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당, 安 지지율 상승 1등 공신 ‘중도 보수’ 잡는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여 앞둔 현재 ‘문재인 대세론’의 아성이 흔들릴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문재인 후보의 대항마로 떠오른 인물은 단연 안철수 후보다. ‘문재인 대 안철수의 대결’을 호언장담해온 안 후보는 문 전 대표와 양자대결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격차는 고작 2%다.
安, ‘문재인 대항마’ 급부상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양자 대결을 벌일 경우 누구를 뽑겠느냐'는 질문을 한 결과,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자가 39.3%,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자가 41.7%였다.
안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지지자를 잃어버린 중도보수 표심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세웠다. 민주당 당내에서도 안 후보와 똑같이 중도 보수 표심을 겨냥한 안희정 후보가 있었지만 ‘문재인 대세론’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경선 과정에서 안 지사가 모아 놓은 표까지 안철수 후보가 흡수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중도 보수층을 흡수한 안 후보가 완벽하게 보수의 표를 끌어 모으기 위해 명분 있는 연대 과정을 통해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과 단일화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연대 불가’에서 ‘국민에 의한 연대’로 더 이상 ‘자강론’만을 고집하지는 않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경선 첫 연설에서 “국민에 의한 연대만이 오직 승리의 길입니다. 패권주의에 반대해온 호남과 제주의 통합정신이 국민을 위한 연대를 이끌 것입니다”라고 ‘국민에 의한 연대’를 언급했다.
현장에서 연설을 유심히 듣고 있던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연대 불가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었음을 직감했다고 며칠 뒤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즉 안 전 대표가 말하는 ‘국민에 의한 연대’는 민심이 양자 대결을 원하는 것을 전제로 일부 후보 단일화에는 응할 수 있음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꺾기 위해서는 안철수 후보를 중심으로 비문(非文) 세력이 총 결집해야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막판 역전을 위해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1차 단일화를 이룬 후 국민의당과 2차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범(凡) 보수-국민의당 연대 사실상 불가능
다만 정치권은 자유한국당-바른정당 간의 ‘범(凡) 보수 대통합’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반면 범(凡) 보수와 국민의당의 연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시나리오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동안 한국당 내에서 친박계에 대한 강도 높은 인적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친박계는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과의 ‘파워 게임’에 승리하면서 완벽히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상 자유한국당 내 친박계에 대한 강도 높은 인적청산은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설사 친박 청산이라는 전제 조건이 이뤄진다 한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성격상 안철수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단일화에 찬성할 리도 없다.
둘째, 안 후보 역시 자칫 잘못하면 호남 지지층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는 위험수를 두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호남 지지층은 자유한국당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친박계에 대한 청산이 이뤄지든, 이뤄지지 않든 안 후보와 범(凡) 보수 후보의 단일화가 호남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는 악수가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안 후보가 산토끼를 잡기 위해 집토끼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일각에서는 국민의당과 탄핵 찬성 세력인 바른정당이 먼저 연대한 뒤 대선 직전 한국당과 손을 잡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반문 연대의 키를 쥔 안 후보의 이 같은 부담감을 최대한 덜어주는 차원이다.
그러나 이 또한 바른정당의 지지율 부진으로 단일화 실익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장미대선’은 기존의 예측대로 문재인-안철수-홍준표의 ‘3자 구도’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그렇다면 정치권 내에 팽배한 ‘다자 구도=보수 필패’ 등식도 그대로 들어맞게 될까? 일각에서는 이 등식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등식에는 자유한국당 내 친박계가 대선 전 ‘2선 후퇴’하는 변수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안희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게 가 있는 중도 보수층을 자유한국당이 친박계 ‘2선 후퇴’를 통해 되찾아오고, 친박계에 대한 징계를 출당 등 강도 높은 방법이 아닌 ‘2선 후퇴’ 선에서 부드럽게 마무리 지음으로써 강경 보수층도 지킨다면 이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근 안철수 후보와 안희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박 전 대통령에 실망해 무당층을 형성하고 있던 중도 보수층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중도 보수층이 이들 두 후보에게 지지를 보낸 것은 ‘친박계 청산’과 ‘문재인 집권 저지’의 교집합이 이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내에서 친박계가 2선으로 물러난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어쩔 수 없이 문 후보의 집권만은 저지하기 위해 집을 떠나 어색한 동거를 했던 중도 보수층이 편안한 제 집을 찾아 돌아올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한국당 내부에서는 친박계의 ‘2선 후퇴’ 기류가 점차 짙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친박계 ‘2선 후퇴’를 당사자들과 물밑 협상 중이라는 전언이다.
홍 후보가 지난달 29일 “1997년 대선 때 이회창 전 총재가 YS(김영삼 전 대통령) 출당을 요구할 때 (내가) 말렸다”며 “결국 (YS의) 축출을 요구한 게 패배의 한 원인이었다. 지금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 사실 역시 홍 후보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 내에선 한국당 후보들이 경선 과정에서야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입장이 제각각이었고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경선이 끝난 지금, ‘문재인 집권 저지’ 하나만을 위해 홍준표 후보를 2~4위 후보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지원 사격’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자연스럽게 한국당에 흡수될 것
이렇게 되면 바른정당은 중도 보수의 합류로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자유한국당에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현재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은 1~3%대로 존재감이 거의 없다. 바른정당 지지율 역시 5%내외다. 정의당과 비슷하다.
대선 과정에서 바른정당은 어차피 소멸될 운명을 안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록 유 후보가 경선 승리 직후 단일화를 ‘원점’에서 시작하겠다며 단일화 논의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으나 한국당 내 친박계가 2선으로 후퇴한다면 ‘친박 청산’이라는 유 후보의 유일한 단일화 거부 명분은 사라지게 된다. 그가 범(凡) 보수층의 단일화 요구에 결국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은 위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면 이번 ‘장미대선’의 결과가 1987년 13대 대선과 같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13대 대선에서 유리한 환경에 도취된 야권 후보들은 ‘각자도생’을 선택, 여권의 노태우 후보에게 대권을 내줬다.
그해 대통령 선거는 ‘군사정권 종식’을 의미했고 야권은 이미 정권을 이양받은 듯한 분위기였다. 김영삼·김대중·김종필 후보는 각각 대통령이 된 듯한 자신감에 단일화를 거부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노태우 후보만이 군복을 벗고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 결과 야권의 참패였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어쨌든 대권은 우리 것’이란 야권 후보들의 오만 속에서 보수 결집의 파급력이 입증된 사례로 평가된다.
2017년 조기 대선 정국에서 문 후보는 모든 주변 상황이 그에게 왕좌로 가는 ‘레드카펫’을 깔아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장성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며 지지율 40%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중도 보수층의 안철수 후보 지지현상 역시 길을 잃고 해매던 중도 보수층이 울며 겨자 먹기로 불시착한 것일 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준표 후보의 정풍운동(整風運動)이 집 나간 토끼의 향수를 제대로 자극한다면, 그 파급력은 대선 판 전체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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