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점포 늘자 대기업만 ‘신바람’…소상인들 ‘허탈’

논란 방송 덕에 대기업 ‘손 안 대고 코 풀기?’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의 여파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은 어떤 상황일까. 앞서 대왕카스텔라 관련 방송에서 제조과정 중 식용유를 사용하는 것 등을 문제 삼아 논란이 됐다. 방송 이후 대왕카스텔라 매장들은 매출 직격탄을 맞았고 매출 급감으로 폐업을 결정한 점주도 속출했다. 과거 생과일주스, 벌집아이스크림 등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가 폐업으로 이어진 바 있다. 반면 대기업들은 이들의 공백을 틈타 매출 올리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방송 이후 반사이익을 나눠 가지고, 문제 됐던 제품군의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한 것. 프랜차이즈 업계관계자들과 누리꾼들까지 해당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어 ‘대기업’의 행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일요서울은 폐업 점포가 늘수록 웃음 짓는 ‘대기업’을 살펴봤다.
종합편성채널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은 지난 3월 12일 ‘대왕카스텔라’ 제조 과정에 식용유 및 화학첨가제가 사용된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이후 소규모 점포의 폐업 속출 등 영세자영업자들의 피해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방송에서 지적한 사항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고, 자영업자들은 문제의 카스텔라 제조 과정은 일부 자영업자들이 행했지만 카스텔라 제조업계 전체로 일반화되면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 방송 행태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대기업에서 출시되는 제품들은 방송에서 다루지 않는 점을 꼬집으며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뒤에 ‘대기업’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 대기업이 사주하는 것 아니냐”라고 의혹을 표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 역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문제 제기 이후 대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대기업이 최대 수혜자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대왕카스텔라 사태 이전인 지난해 7월 여름철 특수를 맞아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생과일주스 전문점의 실태가 낱낱이 파헤쳐졌다. 당시 언론사를 통해서 집중포화를 맞은 해당 중소기업들은 사과문과 해명을 내놓으며 재발 방지에 나섰다. 이어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은 ‘생과일주스’지만 과일원액과 MSG사용, 썩은 과일 사용, 컵 재사용, 위생적인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방송 이후 ‘대왕카스텔라’ 논란처럼 일부 비양심 자영업자들의 행태로 인해 양심적 운영을 하는 영세 자영업자로까지 피해가 이어졌고 폐점도 속출했다.
성장 발판 마련
문제는 영세, 중소 프랜차이즈가 타격을 입은 이후 대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어 신제품 출시 등 이익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여름철 값싼 생과일주스가 급격한 성장을 하면서 대기업들의 음료 사업이 위축되는 듯했지만 방송을 통해 이들의 성장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CJ푸드빌은 지난해 3월 서울 상담동 CJ E&M 본사 사옥에 착즙주스 브랜드 ‘주스솔루션’을 론칭했다. 당시 CJ푸드빌은 테스트매장 성격으로 브랜드를 확장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달간 주스솔루션 매장을 4개나 잇달아 오픈했다. 당시 매장 확대에 대해 CJ푸드빌은 착즙주스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판단해서라고 말했다.
방송 이후 타격이 빗겨나간 대기업 음료업체들은 정체된 주스 시장에 새로운 대안이라며 ‘착즙주스’를 시장에 연이어 출시했다. 당시 음료업체들은 ‘착즙주스’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는 ‘델몬트 파머스 주스바’를 내놓고 착즙주스시장 대중화에 나섰으며 매일유업은 ‘플로리다 내추럴’, 한국야쿠르트는 ‘석류진’ 등을 내놓으며 판매에 나섰다.
또 SPC그룹의 생과일 음료 브랜드 ‘잠바주스’는 지난해 7월 제철과일을 활용한 음료 5종을 출시했다. 당시 여름 제철과일인 자두와 천도복숭아를 ‘생과일 그대로 매장에서 직접 갈아 만든 것’이라며 홍보에 나선 바 있다.
시장 포화상태
2017년 ‘대왕카스텔라’ 2016년 ‘생과일주스’ 뿐만 아니라 2014년에는 ‘벌꿀 아이스크림’에 대한 논란이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제기됐다. 당시 벌꿀 아이스크림에 양초의 주성분인 파라핀으로 만든 재료를 넣는다고 지적한 것. 이후 관련 업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 기준을 통과한 시험 성적통지서를 공개하며 해명했다. 또 비양심 점포들은 극히 일부라며 자신들은 제대로 된 재료만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마음을 돌린 소비자들의 비판적 시선 탓에 점주들은 연이어 폐업을 결정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벌꿀 아이스크림’이 현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에 따르면 2014년도 기준 국내 소프트 아이스크림 시장은 약 1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디저트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지속 성장이 예상됐었다. 일각에서는 아이스크림 시장 포화상태에서 ‘벌꿀 아이스크림’에 대한 논란 방송은 눈엣가시 같던 아이스크림 업체들을 털어 낼 수 있는 대기업의 ‘손 안 대고 코 풀기’ 역할이었다고 주장한다.
매일유업은 2013년 자회사 엠즈씨드를 만들어 독립시킨 커피전문점 ‘폴바셋’에서 상하목장 아이스크림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풀 바셋은 매출이 2010년 15억 원에서 2014년 274억 원으로 18배 뛰었다.
엠즈씨드는 폴 바셋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얻자 아이스크림 별도 브랜드인 ‘상하목장’ 강화에 나섰고 상하목장 아이스크림 원재료의 경우 나뚜루팝(롯데리아), 해태로(해태제과) 등 아이스크림 매장에 기업대기업 간 거래(B2B)로 납품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남양유업은 2014년 론칭한 디저트카페 ‘백미당1964’는 직영점 꾸준하게 늘리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빙그레의 소프트랩, 롯데푸드의 파스퇴르 밀크바 등의 브랜드가 신규 론칭하며 치열한 4강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시장 포화상태에서 이들의 성장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아이스크림 경쟁에 뛰어든 만큼 영세업자들의 시장 재진입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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