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창성향의 소장그룹들이 준비한 8월말 내칠 일은 과연 뭘까. 현재 이 모임은 안보·경제 문제 등 국내외 전반에 걸친 현안들을 ‘스터디’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핵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미 전문가 수준의 북핵관련 자체보고서도 여러차례 내놓은 상태. 물론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사실 이 모임은 지난달 10일 출범 훨씬 이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 이들 모임의 출범은 ‘시작’이 아니라 준비해왔던 것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기 위한 ‘첫단추’일 따름이다. 정치권은 물론 학계·재계 등 각계각층의 30~40명의 멤버들로 구성된 이 모임은 이념이나 정치성향이 거의 비슷하다. 예를 들자면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등이 ‘극우보수’라기 보다는 ‘정통보수’에 가깝고 각종 정책현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 전총재의 시각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월 2회 스터디 모임을 갖는다. 그리고 여러차례 논의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한 자료집 형태의 파일도 준비하고 있다. 요즘 한창 ‘공’을 들이고 있는 북핵관련 문제에 관해서도 멤버 대부분이 ‘전문가 뺨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들 모임은 7월말부터 8월 중순까지 휴가에 들어갔다. 하지만 휴가 이후의 활동계획은 이미 다 잡아 놓은 상태다. 8월말부터 본격활동에 들어서기로 했다.이달 21일 개최하는 공개학술회의가 그 첫 신호탄. ‘북핵문제 해법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공개학술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정치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후 더 ‘큰 일’을 치르기로 합의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큰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두고 보라’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큰 일’은 도대체 뭘까. 두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추측의 시작은 이전총재의 ‘조기복귀설’과 맞물리고 있다. 빙모상을 당해 일시 귀국한 이 전총재를 둘러싸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창복귀설’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모임도 이 전총재의 일시귀국 시점에서 출범했다. 이들이 말하는 ‘큰 일’은 외연적으로는 이 전총재와 ‘선’을 그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전총재의 복귀를 위한 사전정지 성격이 짙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소식에 밝은 한 인사는 “하나는 현정부의 대북정책 등에 대한 강한 비판을 하게 될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나라당 현지도부에 대한 공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이 전총재의 복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작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지지율 급락으로 위기에 처한 노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칼날’을 들이댈 가능성과 출범 직후부터 내홍에 시달리고 있는 최(병렬)-홍(사덕)체제에 대립각을 세우는 전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한나라당 안팎에서는 ‘반최병렬’ 세력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출범직후부터 적잖은 내홍에 시달리고 있는 최병렬 체제에 ‘반기’를 들고, 반최·친창세력들을 중심으로 한 세확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친창 성향의 인사들은 “내년 총선에서 공천만 보장된다면 굳이 최대표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아직 안착하지 못한 최대표 체제에 합류하는 것보다, 뜻맞는 세력들과 손을 잡고 ‘친창·반최구도’를 만드는 게 내년 총선때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셈’은 노대통령의 지지도 하락과도 맞물려 있다. 노대통령의 실정은 ‘이회창 향수’를 불러올 것이고, 이 전총재의 복귀는 한나라당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설사 이 전총재가 복귀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노대통령의 반사이익을 얻은 ‘창심’은 오히려 ‘최심’보다 ‘총선약발’을 더 잘 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모임 맴버들은 일제히 말을 아끼고 있다. “그때 가서 보자”며 굳은 각오만을 내비칠 따름이다. 이 모임은 현재 한나라당 관련 소규모 모임 중 사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친창성향의 30~40대 소장파 그룹이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일부는 내년 총선 출마자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운영위원장인 정찬수 부대변인은 충북 제천 출마 권유를 받고 있다. 모임멤버들은 하나같이 이전총재와 연관시키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이미 정치를 떠난 분인데, 왜 자꾸 연관시켜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전히 그들을 ‘친창세력들의 모임’이라고 보고 있다. 그들이 과연 어떠한 정치적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은숙 iope7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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