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被襲)=5일 새벽 5시50분께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P호텔 2층 사우나 계단에서 이모(57·구례군 구례읍·무직)씨가 전 전 군수의 배를 흉기로 찔렀다.
전 전 군수는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져 7시간 가량 수술을 받는 등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 전 군수는 위 손상으로 인한 복막염과 패혈증(敗血症)이 우려되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계단의 불을 끄고 ▲추격에 대비, 승용차 바퀴에 펑크를 냈으며 ▲구례읍내에서 염산 구입을 문의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이씨는 또 범행 후 전 전 군수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D종묘 대표 장모(53)씨의 집으로 찾아가 장씨 소유 오피러스 승용차에 시너를 끼얹고 불을 질렀다.
◇도주 및 검거=이씨는 범행 직후 미리 준비한 렌터카를 타고 섬진강으로 달아나다 이날 오전 7시께 곡성군 오곡면 봉조리 E 식당을 찾아 평소 아는 주인에게 유서를 건넸다. A4 용지 7장 분량의 유서에는 ‘구례를 위해 큰 일을 하고 간다. 측근인사는 사라져야 한다’ ‘구례의 평화를 위해서 일을 벌였다’ ‘주재기자들은 앞으로 지역발전에 힘써달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씨는 이어 흉기로 자신의 배를 두 차례 찌르고 식당 인근의 섬진강으로 뛰어들었다. 이씨는 2시간여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례경찰에 의해 발견됐으며, 남원의료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범행 동기=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전 전 군수와 40여 년 가까이 친분을 쌓았지만, 전 전 군수가 재직시절 자신에게 별다른 혜택을 주지 않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례군 의원을 지낸 김모(50)씨는 “이씨와 장씨는 지난 2002년 선거캠프에서 함께 선거운동을 도와줬던 것으로 안다”면서 “이씨는 전 전 군수가 장씨의 사업을 도와주는 등 우대한 반면, 자신은 상대적으로 홀대하자 억울함을 감추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용차가 전소되는 피해를 입은 장씨는 “이씨가 3∼4년 전부터 우리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었는데, 이제서야 ‘일’을 벌인 것이 수상하다”며 “외부세력이 이씨를 부추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수술 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이씨가 깨어나는 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전 전 군수는 1998∼2002년과 2002∼2006년 두 차례 구례군수를 지낸 뒤,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서기동 현 군수에게 패해 3선에 실패했다.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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