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말려든다…일단은 참자”
“자칫하면 말려든다…일단은 참자”
  • 이철호 언론인 
  • 입력 2003-07-31 09:00
  • 승인 2003.07.3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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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대표 주변 포진 386 당직자들의 온건론 크게 작용 후문정치권 최고의 핵폭탄이 발견되었다. 집권당 대선자금 일단이 공개된 것이다. 50만표차로 석패한 야당이 가만 있을 리 없다. 진상규명과 정권퇴진 요구는 당연한 수순이다. 이전 같으면 그랬었다는 것이다.그런데 의외로 한나라당이 조용하다. 쟁점화를 피하는 인상이다. 그 이유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선자금이 아니라는 것이다.민주당 정대철대표가 굿모닝시티 자금 일부가 노무현 대통령대선자금 일부로 유입되었다고 증언했을 때도 한나라당의 반응은 미지근했었다.곧이어 정대표가 민주당은 지난 대선기간중에 돼지저금통외에도 기업으로부터 200억원이나 선거자금 모금이 있었다고 했을 때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성명논평 몇 번 내다가 말았다.마침내 청와대비서실장에 이어서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자금 공동공개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해도 별 액션이 없었다.

핵폭탄은 불발탄 처리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집권당대표 개인비리의혹이 터지고, 대선자금 불법모금 의혹이 제기되고, 집권당 대선자금이 공개되는데도 상대당이 개 닭 보듯해버리니 쟁점이 될 리 없다.예전 같으면 어땠을까?아마 국정조사와 특검 주장은 당연한 것이고 기다리지 못해 야당 자체 진상 조사에 나섰을 것도 뻔하다. 소위 나바론팀인 저격수들이 아마 총출동 되었을 것이다. 장외투쟁, 청와대 앞 시위, 검찰청사 방문도 다반사였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 과정에 정권퇴진요구도 빈발했을 것이다.

야당이 적극적인 대응을 안하는 이유는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약점이 있어 일부러 쟁점화를 피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닌 것 같다.사실 대선자금을 제대로 공개하고 선후를 따져 책임을 묻는다면 아무래도 야당보다는 여당이 불리하게 되어 있다.설령 양측에 문제가 발견된다 해도 야당후보야 낙선하고 정계은퇴해 있는데 더 이상 손해 볼 것이 뭐 있느냐는 식이지만 여당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정통성에 흠집을 내며 공격해 들어오면 여간 곤혹스럽지 않을 것이다. 국가최고지도자의 지도력에 보통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이미 정치자금과 관련, 많은 공격을 받아봐서 대선자금 서류도 어지간한 준비는 다 해 놨을 것이 틀림없다. 한 때 한나라당 내부에서 강경파들은 정면승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소문도 나왔다. 어차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던진 카드를 전격 수용 해 버리자는 것이다.즉 대선자금뿐만 아니라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동시에 실시하자고 수정제의하고 대선 후보 경선자금까지 조사하자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정치자금 수사결과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대로 처벌받게 하자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그러나 어쨌든 이런 강경파의 목소리는 공개도 되지 않은 채 밀리고 말았다.여기에는 최병렬 대표 주변에 포진한 386당직자들의 온건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정치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살점을 꼬집어 가면서라도 인내하면서 대결정치를 피해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들의 논리. 그것이 민주당에 말려들지 않는다는 것이 한나라당 젊은 의원들의 생각이다.

이철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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