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팔순 노모 ‘현대판 고려장’
치매 팔순 노모 ‘현대판 고려장’
  •  
  • 입력 2005-08-29 09:00
  • 승인 2005.08.2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지난 22일 치매 증세를 보이는 노모를 내버린 혐의(존속유기)로 김모(5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평을 듣던 김씨의 가정에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여든 살을 넘긴 노모가 총기가 갑자기 흐려지면서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는 등 치매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불과 1년 사이 증세는 더욱 심각해져 대소변을 못 가리는가 하면 잦은 가출로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기 일쑤였다. 김씨의 아내(50)는 치매기 있는 노모 모시는 일을 힘들어했다. 그로 인해 김씨와 아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투었고 급기야 아내는 가출을 해 버렸다. 가정불화를 참다못한 아들(22)마저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상태다. 이때부터 치매 노모를 수발하는 일은 오로지 김씨의 몫이었다.

하루 세 끼 식사를 챙기고 대소변을 받아내는 것은 기본이고, 언제 어디로 노모가 가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마음놓고 일을 나갈 수도 없었다. 김씨의 불규칙한 출퇴근으로 일자리는 금세 끊겼고, 수입이 없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이 뒤따른 것은 당연지사. 김씨의 인내심도 마침내 바닥을 보였다. 어머니를 편안하게 봉양할 수 있는 경제적 형편도 못 되었기에 차라리 ‘현대판 고려장’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씨는 지난 10일 오후 영도구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에게 “병원에 간다”고 속여 택시를 함께 타고 부산 침례병원 앞에 도착한 뒤 혼자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경찰은 지문 감식으로 노모의 신원을 밝혀낸 뒤 11일 만에 아들 김씨를 찾아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병원 앞에 모셔다 놓으면 병원이나 사회복지기관에서 잘 돌봐 줄 것으로 생각했다”며 뒤늦게 고개를 떨구었다. <부산일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