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서 기(氣)가 흐른다?
그림에서 기(氣)가 흐른다?
  • 진주=박유제 
  • 입력 2005-08-03 09:00
  • 승인 2005.08.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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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작품활동을 하면서도 그 흔한 개인전 한번 열어보지 않은 무명화백의 그림에서 기(氣)가 흐른다면 믿을 수 있을까?경남 진주시 금산면 ‘금호지’라는 저수지 옆에 금호정이라는 작은 정각 하나가 저수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곳에는 퇴계 선생이 다녀간 곳이라 하여 유적비도 세워져 있다.오랫동안 방치되다시피 했던 이 정각을 사글세로 얻어 작업장 겸 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 무명화백이 있다. 지난 30여년간 서울을 비롯해 전국을 유랑하며 탱화 등 불교미술을 그리던 ‘연풍(蓮風)’ 황인창 화백.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황인창 화백은 초,중학교 때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 각종 그림상을 독차지하다시피 했다.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고모 댁으로 고등학교 유학길에 올랐던 그였지만, 결국 미술대학에 진학하고 싶었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단지 먹고 살기위해’ 초상화를 그리게 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작고한 강상백 화백을 만나 인물화에 대한 기법을 배운 것이 불교미술 화가로 외로운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다.80년대 후반 객지생활을 마감하고 고향과 가까운 진주에 ‘둥지’를 튼 그는 자신의 아파트 한켠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어쩌다 사찰 등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탱화를 그려주곤 했다.10여년 전부터는 인물화를 배운 것을 토대로 달마도를 그리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창작활동에 몰입하게 되면서 한국불교미술연구원을 설립하기도.그러던 중 2년 전쯤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막내동생이 “달마도에서 기가 흐른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형의 그림에도 흐르는지 확인해 보자”고 권유해 왔다.동생의 권유로 수맥탐지봉을 자신의 그림에 갖다 댄 화백은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맥이 흐르는 곳에 탐지봉을 갖다대면 교차되지만, 자신의 그림을 올려놓으면 탐지봉이 끄떡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취재기자가 사실 확인을 위해 불교미술연구원을 방문, 수맥이 흐르는 장소에서 황인창 화백의 그림을 놓고 실험을 해봤다.그 결과 황인창 화백의 그림에는 수맥차단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그림이지만 미완성 작품이거나, 다른 사람의 작품은 수맥탐지봉이 교차됐다.물론 그가 그린 그림은 달마도 뿐만 아니라 관음도, 채색화, 석가모니 후불상, 탱화, 산수화, 인물화 등을 망라해 기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또 그림의 재료가 먹이든 물감이든 금분이든, 바탕재료가 종이든 실크든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그림이면 기가 흘렀다.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지역언론은 물론 공중파 방송에서도 불교미술연구원을 방문, 이 신기한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그의 그림에서만 기가 흐르는 것일까?황인창 화백은 “언론에 보도되면서 몇 년간을 수련했느냐거나 기도했느냐를 물어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난 수련도 기도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작품을 시작하게 되면 모든 것을 잊고 작업에만 몰입할 뿐”이라고 말한다.그는 또 “그림에서 기가 흐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세 명이 있는데 한 분은 부산에서, 다른 한 분은 경남 고성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밝혔다.그의 주변에서는 “외로운 불교예술 인생을 펼쳐온 그에게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이 주신 선물은 아닐까?”라는 이색적인 평가도 내놓고 있다.“붓을 들 수 있을 때까지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불교미술에만 전념할 것”이라는 황인창 화백은 “그림에서 기를 체험하실 분은 누구든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

진주=박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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