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盧 정부 파견검사 중용...'탈 정치화'는 언제?

김영문 관세청장·조남관 국정원 감찰실장 등 문 대통령과 인연
일각에서 새 정부도 다른 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 나오기도
역대 정권에서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파견검사는 늘 ‘정치검사’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특히 청와대 파견검사에 대한 시각은 곱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파견검사는 ‘꽃보직’으로 불리며 돈, 명예, 출세 등 모든 것이 따라 붙는 자리였던 만큼 출세를 지향하는 많은 검사들이 가고 싶어하던 자리였다.
사실 청와대 파견 검사뿐만 아니라 예금보험공사 등 다른 파견검사 자리도 일반 검사들에게는 매력적인 자리였던 것이 사실이다. 급여 외 법인카드, 리스 차량 등이 무상으로 제공되는 등 대우가 일반 검사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 과제 ‘파견검사’
‘줄이겠다더니…’
문재인 정부 인사 과정에서 파견검사가 특별히 주목받은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 과제 중 최우선 순위에 검찰 개혁이 있기 때문이다. 파견검사는 검찰 개혁을 위한 필수 해결 과제였다. 그런 만큼 이번 정부에서는 각 정부 기관으로 파견되는 검사 축소와 함께 인사 배제 등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고위직에 오른 파견검사들이 등장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파견검사 출신으로 고위직에 오른 인사로는 김영문 관세청장이 눈에 띈다. 김 청장은 노무현정부 시절이던 2005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 밑에서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부장검사로 활동하다 관세청장 임명 직전까지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김 청장 외에도 노무현정부 에서 청와대 파견검사를 했던 인사 중 새 정부에 중용된 인사는 더 있다. 바로 조남관 국정원 감찰실장, 이성윤 대검 형사부장, 윤대진 서울중앙지검1차장 등이다.
국정원·검찰 등 요직에
파견검사들 속속 배치
조남관 국정원 감찰실장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이후 서울고검에서 검사로 활동하다 국가정보원 ‘빅5’로 꼽히는 감찰실장에 발탁됐다. 그는 현재 국정원 적폐청산TF팀을 이끌며 국정원 개혁의 선봉에 서 있다.
이성윤 대검 형사부장은 2004년 대통령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다. 이 형사부장은 최근까지 서울고검 검사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서 파견검사로 근무 중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에 임명됐다.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2006년 청와대 사정비서관신 특별감찰반장으로 근무했다. 최근까지 부산지검 2차장으로 일하다 원래 검사장 자리였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을 맡게 됐다.
사실 김영문 관세청장 등의 일부 파견검사들의 임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했던 인연 때문이다.
정작 검사의 탈정치화를 주장한 문 대통령이 과거 청와대 등에서 파견검사로 활동했던 인사를 새 정부에서 중용하다 보니 검찰 내부에서는 결국 새 정부도 다른 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회, 각 정부기관 등 39곳에는 66명의 검사가 파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특성상 검사가 꼭 필요한 곳이 있는 반면 법률자문 정도의 단순 업무를 하는 곳도 있어 문제다. 검사 대신 변호사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말이다.
36개 기관 약 66명 활동
법인카드·자동차 리스도
파견검사 축소 배경에는 검사의 정치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기존 파견검사들이 각 기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필요한 경우 정치적으로 사용했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파견검사들은 파견검사 경력을 개인의 사익을 위해 남용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동창 스폰서’ 논란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예금보험공사에서 파견근무를 했다. 예금보험공사에서는 월급과 별개로 법인카드, 차량 리스비 등을 지원했다. 지원 예산이 매달 1280만 원, 연간 예산 1억 5000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으며 범죄자 신세가 됐다.
예금보험공사의 경우는 파견검사가 필요한 기관이다. 공사에서 파견검사는 공적 자금을 찾아내고 받아내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장검사가 파견돼 가는 공사의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는 산하에 2개 국, 2개 부서를 두고 있다. 파견검사가 지휘하는 직원만 150여 명이다.
과거 실적도 뛰어나다. 2001년 검사 파견제도 시행 이후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에서 금융기관 대주주나 임원들을 대상으로 4500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받아냈고 1조 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과거 정권의 파견검사들이 새 정부에서 중용되기는 했지만 그 수는 확실히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진행된 검찰총장 청문회에서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는 파견검사에 대해 “검찰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인력을 운영하였으면 하는 생각입니다”라고 밝힌바 있기 때문이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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