에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보도에선 “안중근 동상이 지난달 중순 인천항을 거쳐 의정부에 도착했다. 한중 관계를 고려해 그동안 공개하지 않고 모처에 보관 중”이라는 의정부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달 13일 의정부시 공보팀 관계자는 본지 경기‧북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안중근 동상이 국내에 들어온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두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의정부시, 6월 “의정부 도착, 모처에 보관 중”···7월 “중국서 제작 중”
서울, 파주 거론되다 의정부로 간 사유는?···시진핑 지시 확실한가


의정부시는 지난 2015년 5월 14일 의정부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차하얼학회(察哈尔学会)’와 지난 14일 한‧중 공공외교 평화포럼을 개최했다.

차하얼학회는 중국 민간의 첫 공공외교 및 대외정책 연구, 홍보 및 컨설팅 기구다. 지난 2009년 설립됐으며 중국의 비공식 외교 및 국제관계 형성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의 서면보고 기관으로 알려질 만큼 중국 외교 정책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2013년) 한중 정상회담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하얼빈역에 역사의 흔적이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 하자 시진핑 주석이 안중근 의사 기념관과 동상 제작을 지시했다”며 “현재 중국에서 16여억 원을 들여 좌상 형태의 쌍둥이 동상을 제작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 동상은 10월쯤 기증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의 지시에 따라 동상 제작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차하얼학회는 한화 16억 원가량을 들여 동상을 제작해 의정부에 기증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상은 ‘대한의사 안중근’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2.5m 높이의 청동으로 제작되며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달려가면서 품 안에 있는 총을 꺼내는 형상이다.

해당 디자인은 차하얼학회가 여러 단체에 기증했던 동상 디자인과 동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4년에는 안중근의사숭모회가 차하얼학회에서 소형 동상을 받았다.

안중근의사숭모회 관계자는 “(차하얼학회)가 지난 2014년도에 작은 동상을 기증했다. 현재 그 동상은 저희 기념관에 전시가 돼 있다. 근데 의정부시에 세운다는 동상의 조감도 등을 살펴보니 저희가 받은 동상을 크게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뿔났다
 
지난 17일 오전 의정부, 양주지역의 시민단체인 버드나무포럼은 의정부시청 기자실에서 의정부시의 해명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우성 버드나무포럼 위원장은 “안중근 동상 관련 의정부시에 질의한 결과, 6월 27일 의정부시로부터 ‘현재 동상은 중국에서 제작 중’이란 답변을 받았다”며 “의정부시 공보실의 답변은 6월 14일의 언론보도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안으로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행정기관이 어떤 사유로 허위보도를 양산했는지 해명할 의무가 있다”고 촉구했다.

의정부시는 지난해 12월 13일 관내 신한대학교 에벤에셀관에서 2015년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차하얼학회와 공동 ‘한‧중 평화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한방명(韓方明) 차하얼학회 주석은 축사를 통해 “(당시) 한‧중 양국은 현재 사드 배치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이를 숨기거나 언급을 피할 필요는 없다. 공공 외교와 평화 포럼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된다”며 “차하얼학회가 의정부시 시민들에게 선물할 ‘대한의사 안중근’ 대형 동상이 이미 완성돼 적당한 시기에 의정부역 평화공원에 설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동상은 일부 언론에서 밝힌 ‘한중 관계를 고려해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과 의정부 공보실이 버드나무포럼에 답변한 ‘중국에서 제작 중’이라는 언급이 맞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재제자리찾기‧버드나무포럼 혜문(본명 김영준) 대표는 “(안중근) 동상을 들여오는 것이랑 한중 관계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또 의정부 모처가 얼마나 크다고 16억 짜리 동상이 숨어 있을 곳이 어디 있겠냐”라며 “(차하얼학회에서) 제작 완료했다고 말하지 않느냐. 근데 공보실에서는 제작 중에 있다? 시장과 공보실이 따로 움직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중간에 연결한 사람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든지, 차하얼학회로부터 사기를 맞았든지 그런 것 아니겠느냐”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안중근 동상은) 파주 임진각에도 세운다고 했다. 그래서 경기도에 문의했더니 ‘공식적으로 MOU를 체결한 적 없고 추진한 적이 없다. 또 본인들이 답할 이유가 없다. 의정부시에 물어봐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또) 차하얼학회가 시 주석의 지시를 받은 것이 맞는지 외교부에 확인해 봤다. 외교부는 ‘확인 어렵다. 의정부에 물어 봐라’라며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관계 없는 의정부
기증 어떻게 받았나

 
지난 2014년 7월 7일 여러 언론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한방명 차하얼학회 주석으로부터 안중근 의사 동상 기증 의사를 전달받았다는 보도를 냈다. 동상이 경기도 파주에 세워진다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차하얼학회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14년 3월 18일 한방명 주석이 안중근 의사 동상을 하얼빈역과 서울에 동시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방한을 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한방명 주석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찾아 동시 건립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파주부터 서울까지 거론됐던 안중근 동상이 왜 의정부시로 가게 된 것일까. 안병용 시장의 2014년 9월 15일 정례간담회를 통해 사유를 알아볼 수 있었다.

안 시장은 “(차하얼학회에서는 안중근 동상을) 시 주석의 의지로 15억을 들여 쌍둥이 동상 중 하나를 (한국에) 준다고 했다. 잠정적으로는 서울 또는 파주 등을 궁리를 하다가 그거를 (내가) 생떼를 써서 의정부에 달라했다”면서 “안중근 동상을 유치하게 되면 중국에서 여행지를 1~4급까지 정해지는데 시진핑 주석과 관련된 여행지는 1급지가 되어 의정부가 의무 관광지가 되고 중국 관광객이 방문하지 않으면 여행사가 폐지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자는 의정부시의 정확한 답변을 들어보고자 수차례 연락을 취해봤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또 시 주석의 지시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주 중국 대한민국 대사관에 차하얼학회 측을 통해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한편 버드나무포럼은 감사원에 의정부시를 대상으로 오는 8일~9일경 ‘안중근 동상 건립 관련 허위사실에 대한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사청구서는 ▲의정부시의 허위 보도 ▲안중근 동상 시진핑 제작 지시 여부 ▲하얼빈에 안중근 동상 세워져 있는지 여부 등을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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