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 어디론가 떠나는 여름의 바로 앞자리. 6월이란 시기는 어쩌면 제일 바쁜 시간을 앞두고 있는 가장 고요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차분하게 거닐면서 맞는, 가평에서 보내는 고요하고 평온한 아침의 시간. 그 여름의 전조.
가평에는 놀랄 만큼 많은 곳들이 있다. 한국을 대표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동화적인 서정과 낭만적인 풍경, 소소하지만 빛나는 미술관과 초록으로 뒤덮인 대자연으로의 초대. 그리고 남이섬이 주는 그 이상의 많은 것. 생각했던 것을 넘어 천천히 고요하게 보여주는 가평의 속속들. 어린이와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면 좋은, 경기도를 넘어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여행지 가평. 이곳에서 천천히 걸으며 보내는 6월의 시간 속에 있다 보면 가평은 진정 우리나라의 여행 수도로 불러야 마땅함을 느끼게 된다.

750여 미터 높이의 화야산 아래턱에 자리 잡은 스위스 테마파크 에델바이스. 스위스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스위스 특유의 정서를 고스란히 가평으로 옮겨왔다.
가평에 이웃한 쁘띠프랑스와 비슷한 콘셉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프랑스와 스위스는 기본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다른 나라이고 역시 건물과 공간을 꾸미는 소재들도 다른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눈이 오면 작은 융프라우 밑의 조그마한 마을이 돼 진짜 스위스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셔틀버스도 운행해 방문객을 위한 배려는 계속 이어진다.

프랑스에 대한 동경과 낭만이 이루어 놓은 꿈의 행성 쁘띠프랑스. 골목 사이에서 어린 왕자가 갑자기 나타나고 예고 없이 길가에 보아뱀이 등장해도 전혀 이상하거나 어색하지 않을, 어쩌면 우리나라의 유일한 행성 B612.

길가에는 유럽 골동품이 늘어선 벼룩시장이 펼쳐지고 계단 밑 원형 광장에서는 마리오네트 공연이 흥겹게 열린다. 귓가에는 맑고 밝은 오르골의 멜로디가 흐르고 유럽인형의 집에는 살아있는 듯 정교한 수백 개의 인형들이 조금은 특이한 모습으로 전시되어 독특한 문화를 전한다.


설악 그리고 가평을 위해, 설미재미술관
설악의 아름다움 설미. 유명산으로 향하는 37번 국도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설미재미술관은 태생부터 오로지 설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데서 출발한다. 가평의 대부분 여행지들과는 다르게 조금 외진 곳에 위치한 미술관은 도로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미술관이 주도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가평으로 퍼지는 하나의 씨처럼 뿌려지고 땀 흘려 가꿔지며 또 곳곳에서 꽃처럼 만개한다. 모두에게 열려 있어 누구나 예술과 친해지고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곳.

상업적인 성공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보이지 않아 오히려 조금 욕심을 내도 좋은 곳. 자연친화적인 프로그램은 특히 주말농장과 설치미술, 드로잉 등으로 꾸려져 아이들에게 더욱 쉽게 다가갈 예정이다.
6월 말까지 행복을 주는 5인의 작가를 초대해 열리는 ‘해피 바이러스 전’을 열어 행복한 바이러스를 퍼뜨릴 계획인 설미재미술관. 문화가 있는 날인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전 미술관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된다. 가평의 산자락 곳곳에 가평이 피워 놓은 꽃이 피어나길, 부디 그러하길.

전통문화체험관인 취옹예술관 역시 가평 지역 주민과 작가들을 위해 설립된 복합문화공간이다. 국내 최초로 전체 건물이 전통 한옥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축령산 밑 약 6600㎡ 대지 위에 야외공연장과 조각전시장, 전시실과 강의실 그리고 숙박시설까지 갖추어 가평의 문화와 예술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요즘 예비 신혼부부들 사이에 부쩍 관심이 모아지는 스몰웨딩이 전통 혼례 형태로도 진행된다고 하니 취옹예술관이 가평에 기여하는 바는 그 어느 곳보다 작지 않다.


어느덧 가평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행지로 발돋움한 아침고요수목원. 축령산의 풍부한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정원들을 원예학적으로 조화시켜, 한국 특유의 단아한 미를 예술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그려놓았다.



바로 옆에 아침고요동물원이 조성돼 동물들과 교감하는 공간으로도 이어질 아침고요수목원. 이 멋진 곳이 24시간 개방이 아닌 터라 그저 아쉬울 뿐이다.

이렇게 따뜻하고 화사한 가평에 시각적으로 꼭 있었으면 하는 것. 눈앞을 하늘거리며 날아다니고 특유의 소리 없는 날갯짓으로 마음의 평화를 내려주는 나비.
이 화원 약 5950㎡ 온실, 약 1057㎡의 나비존을 보유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온실 식물원으로 자라섬에 위치한 청정 자연환경을 갖춘 나비생태 식물원이다.


낭만자전거, 가평 레일바이크
이화원에서 나른하고 여유롭게 떠다니는 나비를 만나보았다면 이제는 조금 빠르고 시원하게 가평을 담고 싶다.
가평 시내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은 편이며 이미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레일바이크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 가평레일바이크. 옛 경춘선의 폐철로를 철거하지 않고 재활용한 것은 똑똑한 아이디어로 인정받는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오전 9시에 첫 출발을 하고, 이후 한 시간 반 간격으로 하루에 총 6회 운행한다. 조금은 느리게 흘러갔던 가평에서 기분 좋은 속도를 낼 수 있는 곳. 북한강이 옆으로 흐르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시간.
<사진=여행매거진 Go-On 제공>
프리랜서 이곤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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