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악’하는 비명소리가 산속에서 메아리치며 연이어 들려왔다. 1960년 10월에 개교해 1993년에 폐교한 도장분교에서 ‘폐교’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이곳에서 공포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던 것. 쌍용 계곡 깊은 산속에 위치하고 가로등 하나 없는 이곳에서 관람객들의 비명소리가 메아리로 울려 퍼지자 이 일대는 순식간에 공포분위기로 휩싸였다.
이로 인해 영문도 모른 채 피서를 즐기다 비명소리를 듣고 놀란 인근 피서객이 찾아오기 까지 했다. 국내 최대의 게임 개발업체인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지난 21~22일 1박2일 일정으로 이 곳 문경의 폐교에서 공포영화를 감상하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날 상영된 영화는 서영희가 주연한 임대웅 감독의 영화 ‘스승의 은혜’로 16년 만에 만나는 7명의 제자들이 초등학교 선생님의 별장을 찾아와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공포영화다.
아주 특별한 공포체험여행에 참가한 이들은 바로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혈맹원(게임속 동아리)들.22일 자정. 공포가 최고점에 올랐는지 영화상영 도중 공포를 이기지 못한 몇몇 여성들이 밖으로 나오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운동장에 나온 여성들은 폐교 안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와 영화 효과음에 놀라기까지 했다. 두선애(여·25·경기도 성남시)씨는 “폐교라 그런지 여러 사람이 모여서 공포영화를 보는데도 너무 무서워 혼났다”며 “비명을 지르다 너무 무서워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새벽 1시가 다 돼서야 영화가 끝나고 혈맹원들은 하나, 둘 폐교 운동장으로 나왔다.
무서움으로 눈물을 흘리는 이부터, 화장실에 같이 가달라고 조르는 이까지 각양각색이었다. 공포영화 관람 후 이어진 바비큐 파티와 캠프파이어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두 모여 간단한 술과 노래자랑으로 공포를 씻어냈다. 박동국(19·강원도 원주시)씨는 “게임에서만 만나다가 현실에서 만나 같이 공포체험을 하니 너무 좋았다”며 “아주 특별한 공포체험여행을 문경에서 하게 돼 좋은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 10시 다시 폐교 운동장으로 모인 사람들은 “밤에는 그렇게 무서웠던 곳이 낮에 보니 계곡도 있고 경치도 너무 좋다”고 입을 모았다.
고도현 객원 dhgo@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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