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최고(最古) 산성으로 밝혀진 경북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고모산성에 대해 빠른 시간 내에 국가 사적지로 지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2003년부터 문경시 유교문화권 문화유적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발굴조사에서 고모산성은 신현리고분, 서문지 저수지를 비롯해 토기와 목기류 그리고 청자유물 등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유적과 유물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굴된 지하 목조건축물은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성 내부에서 상·중·하 3층으로 건축돼 있는 전체 25.1평 규모는 삼국시대 목조건축물로는 최대규모인 것으로 밝혀져 삼국시대 목조건물사 및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 되고있다.
또한 성내부의 저수지 바닥에서는 ‘沙伐女 上’(사벌녀상)으로 판독이 되고있는 명문이 기록된 청동완이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는데 ‘사벌’은 인근 상주를 중심으로 한 신라시대 광역행정구역(지금의 도)에 해당된다.
이같은 지하구조물은 현재 충남 공주 공산성,대전의 월평동, 부여 궁남지, 금산 백령산성, 이천 설성산성, 대전 계족산성 등 주로 백제시대 유적지에서 확인된 바가 있으나 이번에 발굴된 구조물은 신라시대의 것으로는 처음 확인된 것이다.
11일 고모산성 서문지 현장에서 열린 2차 발굴 현장설명회에서 조사단장인 충북대 차용걸(중원문화재연구원장)교수는 “이번에 발굴된 지하 목조건축물은 처음 발굴된 신라의 지하 목조건축물인데다, 보존 상태도 양호해 목조건축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차교수는 또“목조 건축물의 경우 물 저장탱크인지, 창고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당시 신라인들은 이 어마어마한 시설물을 시간을 두고 수리를 해가면서 사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삼국시대 지하 목조구조물은 백제지역에서는 더러 출토됐지만 신라시대 유적은 거의 없었다”며 “천장이나 중간층의 바둑판형태의 수평방향 목재와 이들을 지탱한 목조기둥이 완벽히 남아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이를 국가사적으로 지정을 해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고모산성은 지난 2005년 4월에는 5세기 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고분군 30기와 발형토기 등 50여점의 유물을 발굴하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거의 완벽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산성 배수로와 수구를 발견해 관심을 모았다.
또 같은해 6월에는 묘실 안에 선반 같은 별도의 구조물이 달려있는 독특한 형태의 고분이 발견됐었다.
고모산성 발굴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중원문화재연구원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3만여기의 고분이 발굴됐지만 이런 형태의 고분은 처음이며 일본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5세기 중엽 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며 수혈식 석실이 있는 이 고분의 묘실은 길이 3.6m, 너비 1.2m, 높이 1.3m로 벽은 강돌로 축조돼 있으며 서쪽 벽면에 4개의 선반 같은 특이한 구조물이 돌출돼 있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고분이 목곽묘에서 수혈식 석실 고분으로 변해가는 과도기적 형태로 추정하고 묘제 변천 과정을 살피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등 고모산성이 계속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학계에서는 또 “도굴의 피해로 훼손된 11기의 고분이 확인돼 앞으로 이를 방치할 경우 더욱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 보존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안태현 문경시 학예연구사는 “고모산성은 동국여지승람에 한양을 잇는 교통로 중 가장 험준한 곳이라고 기록돼 있을 정도로 군사적 요충지였다”며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어려운 점이 있는 만큼 학술적 가치 등을 고려할 때 고모산성은 국가에서 사적지로 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5세기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고모산성은 지금까지 발굴조사를 통해 축조방법이나 기단부의 축조형태, 신라의 북방진출 시기 등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신라의 산성으로 알려진 충북 보은의 삼년산성보다 축조시기가 앞서는 신라 최고의 산성으로 확인됐다.
고도현 dhg@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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