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각에서 노 대통령이 오는 8·15경축사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획기적 제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노 대통령은 11일 일주일간의 여름휴가 일정을 마치고 공식업무에 복귀했다. 노 대통령은 휴가기간 동안 북핵문제 등 산적한 현안문제를 돌파할 해법 구상 등 새로운 정국구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노 대통령이 일정을 앞당겨 6일 저녁 귀경, 청와대에서 나머지 휴가를 보낸 것도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정국그림은 8·15 경축사를 통해 제시될 전망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6일 청와대 복귀이후 홍보수석실 연설문 작성팀이 작성한 8·15 경축사 초안을 받아보고 이를 다듬는데 많은 시간과 열정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와관련 윤태영 대변인은 6일 “이번 경축사는 지난 6개월 동안 국정운영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참여정부가 지속할 국정운영의 기본틀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추가 지시 사항을 반영하는 2∼3차례의 실무회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또 8·15 경축사에는 △2만불 시대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술혁신과 인재양성 계획 △공직 사회의 지속적 개혁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기강확립 △자살자 확산 등 최근 사회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 등이 담기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 촉구나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획기적인 대북 제안도 이번 경축사에 포함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는 최근 정치권 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김 위원장 서울답방설’과 맞물려 정치권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획기적 대북제안’ 포함 여부와 관련해 윤 대변인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좀 더 지켜보자”고 말해 어느정도 가능성은 열어놨다.이와관련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치적 부담이 많은 답방 촉구나 정상회담 개최 등 직접적인 제안보다는 북핵문제, 남북관계 개선 등과 관련한 큰 틀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일정이 사실상 확정됐고, 한-미관계 등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을 직접 상대로한 획기적 제안을 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 또 신당문제, 총선 등 복잡한 국내정치 상황속에서 김 위원장에게 답방을 촉구할 경우 자칫 정쟁으로 얼룩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따라서 노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 튀는 제안 대신 “김 위원장의 답방 약속은 아직 유효하다”는 표현을 담아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견해다.
하지만 이러한 관측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주변에서는 ‘김 위원장 답방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이와관련 대북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집권 6개월째를 맞이하고 있는 노 대통령이 작금의 국정난맥을 돌파하기 위해 ‘김정일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신당문제와 내년 총선 전략을 들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지부진한 신당론을 매듭짓기 위해선 구주류의 동참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선 DJ의 정치력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대북송금 특검법 공포이후 노 대통령과 DJ 사이에는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따라서 신당론을 조속히 마무리 짓기 위해선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답방을 촉구하는 등 햇볕정책을 승계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 10일 노 대통령이 DJ에게 만해대상 평화부문 수상자로 결정된데 대해 축하 전화를 한 것도 DJ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정지작업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이 관계자는 분석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제2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이나 최근 민주당 신주류측이 DJ와의 면담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또 내년 총선 전략과 관련해서는 집권 중-후반 국정운영 사활이 걸린 총선 승리를 위해 ‘김정일 답방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이 관계자는 내다봤다. 신당문제가 원할히 매듭지어 지고 당이 안정을 찾으면 곧바로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돌입할 것이고, 명분과 시기를 선택해 ‘김정일 답방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와관련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지난 7월11일 의총에서 “남북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한의 ‘대남밀사’가 현재 서울에 머물고 있고, 내년 총선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대남밀사’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또 정치권 관계자들도 노 대통령이 ‘김정일 카드’를 총선 전략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2000년 4·13 총선을 앞두고 DJ정부가 6·15 남북정상회담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은 전례가 있고, 한나라당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예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정일 답방설’과 관련해 청와대측은 ‘전혀 사실무근’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답방 문제는 노 대통령 임기내에 언제든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향후 전개될 6자회담 등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답방 명분, 시기, 방법 등 구체적인 요건이 충족되면 언제든 이 문제가 정국 이슈로 부각될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일본 방위청의 싱크탱크인 방위연구소 다케시타 히데시 주임연구관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을 높게 분석한 것도 이러한 관측과 맞물려 있다.
지난 5월 다케시타 연구관은 일본 환동해경제연구소가 주최한 ‘동북아시아에서 북한의 정치행동’이란 주제 세미나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철저한 경비하에 제2의 정상회담을 위해 서울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도 ‘김정일 답방설’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 회장 사망이후 정치권과 네티즌 사이에서는 ‘정치인 책임론’ 논란이 가열되고 있지만 정 회장 사망이 ‘햇볕정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가 5일자 사설을 통해 “대북 햇볕정책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분석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또 지난 15일 6·15 공동선언 3주년을 맞아 ‘햇볕정책 계승·발전을 위한 초선의원 모임’을 결성한 여야 초선의원 14명도 5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일부 냉전 수구세력의 반대로 올들어 일절 중단된 금강산관광 경비지원금 200억원도 즉각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철 anderia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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