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1명만 세우면 얼마든지 조작 가능..너도나도 양력 2월 이후로 출생신고 미뤄>
“출생신고일 얼마든지 조작 가능합니다.”
지난해 12월 첫째 아이를 얻은 A씨. 아직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황금돼지 해가 시작되는 2월에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다.
A씨는“증인 1명만 세우면, 아이의 생년월일을 바꿀 수 있는데 지금 신고할 필요가 없죠. 2월쯤에 할 겁니다.”
A씨는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했지만, 출생신고 시에는 집에서 출산했다고 할 예정. 관계기관에 출생확인서를 보여주지 않고서도 태어난 날짜를 얼마든지 바꿀수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이 황금돼지 해 열풍이 신생아 출생일까지 바꾸고 있다.
정해년 양력 2월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복을 받는다는 속설이 기현상을 부르고 있는 것.
대구 C산후조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이를 출산한 전체 산모 30명 중 절반가량이 현재까지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또 수성구 B산후조리원의 전체 산모 50여명 중 30% 가량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C 산후조리원 원장은 “크게 위법 하는 것도 아니고, 황금돼지 해에 태어난 아이가 복을 받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같은 현상이 생겨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생아 출생날짜 바꾸기 바람은 지역 대형병원 산부인과 병동에서도 같은 상황.
출생확인서를 작성하는 담당 간호사에게 은밀히 확인서 발급을 미뤄달라고 부탁하는 등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지는 실정.
한 대학병원 원무과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출생확인서를 2월로 만들어 달라는 부모들의 부탁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임의대로 해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출생신고 미루기 현상은 엉성한 법 규정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출생신고는 신생아가 출생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신고기간 내에 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병원에서 발급한 출생확인서를 제출하지 않고, 증인 1명만 따로 세우면 아이의 생년월일은 부모가 원하는 날짜로 간단히 조작할 수 있다. 구청, 동사무소 등에서 별다른 확인 조치를 하지 않기 때문.
한 동사무소 출생담당자는 “2월 이후에 태어난 아기들이 황금 돼지 기운을 받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난해 11월께 부터 전체 출생신고 건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07.01.05>
고도현 dhg@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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