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안철수와 국민의당의 미래
[외고] 안철수와 국민의당의 미래
  • 시대정신연구소 한윤형 부소장
  • 입력 2017-07-07 18:01
  • 승인 2017.07.07 18:01
  • 호수 1210
  • 17면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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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흡수도 바라지 않는 냉엄한 현실
- 역설적으로 존립의 기회 올 수 있어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국민의당이 난리다. 대선 전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를 겨냥했던 제보가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조작 실행자인 이유미 씨는 구속됐다. 국민의당은 자체 조사에서 이유미 씨의 단독범행이라는 결론을 전달했지만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는다.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당 지도부의 대응은 성실하지 않았고 지지율 하락이 현실로 닥쳤다. 지난 7일 발표된 갤럽 조사 결과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83%로 안 그래도 높던 지지율이 더 올라간 가운데 국민의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50%), 자유한국당(10%), 바른정당(8%)은 물론 정의당(6%)에도 뒤지는 꼴찌(4%)를 기록했다.

국민의당에 미래는 있는가? 시민들은 물론 정치권 관계자들도 대부분 부정적인 시선이다. 2016년 총선 돌풍을 일으켰던 지역기반인 호남이 문재인 대통령의 통치에 우호적이라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현재 국민의당의 이미지는 집도 절도 잃어버린 유랑군단의 그것이다. 군단의 전투력이 조금은 남아 있다는 것이 위안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그걸 잘 활용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바른정당조차도 자유한국당과는 차별화하여 자신들의 이념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 협력할 건 협력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민의당의 경우 민주당이 주요한 협치의 대상으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국의 키를 쥐지 못하고 있다.

4당체제위해 간신히 존립하는 국민의당

정치권 관계자들은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의 국민의당은 민주당이 흡수통합을 바라는 대상조차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여기엔 감정적인 이유와 합리적인 이유가 다 있다. 먼저 감정적인 이유를 보자면, 국민의당에 합류한 민주당 출신 의원들은 민주당에 있을 때 ‘분란종자’였다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 어땠는지와는 무관하게, 적어도 민주당 지지층은 그리 받아들인다. 민주당 지지층은 국민의당 소속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못한다. 이 사실을 민주당도 알고 있으므로, 민주당 입장에선 무리하게 국민의당을 포섭해야 할 동인이 없다.

합리적인 이유가 더 중요하다. 국민의당에 우호적인 일부 지지층은 정계 구도를 핑계로 국민의당의 존립 의의를 과대평가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이를테면 현재의 4당(혹은 5당)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당의 존립이 필수적이므로, 국민의당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한국 정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식이다.

이는 국민의당이 뭔가를 잘할 때 성립할 수 있는 논리이긴 하지만, 타당성 여부는 일단 제쳐두자. 좀 더 핵심적인 문제를 짚는다면, 민주당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국회선진화법 체제에서 의미있는 가이드라인은 원내 과반인 150석이 아니라 원내 소수파 저항을 무력화할 수 있는 선인 180석이다.

국민의당을 흡수통합해봤자 180석을 넘지 못한다면 어차피 바른정당과의 협력, 자유한국당에 대한 균열 전략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흡수통합된다면 반사적으로 자유한국당에 대한 보수파 결집의 구심력이 강화된다.

즉, 국민의당의 독자 존립이 바른정당의 독자 존립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입장에서 득이 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국민의당 일부 지지층이 무슨 일이 있어도 국민의당을 옹호(인터넷에선 흔히 ‘쉴드’라고 부른다)하는 그 원인이 바로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당의 ‘몸값’을 떨어뜨리고 있다. 국민의당 소속 정치인들 입장에선 독자노선을 유지 가능케 할 지지층이 이반된 상황에서 돌아갈 방도도 없으니 숨이 턱턱 막힐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물을 수 있다. 국민의당에 미래는 있을까? 지극히 어렵지만, 민주당이 흡수조차 바라지 않는 이 현실이 마지막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국민의당 지도부와 주요 정치인은 조작 파문 초기에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옳았다. 조작에 개입된 이가 추가적으로 누군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조작된 제보로 선거 캠페인을 치른 도의적 책임을 반성하고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언약해야 옳았다. 하지만 이젠 지나간 일이고, 과거로 돌아가 사태를 수습할 수도 없다.

초심으로 회귀 안 하면 미래는 없다

검찰 조사 결과가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을 시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요즘 보인 국민의당의 작태로는 일종의 ‘무죄인증’을 받았다고 여기고 민주당에 대한 역공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는 안 된다. 검찰 조사 결과가 국민의당에게 다소나마 유리한 방향으로 발표되는 그 상황이 국민의당이 유권자들 앞에서 잘못을 반성하고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다.

국민의당에 정체성이 있을까? 물론 노력하는 정치인과 당료들이 있다. 기회도 있었다. 한국적 보수와 진보 정체성의 빈 공간을 지난 대선에서 제대로 찔러 들어갈 수 있었다면 대구 경북과 호남에서 동시에 일정 부분 지지율이 나오는 정당이 되어 한국의 지역주의 타파에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는 가령 햇볕정책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 “공과가 있습니다”라고만 답할 뿐 무엇이 공이고 무엇이 과인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유권자들이 그를 신뢰하지 못하고 보수파 유권자의 상당수가 끝내 홍준표 후보에게로 쏠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지만, 결과적으론 국민의당에 정체성이, 안철수 전 대표가 말한 ‘새정치’에 실체가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문재인 정부의 어떤 점에 찬성하고, 어떤 점에 반대하는지가 예측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 노선에 공감하는 이들이 있을 때 국민의당은 존속할 수 있을 것이다. 호남이든 영남이든 청년이든 노년이든 기반도 생길 것이다.

물론 많이 어렵다. 심지어 정체성이 가장 뚜렷한 정당일 정의당조차 지금 그걸 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러한 ‘기본’이 없이 오래 지속되는 정당은 없다. 현재 집권 여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맞닥뜨린 냉엄한 현실이다. 이 현실을 뚫고 나가야 존립의의가 있는 야당이 될 수 있다.

시대정신연구소 한윤형 부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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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31421523 2017-07-07 23:36:19 125.131.194.9
검찰 조사 결과가 일단 나와봐야 겠네요. 그렇다 하더라도 문준용 취업특혜 의혹은 사실이고 이건은 특검을 해서 밝혀야지요. 현 정권이 국민의당과 안철수 죽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는걸 알아 두시길.

HB 31420139 2017-07-07 21:40:30 125.178.46.6
기자분의 말도 일리는 있지만 지금 검찰의 조사과정을 외부에서 보기에도 이유미의 단독소행이 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할거 같네요. 정말 작게봐도 이준석이 연루되어 있을거 같고 어쩌면 진짜 안철수도 알면서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