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청원·김진태·최경환·윤상현 등 호위무사 8인 ‘사저정치’
- 탄기국·박사모·새누리당 창당대회…박근혜 마케팅 돌입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두 개의 전쟁을 치러야 할 운명이다. 하나는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조기대선전에 임해야 한다. 또 하나는 검찰과의 법적 공방전이다. 어느 것 하나라도 패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은 벼량 끝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우선 60일 앞으로 다가온 조기 대선이 문제다. 문재인 대세론이 지속되고 있지만 보수 진영은 사분오열된 데다 구심점도 부재하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본인뿐만 아니라 측근 참모들까지 줄줄이 철창 신세를 질 가능성이 높다.
보수 정권 10년 동안 박 정부를 지탱해온 보수단체들 역시 풍전등화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권교체 빌미를 제공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은 뼈 아픈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전 대통령이 ‘자연인’으로 돌아왔지만 ‘정치인 박근혜’로서 역할은 대선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단 박 전 대통령은 헌재 탄핵 인용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사저정치’를 통해 보수층을 묶어두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탄핵 이후에도 자유한국당 당 지지율은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도 대선 불출마 전까지 14%대 지지율을 유지했다. 최소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10% 이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에서는 30%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대선 朴 ‘운명’ 건 두 개의 전쟁
친박계 입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을 만들 수는 없어도 최소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친박계 8명은 박 전 대통령이 사저에 들어가는 날 마중을 나오면서 ‘호위무사’를 자청했다.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조원진, 김진태, 박대출, 민경욱 의원이다. 김진태 의원은 3월14일 자유한국당으로 대선 출마선언을 했다. 김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박 전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며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보수 세력의 상처를 어루만지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8인방을 ‘8인의 호위대’, ‘삼성동계’로 칭하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탄핵 이전만 해도 ‘은둔 정치’를 해왔다. 서청원·최경환·윤상현 3인은 당으로부터 당원권 정지를 받아 공개적인 활동을 삼가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8인방은 삼성동 사저 보좌진을 자청하고 있다. 총괄에 서청원·최경환, 정무에 윤상현·이우현·조원진, 법률에 김진태, 수행에 박대출, 공보에 민경욱 의원 등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도 친박 8명을 병풍삼아 사저에서 ‘탄핵불복’ 장기 투쟁을 벌이는 게 정치적으로 나쁠 게 없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과 ‘8인의 호위무사’가 정치적 부활을 노리는 사이 지지층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와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은 3월16일 대구에서 ‘새누리당 대구시당 창당대회’를 개최했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는 당원 1500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탄기국과 박사모는 3월 중으로 서울, 강원, 경북 등에서도 시도당 창당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사저 출현 8人 호위무사 새누리당 창당 박차
새누리당이 4.12재보선과 5월9일 대통령 선거에 후보를 내기위해서는 5개의 시도당 결성이 필요하고 중앙당 창당대회도 개최해야 한다. 박사모.탄기국 정광용 대변인은 3월15일 박사모 홈페이지를 통해 “4.12 재보선 때 전 지역구의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4.12 재보선 지역에서 국회의원 재보선지역은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이 유일하다. 자유한국당은 ‘무공천’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중앙당까지 무사히 창당작업을 마쳐 후보를 낼 경우 이 지역에 출마를 준비 중이던 친박계 김재원 전 정무수석이 동참할지도 관심사다. 새누리당이 4.12 재보선지역에서 선전 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살아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범여권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회의원 재보선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 3곳, 광역의원 7곳, 기초의원 19곳 등 전국적으로 총 30곳이 확정됐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의 한 판 전쟁이 남았다. 검찰은 3월15일 박 전 대통령에게 21일 검찰청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공식 통보했다. 뇌물수수 등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일단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측은 소환 조사 등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은 노태우·전두환·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순순히 검찰 소환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삼성동 사저 주변에는 수백명의 태극기 지지자들이 30일간 사전 집회 신고를 마치고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지지자들은 “끌려나갈 순 있어도 검찰수사에 응하지 마라”라고 박 전 대통령을 만류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헌재 최종 의견서를 통해 “단 한 번도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추구를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더라도 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공무상 비밀누설 등에 걸친 광범위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할 전망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액이 430억 원대에 달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을 들어 구속영장 청구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점도 신병처리 결정에 참고 요소가 되고 있다.
문제는 검찰이 5월 초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한다고 해도 신병처리나 기소 시기는 대선 뒤로 미루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검찰소환이나 신병처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동정론을 통한 ‘보수층 결집’을 우려하고 구여권에서는 ‘책임론’이 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검찰 신병처리 고심… 대선 후폭풍 불까
외형상 자유한국당은 ‘안타깝다’면서도 신중 모드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엄정수사”를 주장하는 양상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검찰이 빠른 수사에 나선 것은 법과 원칙에 따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다만 야권에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 등의 민감한 부분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 향후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야권의 한 인사는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을 경우를 가정해 봤을 때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보수층이 더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