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조규영(47)씨는 “정부에서 신정연휴를 없애고 하루만 휴일로 정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80년을 넘게 지내 온 양력설 문화에서 후손들에게 일찌감치 개화와 신문화를 접하게 하려 했던 조상님들의 지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3년 전부터 이 마을 60, 70대 후손들이 중심이 돼 한국전쟁 이후 끊어졌던 팔목놀이와 화가투 놀이, 주사위놀이, 내방가사 읊기 등 주실마을의 전통놀이를 기억을 더듬어 재연하는 ‘민속놀이 대축제’를 마련해 양력 설 문화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이 마을은 1629년(인조7년) 호은공 조전이 입행해 터를 닦았으며 이후 1894년까지 265년 간 이 마을에서 62명의 선비들이 대소과에 급제하고 수많은 문집을 남기는 등 문향의 반석을 다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 마을은 관례와 혼례의 통합 등 생활개혁을 추진하고 월록서당 등 교육기관을 세워 후손들에게 일찌감치 배움의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또한 구 한말 의병운동과 개화개혁운동, 해외 신학촌 건설 등 독립운동에 뜻을 둔 인물들도 숱하게 배출됐으며 마을 안에 배영학당, 동진학교 등 노동야학과 여성야학을 세워 민족교육에 앞장서기도 했다. 민족시인 청록파 지훈 조동탁과 그의 형 세림 조동진 시인의 아버지 조헌영 선생은 신간회 중앙회 검사위원을 맡아 활동하면서 1927년부터 양력과세로 마을 설 문화를 개혁해 지금까지 78년째 이어오고 있다.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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