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구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 위원장, “연대의식이 우리나라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
한형구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 위원장, “연대의식이 우리나라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7-08-04 18:33
  • 승인 2017.08.04 18:33
  • 호수 1214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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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드러나는 갑을 논란, 이루어진 적 없는 재벌개혁,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등장과 함께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각종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소상공인의 삶, 팍팍하기만 한 노동자들의 일상.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 경제, 산업, 노동 시장의 문제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어느 때보다 화두다. 이른바 민심으로 태어난 촛불정부의 시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던 숙제의 답을 찾겠다는 움직임이 가시권에 들어온 모양새다. 하지만 경제 전반에 산적한 과제들은 아직도 명확한 해답이 나와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또 이후 해답에 도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결정하는 과정도 난제다. 일요서울은 일선 노동운동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탁상공론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인 답을 찾기 위해 [노동운동가 인터뷰 한국 노동자의 삶과 현실을 듣다]를 기획했다. 해답을 얻기 위한 조언과 충고, 갈 길이 먼 현실을 제시해준 네 번째 노동운동가는 한형구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이다.

동료들의 신뢰 바탕으로 노조위원장 세 번째 재임
단순 임금 투쟁 아닌 노동조합의 올바른 역할 강조


한형구 위원장은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 제8대 위원장으로,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 역사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제2, 3대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을 역임한 이후 올해 세 번째로 노동조합을 이끌고 있다.

“젊었을 때 참 많은 현장을 오가면서 노동 운동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예금보험공사의 미래와 동료들의 삶의 질, 준정부기관으로서 주인으로 섬기는 국민들을 위한 활동들이었다. 동료들도 그때의 내 모습을 믿고 다시 한번 노조위원장직을 내어준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 한형구 위원장은 참여정부 당시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서 예금보험공사를 제외시키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통합노조를 출범하는데 앞장섰던 바 있다. 이제 한형구 위원장은 은퇴 전, 동료 및 선·후배들에게 올바른 근로 문화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노동조합이 단순한 연봉이나 성과급 등 물질적인 것만을 더 많이 쟁취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동료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앞장서고 싶다”

그는 준정부기관이라는 예금보험공사의 특성상 노동조합의 지향점도 민간기업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와 노동조합은 그 역할과 평가 모두 국민으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것이 한형구 위원장의 생각이다.

“우리 노동조합은 예금보험공사를 그저 일하기 편한 회사가 아니라, 자긍심과 사명감을 갖고 그에 걸맞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금보험공사의 성과를 국민들에게 떳떳이 보여드리고, 그에 따르는 잣대로 보상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한형구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바라는 예금보험공사의 미래로 가기 위해 풀어야할 숙제 몇 가지를 전제했다. 준정부기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풀지 못했던 부분들을 해결해야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성을 부여받은 모든 기관이 마찬가지 어려움이 있다. 솔직한 말로 공무원 성향을 가진 근로자들은 투쟁과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런 탓에 대대적인 변화에는 다소 느린 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꼭 해결해야 하는 것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마냥 천천히 갈 수는 없다”

“예금보험공사는 업무의 자율성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관이 가지고 있는 자율성이 떨어지게 되면 당연히 책임도 따르지 않는다. 예금보험공사는 자율성을 보장받고, 그 책임도 스스로 질 수 있어야 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면 공익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그는 예금보험공사가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예금자보호라는 공익에 방점을 두고 경영진 이하 모든 임직원들이 책임을 지는 자세와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노동조합은 공공성, 노동 문제 등 다양한 쟁점들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겠다는 것 또한 한형구 위원장의 다짐이다. 

한편 한형구 위원장은 자신이 속한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이 아닌 타 노동조합 활동이나 다른 노동현장의 문제들과 관련해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을 표명했다.

“민간기업의 경우 노사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을 원론적으로 따져보면 매우 간단한 문제다. 회사 측이 회계의 투명성을 제공하고, 노사가 이를 통해 이익을 재분배하면 되는 것이다. 그 과정의 반복을 통해 고용 안정과 차별 개선, 일자리 질의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수많은 노동분쟁들이 노동 인식 결여와 잘못된 목표 설정 등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한형구 위원장이 이러한 것들을 해소하기 위한 열쇠로 강조한 정신은 연대의식이다.

“문제 해결을 원하는 ‘노’와 ‘사’ 의 사이에는 양보와 신뢰가 필요하다. 절차가 무시된 성과는 상처만 남기 때문에 합의의 정신을 잊으면 안 된다. 또 무엇보다 우리는 연대하는 사회에서 살아감을 인지해야 한다”  

“많은 혼란과 이념 갈등은 연대의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가족이 실직위기에 놓여있다면, 자신이 어느 정도 희생을 감소하지 않겠나. 그런데 왜 가족 아닌 남의 문제라면 양보하지 않겠다고 돌변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마지막, 한형구 위원장은 나와 상관없다고 여겼던 문제가 내 문제가 되었을 때, 그때서야 타인의 문제를 대하던 시각과 태도를 반성하고 깨닫는 것이 우리나라에 산적해 있는 노동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줄 것이라는 조언을 남겼다.

“각각의 집단들은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모두 이해관계 속에 얽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유대들을 무시하지 않고 서로의 입장에서 노동 문제들을 바라본다면 이해하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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