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경북 문경시 문경읍의 부읍장으로 재직 중인 윤병하(57)씨.
윤씨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읍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무료로 일어를 가르치고 있다.
윤씨는 올해 8월 고향인 문경읍으로 발령난 뒤 9월 초부터 일본어 교사로 나섰다.
교재는 주민들이 사야 하지만 수강료는 무료여서 일어에 관심이 있는 주민 50여명이 매주 읍사무소에 모인다.
윤씨가 일어교육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일본의 한 중학교와 교류를 준비 중인 문경서중학교 학부모들의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 학생을 집에 데려왔을 때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일어에 능통한 윤씨에게 교육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고, 윤씨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교육이 시작됐다.
수강생은 30~40대 학부모들이 대부분이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주민들도 포함돼 있다.
1974년 공무원에 임용된 윤씨는 도자기가 유명한 문경에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왔어도 안내할 공무원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일어를 배울 결심을 했다.
만학으로 1997년부터 대학에서 일어를 수강한 윤씨는 세명대 일어일문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내친 김에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일본어교육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등학교 2급 정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윤씨는 뛰어난 일어 실력과 함께 가르치는 능력도 탁월해 인근 중.고등학교에서 강사로 초빙되기도 한다.
윤씨의 강의을 받고 있는 한 50대 주민은 "회화 위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돼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며 "일부러 주민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씨는 "일어에 관심이 생겨 일어를 공부했고, 주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무원으로서 공부한 것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생각에 수업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2006.10.31>
고도현 dhg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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