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사분오열’될 조짐이다. 개혁 성향인 임종인 의원의 탈당선언이 여권내 ‘탈당도미노’를 불러오고 있는 판국이기 때문이다. 임 의원은 “서민을 중심으로 노동자와 중산층을 만나게 하는 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오작교 정당’이다.
현재 임 의원은 당내에선 김태홍, 이상민, 홍미영 의원 등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민주당에선 김종인 의원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그리는 개혁정당의 밑그림에는 4,000만 중산층을 위한 ‘서민정당’이 새겨져 있다. 그는 “10월쯤 되면 우리당의 상당수 의원이 한나라당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라고도 내다봤다.
<일요서울>은 지난 1월 23일, 국회의원회관 8층 임 의원의 의원실에서 탈당선언 이후 그의 정책 방향과 노선에 대해 상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천정배 의원과는 노선이 다르다.”
임종인 의원이 대뜸 이런 말을 했다. 예상치 못한 표현이었다. 천 의원과는 같은 길을 갈 것처럼 언급했던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와는 너무나 상반된 주장을 폈기 때문이다.
임 의원은 “우리당의 보수파와 결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부분이 천 의원과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개혁적 성향의 임 의원이 보수를 아우르는 천 의원과는 같은 운명일 수 없다는 얘기다. 보수성을 띠고 이름만을 바꾸는 것은 ‘도로우리당’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그러나 임 의원은 천 의원을 개인적으로 ‘멘토’라고 했다. 물론 탈당 문제 등을 직접 논의한 적은 없다. 하지만 탈당 선언을 하기 전날 밤(21일) 10시경 천 의원에게 연락해 탈당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 때 천 의원은 탈당을 말렸다는 것이다. 그만큼 두 사람은 서로 신뢰가 쌓인 관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지난 1월 22일 탈당 ‘예고’도 없이 전격 탈당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미적거리고 있던 여권내 의원들에겐 큰 자극제가 됐다. ‘탈당1호’라는 수식어까지 붙을 만큼 그의 탈당 결심은 단호했다.
그는 여권의 ‘통합신당파’를 ‘맹목적’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도성향 의원들이 주축이 된 통합신당파는 정책과 노선이 한나라당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합쳐야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당 사수파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부산경남’신당을 구축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말을 아꼈다. 이 때문에 개혁파만이 오작교 당을 만들어 한나라당과 1대1의 진검승부를 해야한다는 것이 임 의원의 입장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시각을 드러냈다. 노 정권 4년 동안의 경제정책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공약을 실천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였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민주노동당과는 연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탈당 선언한 후 계획은 무엇인가.
▲민주당, 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 개혁파, 시민사회 세력들이 함께 힘을 모아 4,000만 중산층 서민들을 위한 당을 만들 것이다.
-시민사회세력들과도 힘을 모으겠다고 했는데, 친노그룹의 김형주 의원도 시민사회세력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정치권과의 연대만은 아니다. 원외 사람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당이 한나라당과 비슷한 정책을 펴는 가운데 지지할 정당이 없어졌다. 선택지가 없어졌다. 정당은 부분을 대변하는 것이다. 100%정당은 파시스트 정당이다. 중소기업인, 자영업자 등 중산층 서민을 위한 당을 만들어야한다.
-그렇다면, 혼자 당을 만들 수 없는 일 아닌가. 정치권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의원은 있나.
▲열린우리당에선 김태홍, 이상민, 홍미영 의원 등과 많은 얘기를 했다. 민주당에선 김종인 의원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김성호 전의원도 마찬가지다.
-여권에선 3분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사수파, 통합 신당파, 개혁파다. 모 언론에선 천정배 의원과 비슷한 노선이라고 언급하신 것으로 아는데.
▲천정배 의원과는 다르다. 천 의원은 보수를 아우르는 견해를 갖고 있다. 우리당의 보수파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 약간 성형수술을 한다고 해서, 화장 고치고 머리 형태를 바꾼다고 해서 국민들이 못 알아보는 것은 아니다. ‘우리당을 망친 열린우리당이구나’ 할 것이다. 한나라당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우리당과는 함께 할 수 없다.
-어떤 정책과 노선으로 당을 만들 것인가.
▲부동산 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전시작전권 환수에 반대하거나 한미 FTA를 찬성하는 사람들과 함께 당을 이끌 수 없다. 민주노동당과는 연대해야한다.
-정당에 대한 ‘미래구상’은 있나.
▲김태년 의원 등의 지도를 받아가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 3~4월쯤 정당을 창당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은 있다. 당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일꾼이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봤을 텐데.
▲우리당은 지지자들을 배신했다.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버렸다. 이들을 위한 정책을 펼친 것이 아니다. 법인세 2%인하, 기업도시 특별법 제정, 투자 총액 폐지, 고가품 특소세 완화 등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공약이었다. 합당, 대연정 제안이야말로 우리당 지지층의 등을 돌리게 한 가장 결정적인 일이었다. 지지자들은 복장 터진다.
-임 의원께선 개혁노선이 뚜렷하다. 한미 FTA에 대해선 어떤가.
▲한미 FTA는 쭉 반대했다. IMF때보다 10배 이상의 어려움을 줄 것이다. 여기에 찬성하지 않는 의원들, 정책과 노선이 같은 의원들과 함께 해야한다.
-군 복무기간 감축 문제에 대해선 어떤가.
▲18개월이 적당하다. 전적으로 찬성한다. 18개월 군 복무가 가장 전투적으로 올라간다. 안보에 문제가 없다면 짧은 기간이 좋은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를 살펴봐도 평균 군복무기간은 17.4개월이다.
-당을 만드는 데 있어 방향성은.
▲출산, 보육, 교육, 군대, 일자리 창출, 결혼, 집 장만, 직장, 의료, 노후 보장이 중요하다. 여기에 대해서 안을 내야한다. 인간의 삶과 다 직결되는 것이다.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군인들의 봉급을 30만원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해왔는데, 국방부 관료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군 복무기간 18개월, 군인 봉급 30만원이 최적이다.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도 주장하고 있는데.
▲민노당은 아주 우호적이다. 국민적 요구는 열린우리당 152석 과반수에, 민노당의 의회진출이었다. 그 두 정당이 연합한 사회경제적 개혁이 근본적인 요구였다. 그러나 우리당은 한나라당하고만 의논했다.
-어떤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오작교가 되겠다. 우리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다. 민노당은 노동자와 서민층이다. ‘오작교정당’을 만들겠다. 4,000만 중산층과 서민이 함께 하겠다. 여러분들도 오작교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다.
-창당할 정당의 정책은.
▲그 사람들(노동자와 서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 국민 전체의 50%는 투표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불러 일으켜 세우겠다. 국민전체의 75%인 서민의 정당을 만들겠다.
-노 대통령에 대해선 어떤가.
▲수없이 노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했다. 결국 국정운영이 실패한데 대해선 나도 책임이 있다. 분양원가 공개를 못한 점, 국가보안법 폐지를 하자고 하다가 이후에 국가보안법 폐지는 하나마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그 하나만 한나라당 결재 없이 했다. 정치철학의 빈곤이다. 운영의 실패다.
-향후 대선을 앞두고 여권내 재통합은 없나.
▲(여권 의원들 가운데)보수를 지향하는 의원들과의 통합은 없다. 다만 개혁파를 주축으로 한 통합만이 있을 수 있다.
-국민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새로운 희망을 주는 진정한 서민의 오작교 정당을 만들겠다. 아무리 힘든 길일지라도 그 길을 가겠다. 도와 달라. 탈당 예고편은 없다. 때가 왔다. 얼굴로 승부하는 것이지 (국회의원)배지로 승부하지는 않는다. 다음 국회의원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수많은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가 관심 사안이다.
#탈당 도미노…열린우리당 파국
임종인 의원에 이어 이계안, 최재천 의원의 잇따른 탈당은 당내 탈당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탈당도미노’ 현상의 배경에는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기본 근간은 비슷하다. 여권내 의원들은 어떻게든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묻어난다.
그러나 이들 의원들은 노선이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나 홀로’ 탈당이라고 볼 수 있다. 이계안 의원은 “시민사회세력과 연대하겠다”고 했고, 최재천 의원은 “민주진보정당이 출현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계안 의원의 탈당선언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지난 8일 모 중앙일간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탈당을 묻는 질문에 이 의원은 “나는 말을 먼저하고 행동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전당대회 이전에 행동으로 말하겠다”고 말해, 탈당을 시사했다.
<일요서울>이 지난 1월 15~17일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그는 극구 인터뷰를 사양했다. 자칫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다만 그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쯤에 명확한 해답을 주겠다”는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예상외로 그의 탈당 선언은 빨리 진행됐다.
김현 rogos011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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