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시작, 법정 선거비용 1인당 509억 ‘선거 특수’ 18일 이전 후보 단일화 없다?
‘쩐의 전쟁’ 시작, 법정 선거비용 1인당 509억 ‘선거 특수’ 18일 이전 후보 단일화 없다?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7-04-07 19:59
  • 승인 2017.04.07 19:59
  • 호수 1197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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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따라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 ‘먹튀’ 나올까?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각 정당은 대선 후보들 간 경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선거 자금을 모으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정신이 없다.

선거를 치르는 데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 당 경선을 치를 때부터 수천만 원부터 수억의 기탁금을 내야 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문수 전 의원이 돈 때문에 선거를 포기했다는 말이 나오는 건 괜한 소리가 아니다. 돈 문제는 후보 단일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치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보조금 지급일인 4월 18일 이전 단일화는 없을 거란 얘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2012년 이정희 후보 중도 사퇴 후 개정안 논의됐지만 지지부진
15% 이상 득표 시, 법정선거 비용 내 지출 선거비 전액 보전


최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등 각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공식 선출됐다. 한 달여 남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제는 개인이 아닌 당 차원의 지원을 받는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대선 레이스는 모든 게 돈과 직결된다. 후보들이 이용하는 자동차부터 식비, 홍보물 제작 등 모든 게 다 돈이다. 자연스레 정당 및 당원 규모 등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소속 의원이 많아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는 선거보조금도 많이 받을 수 있다.
 
법정 선거비용 1인당
509억 ‘선거 특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 당 대선후보가 쓸 수 있는 법정 선거비용을 509억9400만원으로 정했다.

올 대선은 유례없는 후보 풍년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후보들을 제외하고도 각 정당 후보들만 해도 5명이다. 이들이 선거비용 제한액 전부를 선거에 사용한다면 2500억 이상이 선거판에 풀린다.

각종 정치컨설팅업체, 홍보업체, 설문조사업체들에게는 4월이 ‘잔인한 달’이 아닌 ‘선거 특수’라 불릴 만하다. 탄핵정국으로 위축된 국내 경기 상황 속에서 이처럼 단기간 엄청난 돈이 풀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당 경선을 거치면서 대선주자들은 이미 큰 돈을 써 왔다. 당 예비후보 시절 진행됐던 TV토론, 전국 순회연설 등 경선비용도 분담한다. 예비후보 기탁금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4억 원, 자유한국당 3억 원, 국민의당 3억5000만 원, 바른정당은 2억 원이었다.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후보 등록하면 법정선거비용의 5%인 25억 원까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경선 후보 시절 모금액과는 별도로 최대 25억 원을 추가로 모집할 수 있다.

선거비용은 선거운동의 기회 균등과 선거공영제 원칙에 따라 선거 후 유효 투표 총수의 15% 이상 득표한 경우 선거비용제한액 범위 안에서 지출한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해 준다. 10~15% 미만 득표한 경우 절반만 보전받는다.
 
보조금 받고 단일화?
반환 의무 없어 문제

 
대선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후보 단일화 논의도 활발하다. 아직까지는 현실화 가능성이 불분명하지만 하루가 달리 요동치는 정치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후보 단일화 얘기가 나오면서 선거보조금이 주목 받고 있다. 돈도 돈이지만 선거보조금이 나오는 18일이 후보 단일화의 분수령이라는 얘기다.

각 정당에 배분되는 선거보조금은 의석수에 비례한다. 이번 대선에서 각 정당이 받게 될 보조금은 더불어민주당 124억 원, 자유한국당 119억 7천만 원, 국민의당 86억 6천만 원, 바른정당 63억 4천만 원, 정의당 27억 6천만 원으로 총 420억여 원이다.

대통령 후보 등록일은 16일까지다. 이 날짜 안에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 선거를 포기한다면 선거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후보 등록 후 18일 선거보조금을 받은 뒤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선거보조금은 고스란히 정당이 갖게 된다. 반납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후보 입장에서는 대권을 향한 꿈을 접어 아쉬울 수는 있어도 당의 곳간을 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물론 ‘먹튀 논란’은 피할 수 없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가 27억 원의 선거보조금을 받고 선거 직전 중도 사퇴했다. 당시 '먹튀 논란'이 불거져 선거법 개정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직까지 규정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여의도 정치 현장에서는 돈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선거보조금 지급 예정일인 18일 이전 후보 단일화는 없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가만히만 있으면 수십 수백억 원의 보조금이 들어오는데 이를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선거서 지고 쪽박?
15% 득표 쉽지 않아

 
대통령 선거는 권력을 잡기 위한 경쟁이지만 돈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선거에서 지고 쪽박을 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거전을 위해 무턱대고 돈을 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480억 원, 문재인 후보는 450억 원을 선거비용으로 썼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됐다. 박 전 대통령은 자유한국당, 문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선거가 가능했다. 하지만 군소 후보들은 선거 자체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선거비용을 전액을 보전받기 위해서는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해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4일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출판 간담회 자리에서 “사실 예산 문제가 녹록치 않다. 예산은 필요한 최소한만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유 후보는 “예산 때문에 제가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고 음해하는 세력이 있는데 그것은 음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홍준표 후보가 “유승민 후보가 대통령 선거 보조금 50억을 받은 뒤에 합당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러면 정치적 사망”이라며 “영원한 제2의 이정희가 된다”고 비난한 데 따른 대응이었다. 선거 보조금을 둘러싼 홍 후보의 정치공격적 발언이었지만 넉넉지 못한 선거 비용을 책정해 놓은 바른정당으로서는 아픈 곳을 찔린 상황이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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