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文, 가상대결 安에 ‘완패’, 安 다자구도 ‘오차범위’ 文추격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5.9 조기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맹추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1대1일 구도 시 필승론’이 복수 여론조사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인 데다 다자 구도 오차범위 내에서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 내 비문·반문 인사들의 국민의당행도 잇따를 전망이다. 이미 민주당 내 김종인계로 알려진 이언주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 입당을 선언했다. 비문 연대의 수장인 김종인 전 대표 역시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안철수 캠프로 갈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반문 정서’의 구심점으로 안 후보가 떠오르면서 뜨겁던 ‘문재인 대망론’이 서서히 식어 가는 모습이다.

문재인 캠프가 안풍(안철수 바람)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안 후보의 평소 지론인 ‘일대일 구도 시 필승 후보’라는 주장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여론조사가 연이어 나오면서부터다. 문 후보는 4월3일 안 후보와의 양자 대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양자 구도라면 안 후보가 국민의당뿐만 아니라 범여권 정당과 함께 연대하는 단일 후보가 된다는 뜻”이라며 “별로 있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文, “안과 양강?” 일축, 문캠프 ‘속 타네~’
이튿날인 4일에도 문 후보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3철’(이호철, 양정철, 전해철)중 전해철 의원 역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 후보가 강한 상대로써 일대일 구도가 된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시적으로 안철수 후보에게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문 후보와 문캠에서 안 후보의 ‘일대일 구도 필승론’에 대해 부정적인 근거는 다양하다. 일단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간 단일화가 어렵다는 게 첫 째 이유다. 둘 다 지방선거와 차기 대권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후보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두 번째는 후보끼리 인위적인 단일화는 가능하지만 지지층 단일화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셋째로는 반문정서에 기댄 영호남 연대는 영향력이 없고 오히려 영남기득권을 유지해줘 역풍을(호남 지지층을 잃는) 맞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문 캠프의 이런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6인의 후보가 확정된 후 실시된 여론조사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양자구도뿐만 아니라 다자구도에서도 안 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5일 YTN 방송과 <서울신문>이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4월 4일 하루 동안 전국 1042명에게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무소속 김종인 후보까지 모두 6명이 가상 대결 조사를 벌였다. 6자대결의 경우 문재인 38.2%, 안철수 33.2%, 홍준표 10.3%, 심상정 3.5%, 유승민 2.7%, 김종인 1.2%라는 결과가 나왔다.
김종인 후보를 뺀 가상 5자구도에서는 문재인 38.0%, 안철수 34.4%, 홍준표 10.4%, 심상정 3.6%, 유승민 2.1%로, 1·2위간 격차(3.6%포인트)가 6자구도 때(5%포인트)보다 더 줄어들었다. 안 후보가 다자 구도에서 30%대의 지지율을 받은 것은, 4일 조사된 JTBC-한국리서치 조사(문재인 39.1%, 안철수 31.8%) 이후 두 번째다.
범여권 후보간 단일화를 상정한 가상 4자 대결 구도에서는, 범여권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1위가 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나설 경우 문재인 38.0%, 안철수 36.2%, 홍준표 11.4%, 심상정 4.0%였던 반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보수 단일 후보가 되면 안철수 41.0%, 문재인 39.0%, 유승민 4.0%, 심상정 3.1%라는 결과가 나왔다.
3자 구도에서는 안철수 43.7%, 문재인 39.4%, 심상정 4.2%였고, 최근 문-안 양측 진영 간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 양자대결 구도의 조사에서는 안철수 47.0%, 문재인 40.8%로 나왔다. 이는 지난 4월3일 발표된 내일신문(문재인 36.4%, 안철수 43.6%) 여론조사에 이어 두 번째 결과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42명을 상대로 유(39.2%)·무선전화(60.8%) 임의번호걸기(RDD) 설문지 이용 전화 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4.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양강 安 크게 앞서… ‘反文反劉’ 文 맹추격
이런 결과는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4월 4~5일 전국의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자대결시 문 후보는 38.4%, 안 후보는 34.9%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3.5%포인트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9.6%로 3위에 올랐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2.7%,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1%로 뒤를 이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1.7%였다.
3자대결에선 문 후보는 41.9%, 안 후보 40.8%, 홍 후보 12.2%였다. 홍 후보 대신 유 후보가 나서는 3자 대결에선 안 후보(45.0%)가 문 후보(41.4%)를 앞섰다. 유 후보의 득표율은 7.4%로 조사됐다. 비문연대 단일화를 가정한 양자대결에선 안 후보가 50.7%로, 문 후보(42.7%)와 격차를 벌렸다.
호남 지지율만 보면 문 후보 46.0%, 안 후보 40.6%였다. 대구·경북에선 안 후보 39.3%, 문 후보 23.2%로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다. 반면 두 후보의 출신지인 PK(부산·경남)지역에선 문 후보가 35.7%로 안 후보(31.3%)로 박빙의 대결 양상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4~5일 지역·성·연령 기준 할당추출법에 따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여 1500명(유선 478명, 무선 1022명)에게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전화면접 조사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29.4%(유선 24.1%, 무선 32.8%)이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다. 역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결국 문 캠프의 기대와는 달리 5당 후보 확정 후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안철수간 양강 구도는 엄연히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김종인 전 대표를 포함, 범보수 후보인 홍 후보와 유 후보 간 중도 사퇴를 하지 않은 6자 구도에서도 안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범보수 두 후보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15%를 넘지 못하고 있어 양강 구도에 크게 영향을 못 미치고 있다.
결국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수직 상승은 ‘반문정서’에 기댄 중도.보수층의 쏠림현상이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앙일보의 영호남 지지율을 보면 ‘영호남 연대’에 따른 역풍을 넘을 정도로 안풍이 두 지역에 세게 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까 다 놓친다’는 지적 역시 호남지역에서 문 후보와 차이(5.4%P)가 크게 나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안 후보는 PK보다는 TK지역에서, 홍 후보보다는 유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반문반유(反文反劉)’정서에 따른 반사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안철수 바람’은 문 후보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흔들리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4월6일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경기 광명을의 지역구인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민주당에서 탈당한 최명길 의원과 함께 대표적인 김종인계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국민의당행에 김종인의 의중이 담겨 있고 조만간 김 전 대표 역시 국민의당에 입당해 안철수 후보를 지원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 전 대표 역시 안 후보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에서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한때 안 후보 경제 멘토였던 김 전 대표지만 지난해에는 “버니 샌더스라고 했다가, 스티브 잡스로 했다가 오락가락한다. 정직하지 않다”고 안 후보를 비판했다.
3월 초 관훈토론회 등에서도 “정치를 쉽게 생각한다. 문재인 후보나 안 후보나 정치경력이 짧다. 정치적으로 더 성숙되면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혹평한 바 있다.
그러던 김 전 대표는 문재인 대항마로 안 후보가 부상하면서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안 후보와 연대 가능성에 대해 “안 후보도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라며 “그 사람도 정상적인 사람이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를 좇아 탈당한 측근 최명길 의원은 지난달 31일 “안 후보가 사람들에게 ‘많이 변했구나’ 하는 느낌을 준 것에 따라 김 전 대표 평가도 변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김종인계, 진영·김성수· 최운열 3人 3色
또한 민주당내 김종인계로 알려진 인사 중에서 김성수, 진영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김 전 대표가 후원회장을 맡을 정도로 친분이 깊은 김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으로 탈당을 할 경우 의원직을 버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
용산이 지역구인 진 의원은 새누리당 출신으로 김 전 대표가 영입한 의원으로 탈당 여지는 남아 있다. 김종인계의 잇따른 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문 후보의 ‘통합의 리더십’에는 적잖은 상처를 남길 공산이 높다.
반면 비례대표 출신으로 김종인계로 알려진 민주당 최운열 의원의 경우 민주당에 잔류한 채 ‘김 전 대표를 돕겠다’고 밝혀 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최 의원은 4월5일 비례대표 김 의원과 함께 김 전 대표의 대선출마 선언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탈당하지 않고 김 전 대표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문 후보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해당행위’로 출당조치를 할 경우 최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한 채 김 전 대표를 도울 수가 있다. 그렇다고 최 의원이 ‘자진탈당’이나 ‘의원직 사퇴’를 할 공산도 매우 낮다. 또한 문 후보가 ‘당내 통합’을 강조한 점도 최 의원에 대한 징계처리도 힘들게 만들고 있다.
한편 연이은 안철수 후보가 선전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안철수 캠프는 “이제 해볼 만하다”며 한껏 고무된 상황이다. 안 캠프에서는 ‘양강구도 필승론’뿐만 아니라 다자 구도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치고 있다.
안 캠프의 한 인사는 “40% 못 넘는 문 후보의 폐쇄성은 언제나 대세론의 한계로 지적돼 왔다”며 “문 후보가 40%미만 지지를 받고 범여권 후보 합쳐서 10%내외,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5%미만을 가져갈 경우 45% 전후의 지지로 다자구도에서도 안철수 후보의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야흐로 2012년 대선 이후 5년 만에 다시 갖는 두 인사의 ‘리턴매치’에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정치권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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