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봄을 맞아 소나무 등 고가의 조경수를 밀반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각 지자체의 감시감독이 겉돌고 있어 산림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경북 지역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건설업자가 소나무를 훔쳐 자신의 집 정원에 심었다가 적발되는가 하면, 수형이 좋은 조경용 소나무만을 골라 대도시로 밀반출한 전문꾼들이 붙잡히는 등 소나무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경시는 지난 3일 문경시 가은읍의 한 야산에서 굴삭기를 동원해 수령 40~50년생 소나무 1그루를 캐내려던 건설업자 전모(53)씨를 현장 적발해 산림법상 절도와 산림 훼손 등의 혐의로 조사중이다.
조사결과 전씨는 며칠 전에도 야산에서 소나무 3그루를 몰래 캐내 자신의 집 마당에 심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날 캐낸 소나무도 자신의 집으로 옮겨 심으려 했다는 것.
이날 현장을 신고한 문경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지난달 28일부터 이곳 야산에서 소나무 불법반출이 이뤄졌다”며 “현장 소나무 수십 그루가 훼손됐고 굴삭기로 인해 주변 산지가 파헤쳐져 쑥대밭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영덕지역에서 관상용 소나무를 불법으로 굴취해 밀반출한 윤모(52)씨 등 일당 5명이 산림절도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경찰에 붙잡혔다.
윤씨 일당은 지난달 24일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군유림에 몰래 들어가 80년생 소나무 등을 캐내 부산 지역으로 수차례 밀반출한 혐의가 드러났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울진군 원남면 갈면리 인근 야산 임도에서 소나무를 무단으로 캐내 반출하려던 4명이 산불관계 업무로 입산한 군청 공무원들과 맞닥뜨리자 차량을 버리고 달아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이 버리고 간 1t 화물차에는 둘레 30cm, 수고 4m 정도의 조경수 한 그루(시가 500만원 추정)가 실려 있었다.
포항에서도 자신의 땅에 자라는 해송 2그루를 허가 없이 캐내 반출하려던 정모(58·구룡포읍)씨가 주민신고로 들통이 난 뒤 검찰에 고발됐다.
전문가들은 당시 “정씨가 반출하려 한 해송은 용틀임 하는 듯한 수형을 갖추고 있어 시가 수천만원을 호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구미와 안동 등에서도 크고 작은 소나무 밀반출 범죄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자 시민들은 각 자치단체의 관리감독에 구멍이 난 게 아니냐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각 시·군마다 재선충병 전염을 막기 위해 24시간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 영덕 밀반출사고의 범인 윤씨 등은 소나무를 영덕에서 부산까지 별다른 제약없이 차량에 실어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고도현 dhg@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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