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정 문경새재와 최신 종계장
[기자수첩]청정 문경새재와 최신 종계장
  • 고도현 
  • 입력 2007-04-02 00:44
  • 승인 2007.04.02 0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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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니커가 경북 문경의 얼굴인 문경새재도립공원 인근에 대형 종계장 건축에 나서자 주민들이 문경시의 허가철회와 시설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마니커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종계장 및 제2공장부지를 매각하고 경상도 등지에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세웠으며 지난 1월에는 원종계의 생산, 판매를 전담할 (주)마니커원종을 설립하고 땅값이 싼 문경, 예천, 충북 괴산 등에 농장 건설로 대규모 종계생산을 계획했다.

이들 종계장과 공장부지를 매각하면 300여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이 생긴다는 전망도 당시 나왔다.

마니커의 계획에 따라 이번 달 완공 예정인 문경 종계장은 부지 9천60평에 3만~4만마리의 종계를 사육할 2천530여평의 계사 5동 규모로 건립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사전환경성검토와 농지전용, 개발행위허가 등 절차를 모두 거친 상태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난 2월 이 종계장에 대해 악취 우려와 관광지 미관 저해 등을 들어 건축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한데 이어 지난달 19일에는 문경시청 앞에서 집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신축 중인 마니커의 종계장은 문경새재도립공원 및 도자기전시관과 인접해 이들 관광명소와 청정지역이라는 문경의 이미지를 나쁘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또 “이 종계장은 중부내륙고속도로 3번국도에 접해있어 AI(조류 인플루엔자)발생시 도로가 차단되면 국가적인 교통대란이 초래돼 국가경제는 물론 이들 관광지에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며 “현대식 시설을 갖춘다고는 하나 오·폐수를 100%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시에서 허가해 줬다”고 성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문경시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극히 일부 주민들이 반대를 한다”고 치부해 버리는 등 너무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거친 것을 내세워 무작정 안전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안전성 등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으로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마니커는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체인만큼 주민들에게 종계장의 문제점은 제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관광지 인근 음식업소들이 종계장으로 인해 피해를 볼 여지는 없는지, 연간 100만명 넘게 찾고 있는 문경새재 관광객들에게 향후 어떤 이미지를 심어주게 될 것인지, 주민들이 우려하는 조류독감 발생 문제는 한 번 짚어 보았는지 등 주민들이 걱정하는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명쾌한 답변을 주어야 할 것이다.

(주)마니커 역시 문경지역 주민들의 주장에 한 번 더 귀를 기울이고 인근 문경새재 등에 절대 피해를 주지 않을 대책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전북 익산에서 사양관리가 비교적 철저하다는 종계장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며 문경의 얼굴인 청정 문경새재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공통된 정서도 읽어야 할 것이다

고도현  dhg@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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