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 양길승을 쏘았나
누가, 왜 양길승을 쏘았나
  • 김은숙 
  • 입력 2003-08-06 09:00
  • 승인 2003.08.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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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 청와대 제 1부속실장의 향응장면은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찍었을까. 향응을 제공받아 공직자윤리강령을 어긴 양실장의 향응접대 파문이 확대재생산돼 음모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굿모닝게이트의 386음모론에 이은 양실장 몰카 촬영 음모론이 급확산되면서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양실장의 향응접대 몰래카메라 사건에 대해 본격수사에 착수한 청주지검은 현장기획 촬영 및 폭로자 정체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양실장의 향응접대 사건은 ‘몰카주인공’을 찾는데 수사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과 정치권 안팎에서는 몰카주인공을 둘러싼 5대 음모론이 급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도 누군가에 의해 기획된 촬영이라고 보고 음모론을 사실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4대음모론은 ▲청와대 내부 권력암투설 ▲청와대 흠집 겨냥설 ▲지역정치권 암투설 ▲청주권 유흥가 이권 다툼설 등이다. 청주 소재 k나이트클럽 사장으로부터 향응을 접대받아 물의를 일으킨 양길승 청와대 부속1실장 사건을 둘러싼 갖가지 음모들이 난무하고 있다. 왼쪽 원안의 사진은 양길승.권력 암투설 청와대 내부 부산라인의 호남출신 ‘양실장 죽이기’ 지역이권설 지역 정치권 또는 유흥가 이권 관련 ‘관계자 죽이기’

음모론1 청와대 내부 권력암투설

굿모닝시티에 이은 양실장 향응 접대 사건으로 또 다시 고개를 든 음모론. 두 차례의 음모설을 계기로 청와대 비서진 내 역학관계에 적잖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굿모닝게이트때 불거진 음모설은 여권과 청와대 측간의 갈등관계에서 빚어진 ‘설’수준에서 머물렀지만 양실장 파문 사건으로 청와대 내 권력갈등설이 또다시 제기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여권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청와대내 권력갈등설을 심심찮게 제기해 왔다. 양실장 사건 이후 여권 대부분은 청와대내 권력암투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여권에서 제기한 갈등설은 문재인 민정수석을 주축으로 한 부산라인과 이광재 국정실장 라인. 정대표도 최근 “현재의 청와대에선 비서실장과 정무수 석이 아닌 이광재 국정상황실장과 문재인 민정수석이 각각 왕실장 왕수석이란 말을 듣고 있다”며 “두 사람이 매우 미묘한 관계에 있다는 얘기를 자주 접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두 사람간 갈등설을 거론하기도 했다.

정대표는 물론 여권 핵심인사들도 두 사람간 갈등설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는 분위기다. 문제는 두 사람간 단순 갈등이 아닌 이들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형성됐다는 것, 결국 두 사람을 주축으로 한 청와대 내 파워그룹이 형성돼 ‘암투’또는 ‘파워게임’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수석은 이호철 민정1비서관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있고, 이실장은 박범계 민정2비서관과 라인을 형성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양실장은 부산라인의 ‘타깃’이 된 것 아니냐는 미확인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두 사람간 역학관계속에서 호남출신인 양실장이 부산라인에 의한 ‘희생양’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호남출신인 민주당의 한 핵심인사는 “청와대에 부산라인의 파워가 막강해 호남출신 인사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여러번 들었다”며 “누구를 제거해야 한다는 식의 청와대 내부의 암투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따라서 “청와대 내 권력 역학관계를 고려해 누군가가 양실장의 일정 등을 미리 체크해 약점을 잡으려고 했던 것 아니겠느냐”는 미확인 설 등이 나돌고 있다.

음모론2 청와대 흠집 겨냥설

당초 몰카 조사에 들어간 청와대측은 특정세력이 청와대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것 아나냐는 데 초점을 둔 분위기였다. 이러한 청와대측 의혹은 최근 굿모닝시티 사건으로 갈등관계에 놓인 여권 신주류 중진 일부와 대선때부터 미묘한 갈등관계에 놓였던 구주류측을 겨냥하는 듯 보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내 야당 관계자들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각종 ‘음모론’을 일축해온 청와대가 자체 조사는 물론 공식적으로 수사를 의뢰해 `음모가 있다’는 것을 간접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만큼 이를 음모론으로 만회하려는 청와대의 의도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반청와대 세력의 기획적 음모라는 ‘설’이 나돌면서 민주당내 반노세력과 한나라당측에선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음모론3 지역정치권 암투설

검찰은 이날 술자리에 참석한 충북도 오모 부지부장과 갈등관계에 있는 당내 또는 경선동지회 내부 인물들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오부지부장과 정치적 갈등관계에 놓인 지역 인사들이 양실장과 오부지부장과의 이날 일정을 미리 알고, 오부지부장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이러한 일을 꾸몄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오부지부장의 반대정치 세력이 다음 총선 등 선거때 활용하기 위해 이같은 카드를 준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오부지부장과 동석한 한 인사도 “일정표가 노출됐고, 누군지 감이 잡힌다”고 말해 갈등관계에 놓인 지역인물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음모론4 청주권 유흥가 이권 다툼설

가장 유력한 음모설 중 하나는 K나이트클럽 사장 이모씨를 겨냥해 지역 경쟁 유흥업체측이 이권을 노리고 몰카를 찍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은 몰카 테이프를 SBS측에 보낸 제보자의 제보내용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몰카 제보자들은 SBS측에 10여차례 전화를 걸어 나이트클럽 사장 이모씨의 과거 행적과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양실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고 SBS측은 밝혔다. 제보자는 “나이트 클럽 사장 이씨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 제보했다”며 “이씨에 대한 수사가 외압 때문에 지지부진하다. 이씨가 최근 새로운 비호세력을 찾고 있었다. 술자리를 몰래 촬영한 것도 거기 모인 사람들이 이씨의 비호세력일 것이라고 추측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지역 유흥업계 관계자나 이사장으로부터 물질적 피해를 본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편 또 다른 일각에서는 K나이트클럽 사장 이모씨가 수사무마 청탁을 받아들여 주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찍어놓은 자작극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은숙  iop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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