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 치우겠다는 세력과 밀려 나지 않겠다는 세력간의 충돌이 힘겨루기의 양상으로 발전될 때 한나라당의 탈 부패, 선언은 또 한 차례의 밥그릇 싸움이 되어 더욱 침몰의 순간을 재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두루뭉실하게 뭉떵 거리고서 천막 당사에 들어앉아 표를 구걸하는 모습은 국민을 더 한층 우롱하는 처사로 비난 받기가 십상이다. 자칫 선거용 반짝 효과로 끝낼 수도그렇게 되면 박근혜대표의 정치력에 한계가 드러날 것이고 39년만의 제1야당 여성대표 시대는 자칫 선거용 반짝 효과정도로 끝낼 수도 있다. 이래저래 한나라당의 이번 총선 투어가 지금 상황으로는 매우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박대표를 중심으로 모두 함께 죽기를 작정하고 모든 것을 버릴 각오가 확실하면 선거일까지 남은 시간이 짧다고 해서 그다지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한번 사랑을 줬던 마음은 사랑을 배신한 상대를 더없이 미워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아쉬움과 허전함에서 오는 미련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한나라당이 과거 지지층의 그 같은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천막당사에서나마 초라한 표정을 접고 의연함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록 지은 죄가 크고 배신의 늪이 깊기는 하지만 이제 부패의 고리까지를 모두 잘라내고 보수와 진보로 대별되는 열린우리당과의 전쟁을 포기하는 선언을 해야 한다. 그리고 민생정치의 새로운 시작을 구체화 시키는 여성 대표의 섬세함을 보일 때가 바로 지금인 듯싶다. 갈등과 균열의 끝은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낡은 정치를 혐오해서 정치 판갈이를 한번 해보자는 국민 뜻의 분출효과를 얻은 까닭이다. 정치판을 뒤집는 것은 결국 기득권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에 저항하는 세력이 보수를 표방하여 개혁세력을 좌파 급진으로 몰아갈 때 우리 사회의 갈등 현상은 끝없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 공조직이 균열해서 적과 동지로 편을 갈라 이데올로기적 혈전이 빚어지는 시대착오적인 세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나라당은 기존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개혁 정당으로 면모를 바꿀 수 있는 현실 대안인 비례대표의 전면 배치가 또 다시 계보정치의 입김을 타고 순번을 다투는 불협화음을 드러낼 때면 한나라호는 일찌감치 항해를 포기하는 편이 옳다. 선거일이 다가 올수록 유권자들 마음은 전에 없이 아주 착잡할 것이다. 정치 판갈이와 더불어 세상이 바뀌는 데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고, 그에 못잖게 기대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런 민심을 똑바로 읽기만하면 분명한 해법도 있을 것 같다. 그 해법은 박근혜 대표가 대표취임 이튿날 조계사를 찾아 108배를 드리고 명동성당에서 고해성사한 그 마음 속에 들어있을 것이라 여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