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흔히 사용하는 텔레비전, 냉장고 등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제품은 찾아볼 수 없고, 텔레비전 대신 그들에게 세상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은 하나 있는 라디오이다. 또 냉장고가 없어 여름에는 음식들이 빨리 상하는지라 음식은 그날그날 만들어 먹는다. 추운 겨울에는 보일러가 아닌 아궁이에 땔감을 넣어 불을 지피고, 식수는 김 할아버지가 30여 년 전에 땅을 파서 만든 우물에서 길러 먹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이 집에서 태어나 70년 넘게 줄곧 여기서만 살았다”며 “전기가 없어 불편한 걸로 말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내동천 이익균 이장이 지난해에는 군에 사정을 알리고 전기설치를 해줄 것을 건의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전주에서 200m까지는 전주가 무상으로 설치되나, 그 이후부터는 1m초과 때마다 4만 7천원이라는 금액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한전에 따르면 이들이 전기를 놓고 싶다면 2천만원이라는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할아버지는 농약중독으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고령으로 인해 그나마 있는 땅에 농사짓기도 힘들다. 더구나 요즘은 멧돼지들이 자주 나타나 농사를 망치는 바람에 제대로 수확이 안돼 먹고살기도 어렵다. 김 할아버지에게 지난해부터 나오는 월 보조금 11만원 정도와 할머니가 틈틈이 산에서 캔 약초를 판 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어 그들에게 2천만원은 상상도 못할 거금이다. 군도 “행정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과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군에서도 지원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도울 방법이 없다”고 말해 이들에게 전기로 불을 켜는 것은 영영 바람에 그칠지도 모른다.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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