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오면 당의 간판은 누가 될까.’
요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가진 공통된 고민사항이다. 대선 승리라는 ‘명분’과 18대 총선에서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팽팽한 ‘빅3’ 구도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민을 더하게 만드는 것은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원희룡, 고진화 등 당내 경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인사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친분 등으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의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터다.
일부 대선주자 캠프에서 ‘적’과 ‘동지’를 구분하기 위해 예비 주자별 선호도를 분석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성향분석 문건에 따르면, 127명의 한나라당 국회의원 가운데 이명박 전서울시장을 지지하는 의원이 57명, 박근혜 전대표는 55명, 손학규 전경기지사는 3명, 원희룡 의원은 2명 순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의원들의 ‘줄서기’ 현상과 당내 조직, 모임 등이 성향을 드러내는 모습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편가르기’가 심화될 경우 내분이 증폭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선주자 ‘빅3’의 경쟁구도가 더욱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당내 의원들이 잇따라 ‘줄서기’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현상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의원 줄세우기’ 중단을 촉구하는 지도부조차 개인적 선호도가 뚜렷해, 명분을 잃은 탓이다.
최근 <일요서울>은 일부 대선주자 캠프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127명의 성향분석 문건을 입수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이명박 전서울시장, 박근혜 전대표, 손학규 전지사, 원희룡 의원 순으로 의원들의 지지성향이 분포돼 있다. 특히, 이 전시장과 박 전대표에게 쏠림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명박·박근혜 원내 세력 ‘팽팽’
문건은 ‘적극적 지지’와 ‘일반적 지지’를 구분했을 뿐만 아니라, 중립적인 의원의 경우 향후 선택방향까지 예측해 놓았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당내 대선후보에 대한 의원들의 호감도는 지지율이라든가, 대선판도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라면서 “현재 보여지는 현상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지원군’을 확보한 주자는 이 전시장이다. 최근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지지율 1위에 올라 있고, 경제적 마인드가 국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다보니 지난해에 비해 지지성향 의원들이 크게 늘었다.
성향분석 문건에 따르면, 이 전시장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57명, 박 전대표는 55명, 손 전지사는 3명, 원 의원은 2명의 동료 의원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지지성향은 이 전시장이 앞섰지만, 적극적인 지지층은 박 전대표가 여전히 두텁다는 게 특징이다.
이 전시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의원들은 고경화, 공성진, 권경석, 권오을, 권철현, 김애실, 김영덕, 김영숙, 김재경, 김희정, 박계동, 박순자, 박승환, 박찬숙, 박형준, 송영선, 심재철, 안경률, 안택수, 윤건영, 윤두환, 이계경, 이재오, 이재웅, 이재창, 이계진, 이군현, 이방호, 이병석, 이상득, 이성구, 이성권, 이윤성, 전재희, 정두언, 정병국, 정종복, 정화원, 주호영, 진수희, 차명진 의원 등 모두 41명이다.
다소 유동적이지만, 현재 이 전시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은 모두 16명이다. 여기에 속하는 의원들은 고조흥, 김광원, 김석준, 김정훈, 배일도, 남경필, 박진, 박희태, 안상수, 안홍준, 이상배, 이원복, 정형근, 임인배, 홍준표 의원 등이 있다.
홍준표 의원의 경우,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 전시장과 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에 유동적인 지지성향으로 분석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최근 다시 개선됐다는 후문이다.
이 전시장을 위해 원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재오 의원은 과거 자신이 원내대표 시절 함께 일한 동료 의원들을 지금도 챙기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이들과 동남아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 의원 등이 주도하고 있는 의원 모임 ‘국가발전전략연구회’도 대체적으로 이 전시장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다.
반면, 박 전대표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충성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박 전대표를 비롯, 적극적 지지자로 분류된 의원에는 강재섭, 곽성문, 권영세, 김기춘, 김무성, 김병호, 김성조, 김영선, 김용갑, 김재원, 김충환, 김태환, 김학송, 서병수, 맹형규, 문희, 박세환, 박종근, 이경재, 서상기, 심재엽, 엄호성, 유기준, 유승민, 유정복, 이인기, 정의화, 이진구, 이한구, 이해봉, 이혜훈, 임태희, 전여옥, 정갑윤, 한선교, 허천, 허태열, 황진하, 정희수, 진
영, 최경환, 최구식 의원 등 모두 43명이다.
일반적 지지성향을 가진 의원들로는 고흥길, 김덕룡, 이강두, 안명옥, 이주영, 이규택, 이명규, 정진섭, 이주호, 장윤석, 황우여, 주성영 의원 등 12명 선이다.
박 전대표를 지지하는 의원들 중 상당수가 대구와 경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또, 과거 대표시절 함께 호흡을 맞춘 인사들이 많다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박 전대표가 한창 ‘주가’를 올렸던 지난해 하반기보다 지지성향 의원수가 줄어든 감이 없지 않다.
한나라당 모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를 박근혜 전대표쪽으로 분류를 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의원님도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최근 들어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손 전지사는 외부적인 상승세와 달리, 원내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손 전지사를 지지하는 의원이 불과 3명 정도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뚜렷하게 손 전지사를 지지하고 나선 국회의원은 정문헌, 임해규 의원 등 3명 정도다.
이와 관련 당내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지금의 3자 대결구도가 더욱 박진감 넘치는 상황으로 가야한다.
원내에서도 공평하게 손학규 전지사를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보수적 한나라당에서 개혁적 색채가 강한 원 의원을 돕고 있는 인사로는 김명주 의원 등이 있다. 원 의원은 아직 대선주자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조만간 당내 개혁적 성향이 강한 의원들이 원 의원쪽으로 ‘스탠스’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고진화 의원도 당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아직까지 중립적인 성향을 가진 의원들도 상당수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상 이들이 계속해서 ‘방관자적’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중립적 성향으로 분류된 인사로는 김기현, 김형오, 김양수, 김정권, 김학원, 나경원, 박재완, 신상진, 이종구, 홍문표 의원 등 10명이다. 문건에는 이들 중 일부 의원들이 향후 선택할 대선후보도 표시했다. 김기현, 김양수, 신상진 의원은 MB(이명박)로, 김형오 의원은 GH(박근혜)를 지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MB 이재오, GH 김무성 원내 주력
당내 의원들의 성향이 뚜렷해짐과 동시에 공식 또는 비공식 조직들도 성향이 나타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여의도연구소’가 도마위에 올랐다. 이곳은 한나라당에 필요한 정책들을 연구하는 당의 공식 조직이지만, 현재 ‘친박’ 인사인 임태희 의원이 소장을 맡고 있는 등 ‘중립성’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수요모임’ 등 일부 의원모임은 ‘줄서기 현상’에 밀려 사실상 해체되거나, 지지성향을 더욱 강화시키는 모임도 나타나고 있
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내 경선을 치르고 나면 이런 식의 편가르기는 사라질 것”이라며 “더이상 줄서기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의원들이 각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지지율 ‘고개숙인 남자’
차기 유력 대선후보인 이명박 전서울시장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주춤하고 있다.
지난 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여야 대선후보 지지율 분석 결과 이 전시장은 44.9%를 얻어 각각 19.4%와 8.9%를 얻은 박근혜 전대표와 손학규 전경기지사를 제치고 1위를 달렸다.
하지만, 박 전대표가 지난 1월에 비해 2.5%P, 손 전지사가 5.4%P 상승한 반면 이 전시장은 1월 조사보다 3.2%P 하락했다.
이 전시장의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당 일각에선 박 전대표측이 제기한 ‘검증론’ 등으로 인해 이 전시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실질적인 하락폭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길리서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전시장의 하락폭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 이번 조사의 특징”이라며 “고건 전총리가 사퇴한 직후 조사에서 50% 초반대까지 지지율이 상승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하락폭은 7~8% 포인트 가까이 된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시장이 어느 수준까지 ‘조정’을 받을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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