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국민경선’ 손학규에게 ‘독’이었나

경선 룰 협상 난항이 안철수에게 ‘득’으로 작용?···할 말 잃은 손학규
孫, 2007년 정동영, 2012년 문재인, 2017년안철수까지···10년 간 불쏘시개 역
국민의당은 지난 2월 22일 경선관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경선 룰 마련에 돌입했다. 경선관리TF 팀장은 대선기획단 부단장인 이용호 의원이 맡았다. 당시 안철수·천정배·손학규 후보의 룰 협상 대리인도 확정됐다.
또 이용호 의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선기획단 경선 룰 TF미팅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기의 촉박성을 고려해 28일까지 경선 룰을 확정하기로 했다. TF가 수시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순조로울 것 같았던 경선 룰 협상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안 후보 측은 손 후보가 요구하는 100% 현장투표로 선거관리를 할 수 없다는 식의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는 본인이 유리할 것이라 생각한 모바일 경선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손 후보는 국민의당 공식 입당 당시부터 당내 경선 룰에 대해 “모바일은 절대 안 된다”고 못 박은 상태였다.
경선 룰 확정일인 28일 당 경선 룰 TF는 회의에서 대리인단에 모바일 투표를 제외하고 100% 현장투표로 경선을 진행하되 여론조사 결과를 일정 비율 반영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모바일 투표 ‘절대 불가’ 입장인 손 후보 측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이 밖에 이날 회의에서는 후보들 간 토론을 진행한 뒤 배심원들이 투표하는 방식의 ‘배심원제’ 도입도 새로운 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중재안에도 불구하고 목요일이었던 이날 경선 룰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연이은 경선 룰 협상 결렬
승리의 깃발은 누구에게
안 후보와 손 후보 간의 이견으로 경선 룰 협상이 연일 결렬된 끝에 지난 2일 TF는 경선 룰 합의 잠정 중단 선언을 했다. 당시 회의는 9차까지 진행된 상황이었다.
이후에도 경선 룰 합의는 결렬됐으며 난항이 지속됐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안 후보와 손 후보의 입장은 변치 않았다.
결국 손 후보는 경선 룰 합의 도출 마지노선인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측이 제시한) 경선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막판까지 진통을 겪던 경선 룰은 10일 ‘현장투표 80%, 여론조사 20%’로 마무리 지었다. 이후 대선 후보 선출일로도 양 측의 싸움은 계속됐으나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는 당의 입장을 따른 종결이었다.
당시 손 후보 측의 입장이 많이 반영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후 손 후보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일자리 정책을 발효한 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나온 경선 룰에 대해 아주 불만이 크다”면서도 “따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때 손 후보는 경선룰이 본인이 원하는 바와 최대한 가깝게 이뤄졌지만 미소는 감췄다.
예상치 못한 반전
周遊天下 손학규
손학규 후보의 과거 인기는 대단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이룬 실적과 민심대장정에서 보여준 진정성은 손 후보의 평판을 높였다.
지난 2006년 한나라당 소장파와 중도파 의원들이 100일 민심대장정에 동참하며 힘을 보태고, 시민운동 단체 뉴라이트에서도 가세했을 정도로 파급력 또한 대단했다. 당시 누가 봐도 대통령감으로 괜찮다 말할 정도였으며 A학점을 받을 만했다.
그럼에도 국민지지도는 바닥을 면치 못했다. 일각에서는 손 후보가 항상 ‘불쏘시개’ 역할만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장 투표 파급력에 자신감을 보이던 손 후보는 국민의당 경선에서 연이은 패배를 기록하고 있다. 오히려 모바일투표와 여론조사에 집중했었던 안철수 후보가 급부상하는 반전이 일어났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패해 2등으로 낙선. 또 2012년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패해 2등으로 낙선한 데 이어 2017년 국민의당 대선 경선 현장투표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밀렸다. 애꿎은 운명이다.
현재 손 후보는 본인이 주장하고 내세웠던 완전국민경선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손 후보는 부울경 경선에서 마저 안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패했으며 이후 손 후보 캠프 측 대변인인 김유정 대변인은 “유구무언이다. 참으로 답답하다. 대구에서 뵙겠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안희정 물리친
안철수 2위로 올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31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해 “대세론으로 몰아치다가 오만해서 지금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당과 후보들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다 보니 문 후보를 겨냥한 공격의 화력을 높여 전쟁만큼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실제 연이은 승리를 거두던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급격하게 상승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8~30일 공개한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안 후보가 19%를 기록, 전주 보다 9%포인트 상승해 2위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후보는 3%포인트 떨어진 14%로 3위에 떨어졌다. 결국 많은 정계·정치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야당 대 야당 구도, 즉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 구도에 가까워진 양상을 보인다.
안희정 후보의 실패와 안 후보의 상승효과는 문 후보가 대세론을 바탕으로 민주당 경선을 주도하면서 안희정 후보를 지지했던 ‘비문성향’ 지지층이 안 후보에 관심을 보이는 효과로 풀이되고 있다.
문재인 대항마를 찾던 호남권 비문지지층도 안 후보에게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2위에 오른 안 후보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