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분석] 대선 주자 5人의 안보관, 대한민국의 우방은 어디?
[집중 분석] 대선 주자 5人의 안보관, 대한민국의 우방은 어디?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7-04-07 17:53
  • 승인 2017.04.07 17:53
  • 호수 1197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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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안보관으로는 왕좌에 앉을 수 없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文, 중국에겐 ‘설득’ 미국에겐 ‘NO’!
- ‘안보는 보수’라는 安, “뒤에 있는 박지원은 어쩌고?”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KAL기 폭파사건’. ‘중부지역당 사건’. ‘NLL 포기 발언’. ‘불안한 안보관으로는 왕좌에 앉을 수 없다’는 대선 공식을 탄생시킨 사건들이다. 정치권은 2017년 ‘장미 대선’에서도 이 공식은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안보는 보수’를 주장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가 ‘종북 안보관’을 끊임없이 지적받고 있는 문재인 후보를 위협하고 있는 모습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권교체’에만 집중됐던 국민들의 시선이 ‘안보 불안’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일요서울]은 안보·국방 분야 핵심 쟁점별 대선 주자 5인방(문재인·안철수·홍준표·심상정·유승민)의 입장을 정리했다.

▲ 사드 배치, ‘불안한 안보관’의 대표적 사례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지상 요격 시스템 중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종전’이 아닌 ‘휴전’ 중인 한반도에서 사드는 필수 불가결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선 주자들 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현안이 바로 ‘사드 배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사드 배치’에 대해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가 안보의 핵심 현안인 ‘사드 배치’를 ‘포퓰리즘 정책’쯤으로 여긴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그의 참모들도 ‘재검토’와 ‘찬성’ 입장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2016년 7월 정부가 경북 성주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직후 “재검토와 공론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여론이 ‘사드 배치’ 찬성으로 기울자 문 후보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모호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지난 1월 15일 그는 “사드 배치를 그대로 강행하겠다거나, 반대로 사드 배치 결정을 취소하겠다거나 이런 방침을 가지고 요구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재검토라는 주장에서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도무지 찬성인지 반대인지 알 수 없는 모호성이 짙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사드 배치를 극렬히 반대했지만,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황급히 태세 전환에 들어가며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여론 추이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안보관은 국민에게 불안감을 준다”며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은 어쩌면 중국과 북한이 좋아할 만한 방향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당 따로 대선 후보 따로’인 웃지 못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안철수 후보의 사드 배치 입장은 분명하게 정리가 됐다. 그는 경선 과정 중 수차례에 걸친 TV토론에서 “국가 간의 합의는 다음 정부에서도 존중해야 한다”며 “북핵이 대한민국 안보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안보를 위해서는 동맹국과 함께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중국에 이해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국민의당의 당론은 수개월 전에 정해진 ‘국회 비준 없는 사드 배치 반대’ 그대로다. 당론과 대선 후보의 입장이 서로 맞지 않는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후보는 사드 배치에 관해 한결같은 입장이다. 홍 후보는 지난달 30일 사드 배치와 관련해 “죽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냐,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냐를 따지면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홍 후보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우측으로 한 칸 더 이동한 모습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드 배치가 북핵을 저지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후보와 ‘보수 적통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역시 지난 5일 사드를 추가 도입하고 북핵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전략 무기를 개발하겠다는 내용의 안보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후보 뒤에는 박지원 대표가 있다”며 안 후보의 안보관이 의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후보는 최근 ‘단일화’에서 ‘자강론’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강경한 안보관과 안 후보 ‘때리기’를 통해 본인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후보는 이미 ‘보수의 심장’ TK에서 ‘배신자 낙인’이 찍혀 있다. 얼마 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당시 ‘물벼락’을 맞을 뻔했던 사실은 대구 시민들이 유 후보에게 느끼는 ‘배신감’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강경 안보’ 하나로 ‘배신자 낙인’을 지우기는 이미 늦었다는 게 중론이다.

‘안보관’의 좌측 끝자락에 서 있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사드 배치는 파면된 박근혜 정권이 벌인 최악의 외교·안보 참사”라며 사드 배치를 즉각 중단해야 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한 술 더 떠 그는 대한민국 안보와 직결되는 사드 배치를 북풍 공작으로 평가 절하하기에 이르렀다. 심 후보는 지난달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보와 경제 위기를 가중시켜 선거판을 뒤집으려는 북풍 공작”이라며 사드 배치 관련 모든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북 핵, “햇볕정책 시절 이뤄져…”

문재인 후보는 북핵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의견을 내곤 했다. 그는 지난 2016년 1월 1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미국과 중국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 측은 북핵 문제의 해법을 “대화와 협상에 있다”며 “지난 10년간 북핵 정책은 실패했다. 제재만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다.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문 후보와 ‘안보관’에서 큰 틀에서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심상정 후보는 대화뿐만 아니라 북핵 동결을 이끌어내는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 후보는 지난해 9월 북핵 동력을 목표로 한 신(新)페리프로세스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무엇보다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에 앉히고, 북핵 동결을 이끌어내는 인센티브를 책임 있게 제시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 후보와 심 후보 측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라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북한은 1994년 북핵 활동을 전면 동결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2002년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개발이 알려지자 같은 해 12월 북한은 핵 활동 동결 해제를 선언했다. 이어 2003년 핵무기비확산조약(NPT)를 탈퇴했고 2006년 10월 9일 첫 핵실험을 한 후 지금에 이르렀다”고 반박했다. 북한의 핵개발이 모두 대화를 중시했던 김대중·노무현 전 정권의 햇볕정책 시절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후보는 지난달 8일 “북핵문제로 생긴 문제가 어떻게 사드로 해결이 되나. 한·미군사동맹 강화한다는 상징적 의미일 뿐이다”라면서 “전술핵을 다시 들여와 핵 균형을 이뤄야 북에 핵 공갈을 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후보 역시 북핵에 강경한 입장이다. 그는 지난 5일 안보 공약을 제시하는 자리에서 “현재 가장 큰 위협인 북핵 대응체제를 조기에 구축하겠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즉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현재 미국이 단독 운용하는 미국 핵전력을 한·미 공동 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 측은 문재인·심상정 후보와 홍준표·유승민 후보를 섞어놓은 듯한 입장이다. 그는 대북 강경책을 따르면서도 미국에 의존하지만은 않겠다는 자강안보(自强安保)를 주장하고 있다.

▲ 한·미, 한·중 관계, 대한민국의 우방은 어디?

얼마 전 문재인 후보의 “미국한테 NO라고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발언이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물론 “나는 미국의 친구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는 우리 외교의 기둥”이라는 말이 전제돼 있었지만 문 후보의 중국에 대한 태도와 비교하면 뉘앙스가 많이 다른 게 사실이다.

문 후보는 지난 1월 12일 ‘한·중 한류 콘텐츠 산업 현장 간담회’에서 “사드를 배치해도 최대한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의 안보 정책을 중국에게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인가”, “허락 맡고, 동의 구하는 게 특기인가 보다”는 날 선 비판들이 쏟아져 나왔다.

‘송민순 회고록’에는 문 후보가 과거 노무현 정부는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김정일의 ‘동의’를 구한 것으로 적혀 있다. 표결을 앞두고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하자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에 의견을 물어본 뒤 결정하자고 제안했고, 당시 회의를 주재하던 문재인 비서실장이 이를 수용했다는 게 송 전 장관이 회고록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이에 문 후보는 회고록 내용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해 논란을 더욱 키운 바 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집권하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외교특사로 임명할 것이고 미국과 먼저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을 지지해왔던 보수·충청 민심 공략에 들어갔다.

홍준표 후보는 지난달 23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한미 군사동맹은 죽고 사는 문제이고 요즘 중국과의 경제통상 마찰은 먹고사는 문제”라면서 “죽고 사는 문제는 (다른) 해결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사드 배치를 포함한 한미 군사동맹을 첫 번째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고 한·미동맹 강화에 앞장설 것임을 천명했다. 유승민 후보 역시 홍 후보와 대동소이하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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