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는 “신당창당은 노대통령의 뜻이나 다름없다”며 “지난 대선때 대통령을 흔든 사람들이 신당을 반대해 와 지지부진했지만, 결국 신당은 만들어질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의 지지도가 신당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대통령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어서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그는 여전히 민주당 자체와 구당파 의원들에게 대한 불신을 감추지 못했다. 이내정자와의 인터뷰는 지난 7월24일, 여의도 소재 모호텔커피숍에서 60여분간에 걸쳐 진행됐다. 지난 5월 ‘구주류 4적’과 신당반대파 14인을 공개 지목해 논란이 됐던 이강철 민주당 대구시지부장 내정자. 이후 그는 한달만에 구주류측의 ‘뻐꾸기 10인방’ 명단에 오르는 등 구당파측의 비판대상인 신당 강경파의 핵심인물로 지목됐다. 신당추진기구에서도 현역의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신당추진의 핵심멤버다. 신당파들이 득세하던 정권 출범 초만해도 그는 ‘노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현역의원 못지 않은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는 듯 했다.
하지만 구당파측의 반격이 만만찮게 전개되자, 이내정자의 입지는 서서히 좁혀져 갔다. 민주당에서도 그의 얼굴을 보기는 좀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이내정자와의 인터뷰는 아주 우연히 이뤄졌다. 신당추진기구 분과위원회 회의차 의원회관에 들렀다는 그는 기자의 갑작스런 인터뷰 요청에 이내 당황해하면서 분과회의가 끝나면 만나겠다고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했다. 이날은 정대표의 청와대 문책인사 요구 파문으로 민주당 안팎이 뒤숭숭했던 때다.
다음은 이내정자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굿모닝게이트 등 정치사건 때문인지 신당논의가 주춤한 것 같다. ▲당내 문제가 많아 신당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어색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노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한 게 가장 큰 문제다. 신당의 성패는 노대통령의 지지도에 달려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너무 낮아 걱정이다. 하지만 결국 전국정당화를 위한 신당은 반드시 출범할 것이고, 노대통령도 조만간 놀랄만한 국민적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알고 있다.
-신당의 성패가 노대통령에게 달려있다면 결국 신당이 ‘노무현당’이라는 일부 지적이 맞다는 얘긴가. ▲당·정이 분리된 상황에서 그런 말은 옳지 않다. 다만 신당의 취지가 노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 온 정치관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지금까지 초지일관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전국정당화와 국민에게 공천권을 줘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신당의 취지 역시 그렇다는 것뿐이다.
-일각에서는 굳이 신당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보다 정당지지도가 10% 안팎을 웃도는 현민주당을 굳이 깰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민주당 공천을 가지고는 결코 영남을 공략할 수 없다. 민주당은 호남색이 너무 짙은 정당이라서 지역구도를 깨는데 한계가 있다. 내년 총선은 지역정당 구도가 아닌 철저한 인물구도로 가야 한다.
-개혁신당보다는 통합신당이나 리모델링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 같은데 이내정자는 개혁신당론자 아닌가. ▲당내 의견이 서로 너무 달라 개혁신당은 어려운 것 아닌가. 신·구 현역의원들끼리 잘 타협하고 있으니까 뭔가 해답이 나오지 않겠나.
-(개혁신당 창당을 위하여)차라리 탈당할 생각은 없는 건가. ▲민주당내 추진중인 신당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 대선때 이미 경험한 것처럼 정치개혁을 위한 신당창당은 시대흐름이다. 노대통령도 이러한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대흐름과 맞아 떨어져 당선된 거다.
-구당파(정통파)의 반발이 거세지면 결국 분당할 수밖에 없지 않나. ▲솔직히 그 사람들은 할 말이 없다. 지난 대선때 자당 후보를 흔들었던 사람들이 지금와서 민주당을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알지 않나. 얼마나 대통령을 흔들어 댔나.
-하지만 한나라당 탈당파 5인보다 적어도 그들은 노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았겠나. ▲누가 어느 후보를 찍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지난 대선때 그들은 선대위를 전혀 도와 주지 않았다.
-이내정자는 구당파 의원들이라기 보다는 민주당 자체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민주당이 대통령 발목을 잡고 있다. 대북송금 특검수용이나 이라크 파병 문제만 봐도 그렇다. 국익을 생각한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봐주지 않고, 오히려 집권당이 사사건건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현정부가 들어선 이후 민주당은 재집권을 이뤄내고도 집권여당으로서 면모를 갖추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대통령이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솔직히 지난 대선은 민주당 보다는 노무현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시대흐름이 노무현이라는 대통령을 만든 것이지 민주당은 시너지 효과를 내줬을 뿐이다. 노대통령은 호남색이 강한 민주당 보다는 전국정당을 지향하고 있다.
-앞서 노대통령의 지지도가 낮다고 말한 바 있다. 노대통령의 지지도가 왜 하락하고 있다고 보는가.▲언론의 지나친 비판 보도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문제의 발언이나 잘못된 부분만 지나치게 꼬집어 비판하니까, 국민들의 시각도 부정적이 돼 가는 것 같다. 언론과 권력이 각각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하는데, 언론이 지나치게 기득권에 연연하다 보니까, 노대통령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국익을 위해 언론도 노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사심을 갖지 않고,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노대통령의 386핵심인사인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의 “집권당 사무총장 되겠다”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 기사를 놓고 당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그러한 안부소장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확인해보니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언론에서 잘못 썼다며,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겠다고 그러더라.
-이내정자는 지난 98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총재를 지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당시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 당시 통추는 DJ와 이회창 후보를 놓고 정권교체냐 세대교체냐를 놓고 고심을 했었다. 결국 정권교체쪽으로 결정이 기울어졌는데, 통추멤버 중 나를 비롯해 이철·제정구 등은 DJ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대구를 지역구로 둔 나로서는 DJ를 지지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신당창당과 관련해 영남조직들을 관리하고 있는데.▲대구지역에 기반을 뒀기 때문에 대구·경북지역은 거의 도맡다시피 바삐 뛰고 있다.
-(그 지역)외부인사 영입작업은 잘 돼가나. ▲초창기에는 잘 됐는데, 지금은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아져선지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은게 사실이다.
-앞서 8·15 광복절 기념연설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는데.▲그때 노대통령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열어가자”는 대국민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적 신뢰와 믿음은 다시 회복될 것이고, 신당창당도 엄청난 탄력을 받을 것이다.
김은숙 iope7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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