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경영 비리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4년 만에 경영활동을 재개한다.
이 회장은 2030년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며 공격 경영 방침을 천명했다. 다만 건강 상태가 변수다. 아직은 휠체어에 의존하는만큼 건강 회복이 급선무다. 일각에선 승계 작업이 가속화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20년까지 36조 원 투자…‘2030 World Best CJ’ 목표
“획기적 비약 시점에 자리 비워 가슴 아프고 책임감 느껴”소회
이재현 CJ회장이 4년 만에 그룹 공식행사에 참석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17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서 열린 ‘CJ블로썸파크 개관식’겸 ‘2017 온리원 컨퍼런스 (ONLYONE Conference)’에 참석했다.
지난해 특별사면 이후 건강 회복에 집중해온 이 회장은 이날 휠체어와 부축에 의지하긴 했지만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할 정도로 건강이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이 회장은 기념수인 오엽송에 흙을 뿌리기 위해 휠체어에서 내려 두 발로 약 3분간 서 있었지만 삽을 뜨는 과정은 몸이 불편해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
몰려든 취재진을 향해 잠시 시선을 돌려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여러분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건강을 많이 회복해, 오늘 4년 만에 여러분 앞에 섰다. 정말 고맙다”며 “2010년 제2도약 선언 이후 획기적으로 비약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그룹 경영을 이끌어가야 할 제가 자리를 비워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글로벌사업도 부진했다. 가슴 아프고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오늘부터 다시 경영에 정진하겠다”며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 궤도에 올려놓겠다. 이를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계열사 사업들 속도전 예고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복귀와 동시에 비상경영위원회가 해체되고 CJ그룹의 정상화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도 복귀하자마자 2030년 ‘월드 베스트 CJ’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2020년 매출 100조 원을 실현하는 그레이트 CJ 달성을 넘어 “2030년에는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월드 베스트 CJ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경영 복귀 키워드가 ‘월드 베스트’인 셈이다.
CJ그룹은 올해 5조 원을 비롯 2020년까지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의 분야에 M&A를 포함해 총 36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은 “월드 베스트 CJ 달성은 우리 CJ가 반드시 이뤄야 할 시대적 소명이자 책무이며,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진정한 사업보국의 길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CJ, 국민들이 자랑으로 생각하는 CJ, 전세계인들이 인정하는 CJ를 만들어 가자”고 했다.
식품회사에서 문화기업으로 그룹을 성장시키며 숨가쁘게 달리다가 위기를 맞아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긴 공백 기간을 가졌던 이 회장은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해 국가경쟁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드러냈다.
이 회장은 “기존 산업이 쇠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 지금, CJ의 콘텐츠, 생활문화서비스, 물류, 식품, 바이오의 사업군은 국가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변수다. CJ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이 많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아직 모든 일을 하기에는 제한이 있는 상태다. 행사 당일에도 휠체어에 의존한 것이 현재 건강상태를 대변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승계 작업 가속화할 수도’
또 재계는 CJ그룹의 승계작업이 가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회장의 건강 문제도 있고, 이번 사태를 통해 오너 공백에 대한 리스크를 느낀 만큼 승계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씨는 지난 3월 상무대우로 승진하면서 경영에 본격 참여하고 있다. 경후 씨 동생인 선호 씨도 그룹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서 올해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날 이 회장이 딸과 사위, 그리고 아들까지 대동하고 행사장에 나타난 것도 그들의 입지를 넓혀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들은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4년간의 오너 공백 사태를 겪으면서 승계작업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을 수도 있다”며 “아울러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따가운 눈총도 이 회장의 안고 갈 숙제다. 일부 시민단체는 “아프다고 사면받은 이 회장 복귀는 석연찮다”는 지적을 한다.
한편 이 회장은 1600억 원대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지난 2013년 7월 구속기소됐다. 이 같은 이유로 CJ(주)와 CJ제일제당이 발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2014년 보수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재현 회장은 CJ제일제당에 손경식 CJ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와 함께 등기이사로 이름이 올라 있다. 등기이사 3명의 보수총액은 71억6000만 원으로 1인당 평균보수액은 23억8700만 원이지만, 손 회장이 56억200만 원, 김 대표가 15억5800만 원을 수령해 결과적으로 이 회장의 작년 연봉은 0원을 기록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