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헤어질때가 됐다”
“이제 그만 헤어질때가 됐다”
  • 홍성철 
  • 입력 2003-08-06 09:00
  • 승인 2003.08.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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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민주당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이른바 ‘굿모닝게이트’로 촉발된 여권 내부의 이상기류는 갈수록 냉각되고 있다. ‘386음모론’ ‘청와대 문책론’에 이어 민주당 주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탈당설’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노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여야를 망라하고 하한정국 핫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분위기다. 청와대측은 ‘탈당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일련의 정국정황에 비춰볼 때 “탈당이 무르익고 있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관련 신주류 핵심인사는 최근 기자를 만나 “노 대통령의 탈당 의지가 굳어지고 있고, 민주당도 더 이상 노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며 “내년 총선 일정을 감안해 늦어도 8월말까지는 탈당문제가 매듭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이후 안정적 집권기반 구축위해 당적 이탈 고려” 후문 “대통령에게 실망” 일부 신주류까지 가담한 당 압력도 한몫익명을 요구한 이 핵심인사는 “노 대통령이 탈당을 머뭇거릴 경우 민주당이 먼저 탈당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발언도 덧붙였다.신당론을 비롯한 정대철 대표의 검찰 소환문제 등 일련의 정국이슈에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만큼 민주당이 먼저 노 대통령 탈당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이 인사가 전한 발언의 요지다.

이 인사의 전언처럼 실제로 청와대와 민주당 주변에서는 노 대통령 탈당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형식과 명분을 둘러싼 해석 차이는 있지만 양측 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탈당설은 궁극적으로 노 대통령 당적이탈 문제와 맞물려 있다.청와대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스스로 당적을 이탈하는 방안이 신중히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론을 비롯한 획기적인 정치개혁, 정부와 국회의 새로운 관계 설정 등을 위해 적절한 시기에 민주당을 탈당, 당적을 갖지 않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후문.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의 탈당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이러한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 스스로 얼마전 자신은 정당의 영수가 아닌 행정부의 수장이라며 정부와 국회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모색하고 있음을 암시했고, 민주당 의원들의 면담도 거부하며 일정한 ‘선 긋기’ 행보를 걷고 있다.지지부진한 신당론과 내년 총선 이후의 정국운영 포석도 탈당설을 부추기고 있다. 총선정국이 무르익으면 어느정도의 정계개편은 단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집권 여당이 단독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그림은 나오기 힘들다는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총선 이후 안정적인 집권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합종연횡 등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고, 이 경우 대통령이 당적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또 얼마전 청와대 문희상 비서실장과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가 만나 노 대통령과 최병렬 대표의 회동문제를 조율한 배경에도 민주당과의 결별을 염두에 둔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민주당 주변에서는 노 대통령의 탈당설이 보다 심도깊게 논의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민주당 중진들이 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검찰총장의 국회출석을 제도화하겠다”, “장관 해임을 건의하자”는 등 과거 야당에서 제기됐던 주장들이 집권당인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구주류 중진인 정균환 원내총무는 전북 부안군 위도의 핵폐기물 처리장 설치문제와 관련해 정부정책과 노 대통령의 처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정 총무는 25일 “군민의 평화적인 유치 반대 집회를 경찰이 무차별 진압해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 정부에서는 부안군수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나 하고 영웅시한다”며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추미애 의원은 “무차별 공권력을 행사한 행자부장관과, 주민에게 무분별한 설득을 벌인 산자부장관에 대해 당 차원에서 해임건의안을 내야 한다”며 비판수위를 높였다.구쥬류 좌장격인 한화갑 전 대표도 청와대 공격에 가세하고 있다. 한 전대표는 30일 민주당 체제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신탁통치’라고 맹비난 했고, 31일에도 SBS 라디오에 출연해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당외에서 당내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것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언급, 청와대를 간접적으로 겨냥했다.이처럼 구주류 중진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내부의 청와대 비판수위가 높아지자 청와대측은 몹시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비판 대열에 정대철 대표를 비롯한 일부 신주류 인사들도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민주당 내부에선 내년 총선 전략과 맞물려 노 대통령 탈당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실제로 정대철 대표는 30일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의미있는 화두를 던졌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노 대통령과 함께 가는 것인지, 또 노 대통령과 어디까지 같이 가야 하는지에 대해 심도있게 토론해야 한다”며 내년 총선을 노 대통령 깃발로 치를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 간판으로 치러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것. 정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노 대통령의 탈당문제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청와대 일각에서 노 대통령 탈당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인 만큼 당 차원에서도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화두를 던졌을 것이란 관측.정 대표의 발언을 접한 의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구주류측은 대부분 “노 대통령 깃발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 강경파는 “대통령이 머뭇거리면 당이 먼저 탈당을 요구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50년 전통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를지, 새 대통령을 간판으로 선거를 치를지를 물으면 당원들의 대답은 자명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표현했고,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구주류계 정치 신인들도 “지역구에서 노 대통령 얘기하면 오히려 표가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또 한화갑 전대표는 오래 전부터 “내년 총선에선 ‘탈 노무현’을 해야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또 중도파인 김근태 의원은 “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회복되면 도움이 되겠지만, 현상태가 유지되면 민주당 간판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하지만 일부 신주류는 영남표 공략을 위해서는 노 대통령 간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성호 의원은 “민주당 지지자엔 민주당 간판으로, 노 대통령 지지자엔 노 대통령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고, 설훈 의원도 “영남표 공략을 위해선 노 대통령 간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처럼 노 대통령의 탈당문제는 이제 ‘설’ 주준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신주류 핵심 인사의 전언처럼 노 대통령의 탈당문제는 9월 정기국회 이전에 결론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따라서 현재 여름휴가중인 노 대통령의 향후 정국 구상에 탈당문제도 자리잡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노 대통령의 휴가구상 보따리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관측과 무관치 않다.

홍성철  anderia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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