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매입, 글로벌 방산기업의 성장 촉진제 역할
항공기 사업 경쟁력 제고, 수직계열화 시너지 효과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한화테크윈이 물적 분할을 깜짝 선언했다. 증권업계는 한화테크윈의 물적 분할 선언으로 인해 일대 혼란이 일었다. 이는 한화테크윈이 회사 분할에 대해 언급한 바 없으며 물적 분할 예측 시나리오도 제기된 바 없기 때문이다. 한화는 4곳을 자회사로 두겠다고 밝혔다. 특히 한화다이나믹스·한화파워시스템·한화정밀기계(이하 모두 가칭) 등 3개는 한화테크윈의 사업부문을 떼어내 오는 7월 1일 독립회사로 분사될 예정이다. 이번 물적 분할 선언은 한화그룹의 모태인 방산사업 재조정을 통한 글로벌방산기업으로의 성장 의지라거나, 재벌 3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초석이라는 등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방산, 에너지 장비, 산업용 장비 부문을 물적 분할한다고 의결했다. 물적 분할 후 한화테크윈은 상장사로 한화다이나믹스(방산), 한화파워시스템(에너지 장비), 한화정밀기계(산업용 장비) 등 3개 신설 법인은 비상장법인으로 설립된다. 분할 기일은 오는 7월 1일로 전망된다.
현재 한화테크윈은 항공·방산 부문(에너지장비·항공엔진·발전기·자주포 생산)·시큐리티 부문(CCTV·카메라 모듈)·산업용 장비 부문(반도체 장비 생산)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번 물적 분할로 항공·방산 부문 중 방산과 에너지가 자회사로 분리되며 산업용 장비가 독립되는 것이다. 한화테크윈은 항공엔진과 CCTV 등을 생산하는 시큐리티 부문만 남게 된다.
이에 업계관계자들은 물적 분할 이후 한화테크윈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항공엔진 집중 육성을 기반으로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해석한다. 한화그룹의 모태인 방산사업을 미국의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같은 글로벌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 방산 부문은 2020년 탄약 및 유도 분야 국내 1위, 2025년 글로벌 톱 30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 성장세 높아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김 회장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을 인수하는 데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김승연 회장이 KAI를 매입할 경우 전투기제작사업까지 손을 뻗칠 수 있으며,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촉진제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화와 KAI의 매출을 합하면 목표로 잡은 글로벌 순위 30위를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항공기 사업 경쟁력 강화 ▲KAI 기체 생산과 함께 항공기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등을 기대할 수 있다. KAI는 한화테크윈이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KAI는 국내 유일한 항공기체계 종합기업으로 KT-1 기본훈련기와 T-50 고등훈련기, FA-50 경공격기 등의 전투기를 제작·판매한다. 또 올해 KAI는 보츠와나와 태국, 페루, 터키 등과 모두 5조 원 규모의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글로벌 항공기 제조 기업과 기체 부품을 납품하는 협상도 벌이고 있다. 하반기에는 미국 공군이 운용하는 노후화된 고등훈련기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의 입찰 결과도 나온다.
해당 사업의 규모는 후속 물량까지 합쳐 최대 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위성 본체의 국산화 노력도 시작됐다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지난달 27일 미래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KAI을 다목적실용위성 7호 개발 사업의 주관 기업으로 선정했다. 국산 위성 본체에 3100억 원을 들여 2021년 우주에 띄우는 게 목표다.
시기 예측 어려워
앞서 한화그룹은 그동안 KAI 인수 후보로 계속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초 KAI 지분 4%를 매각하면서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두산DST(현 한화디펜스)를 매입하기 위한 자금 마련이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현대자동차와 두산그룹의 DIP홀딩스 등이 지난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분을 모두 팔고 나갔지만, 한회테크윈은 예수보호 기간이 지나도 5% 이상의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한화는 한화테크윈을 통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분을 6%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19.02%)과 5%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수출입은행(7.74%)과 국민연금(8.26%)을 제외하면 유일한 민간기업이다.
한화의 KAI인수를 통한 글로벌 방산기업으로의 성장 시나리오는 만만치 않은 성장통이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금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비금융자회사인 KAI 지분을 2018년까지 정리한다는 방침을 세워 그 타이밍에 한화테크윈이 KAI 인수를 노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KDB산업은행이 수출입은행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 1조1000억 원을 현물 출자하기로 했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7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자본 확충 방식에 합의했다. 산은이 보유한 KAI 주식은 총 1853만7547주로 이중 1700만 주 가량을 수출입은행에 현물 출자키로 한 것. 출자가 완료되면 수출입은행은 지분 25%가량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대우조선해양 지원안을 발표하면서 건전성이 악화된 수출입은행에 대해 1조1000억 원의 자본 확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한화테크윈이 현금 마련, 정부규제 등의 벽에 부딪혀 KAI 인수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또 KAI는 지난 11일 종가기준 현재 시가총액이 6조 원을 넘는 대형기업으로 일각에서는 KAI 인수를 위해 최소 2조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측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화가 삼성 등과의 대형 M&A로 자금 여력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 당장 인수는 어렵다고 풀이한다. 그러나 한화테크윈이 남겨둔 시큐리티 부문은 향후 해외 M&A 등을 확보하기 위해 남겨둔 현금 출구로 풀이 돼 아직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화에스앤씨가 방산 부문 지분을 취득할 경우 우회적으로 승계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풀이한다. 한화 오너의 승계주로 꼽히는 한화에스앤씨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씨가 50%, 김동원 씨와 김동선 씨가 각각 소유한다. 한화테크윈과 한화 방산 부문 통합으로 신설된 법인 지분 취득 시 지배력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