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사찰이 때아닌 소송전에 휘말린 사연은 이렇다. 사건의 발단은 10년 전인 지난 95년 초 전북 진안군이 마이산 남부집단시설지구 개발계획을 추진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안군은 이같은 계획을 추진하면서 금당사측에 사찰부지 중 일부를 개발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에 금당사는 조계종 총무원에 이 사실을 전달했고, 총무원은 고심 끝에 “공공목적이면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따라 당시 주지이던 일주스님은 매매계약을 위해 진안군과 협의를 했다.문제는 이후에 터졌다. 진안군은 당초 계획과 달리 예산문제에 부닥치자 민자유치로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당시 사업을 담당했던 K씨는 “당초 진안군에서 이 사업을 추진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결국 민자유치로 사업방향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부터 금당사 소유의 이 땅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그동안 사찰측은 진안군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7년이나 흐른 뒤인 2003년 1월 유씨와 채 씨가 매매계약서를 증거로 소유권 등기이전을 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나 사찰측은 ‘특정 개인과는 매매계약을 한 적이 없다’며 계약 자체를 부정하게 된 것이다. 금당사 현 주지 성호스님은 “매매계약 당사자로 되어 있는 일주스님(당시 금당사 주지)에게 확인한 결과 현재 소유권을 주장하는 채씨와 유씨를 그동안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며 “일주스님은 진안군과 계약을 하는 줄로 알고 금당사 도장을 건넸지 특정 개인과 계약한 사실은 모르는 일이라는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금당사측이 이같은 태도를 취하자 채씨와 유씨는 전주지법에 2003년 11월 부지매입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1995년 12월 중순경 당시 주지였던 일주스님과 2억1,092만원에 부지를 매매하기로 계약했으며, 당일 3천만원을 계약금조로 지불하고 1996년 2월29일까지 중도금과 잔금을 모두 지불했다”고 주장했다.전주지법은 지난해 말 1심 판결에서 “매매계약서는 문제가 없으니 금당사는 (채씨와 유씨에게)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이같은 법원측의 판결에 대해 금당사는 불복, 현재 고법에 항소한 상황이다. 소유권 소송을 벌이고 있는 유씨와 채씨 등의 변호인측도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매매계약서는 정당하게 작성됐으며, 금당사측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하고 “법원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해 원고 승소판결을 했다”고 반박했다.
금당사 사찰 부지를 둘러싼 소송의 쟁점
금당사 시찰부지의 소유권이전 소송을 두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쟁점사안을 짚어봤다.첫 번째 쟁점은 매매계약서 자체가 위조됐다는 것. 1995년 당시 계약자로 되어 있는 일주스님은 “계약서를 쓰거나 위임한 일이 없고, (채씨 등이 주장하는) 중도금이나 잔금을 받는 장소에 참석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현 주지인 성호스님은 “정상적인 매매계약서라면 금당사의 직인이 찍혀야 하는데도, 일주스님의 개인 도장이 찍혀 있어 위조된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인측은 “정당한 절차”임을 강조했다.두 번째 쟁점은 이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채씨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고위인사의 친인척이라는 점이다.
성호스님은 “수년전 청와대 고위인사로 재직중이던 A씨가 전주에 내려와 나를 만나자고 해 전주시내에 있는 호텔에서 만났다. 그 자리에서 A씨는 (사찰부지 매매와 관련해) 협조를 부탁한 적이 있다”고 공개했다. 일주스님도 “A씨가 금당사에 두 차례 찾아와 문제의 땅을 둘러본 뒤 진안군에 협조하면 금당사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측은 “잘모르겠다”고 답했다.세 번째 쟁점은 왜 채씨 등이 실제 계약한 시점보다 7년이나 지난 뒤에 소송을 제기했느냐는 부분. 성호스님은 “계약이 정당했다면 7년이나 흐른 뒤에 소송을 제기할 까닭이 없지 않느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에대해 변호인측은 계속 소유권이전을 요구했지만 사찰에서 거부해 소송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곳이 온천 지역으로 알려지면서 현지 부동산 업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점도 관심사다. 성호스님은 “온천 전문가들과 건설업자들이 수차례나 찾아와 투자제안을 했다”며 온천 개발에 따른 투자수익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도 “온천 유망지로 알려진 것은 사실이며, 온천이 개발되면 문제의 땅은 평당 수백만원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진안군 관계자는 “온천 얘기는 처음 듣는 것”이라며 “온천 매장과 개발계획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진안=이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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