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배우의 경지~

한국 영화계의 보배 전도연(38)이 액션 스릴러 영화 ‘카운트다운’으로 돌아왔다. ‘카운트다운’에서 비밀을 간직한 사기범 역할을 맡은 전도연은 편집 방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전도연은 촬영 에피소드와 자신의 연기관을 자신있게 설명해 개봉 날짜를 기다리게 만들고 있다. 전도연은 국내 영화제의 여우주연상과 인기스타상, 올해의 연기상을 휩쓴 대표 연기파 배우다. 2007년 제 60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했다. 1997년 ‘접속’으로 영화계에 입문할 때부터 평단과 관객들의 지지를 받은 그녀. ‘카운트다운’에서는 어떤 변신을 했는지 알아봤다.
‘카운트다운’은 한정된 시간 속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두 남녀의 은밀한 거래가 주된 내용이다. 이식수술을 앞둔 간암 말기의 채권추심원인 태권호 역에는 정재영이, 간 기증을 앞둔 사기전과범인 차하연은 전도연이 맡았다.
지난 20일 열렸던 제작발표회에서 전도연은 차하연에 대해 “숨쉬는 것을 빼고는 모든 게 사기인 여자”라고 정의했다. 차하연은 비밀을 간직한 듯한 눈빛과 차가운 성격으로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좌지우지 한다.
알 수 없는 과거를 지닌 베테랑 사기범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기자들의 질문은 전도연의 ‘변신’으로 집중됐다. 아들을 잃은 엄마, 고독한 싱글녀, 부당함에 대항하는 하녀에 이어 새 영화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카운트다운’을 “드라마가 탄탄한 영화”라고 소개한 전도연은 “차하연이란 인물 자체가 워낙 독특하고 화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여배우가 해도 빛날 수밖에 없는 배역이므로 기본적인 캐릭터 이면의 성격과 모성애를 더 강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작품에 임하는 태도에 관해서는 “카메라 앞에서 베테랑인 배우는 없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무수한 수상 경험과 19년 이상의 연기경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관객을 만날 때의 긴장감과 진지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
전도연은 “배우는 카메라 앞에 서 본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횟수와는 상관없이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100번을 서도 떨린다. 연기에 노하우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걸 그룹 미쓰에이의 민, 전도연의 딸로 합류
전도연은 ‘카운트다운’을 통해 9년 만에 정재영과 호흡을 맞췄다. 그녀는 정재영과의 촬영기간을 즐거움과 고마움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전도연은 “정재영씨는 내가 유머도 없고 재미가 없다는 걸 알게해 준 장본인이다”면서 “여성 스태프들도 정재영씨 덕분에 힘든 촬영을 버틸 정도였다”고 말했다.
정재영 역시 전도연을 ‘마성이 있는 배우’라 칭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도연의 눈빛만 보면 리허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고 말한 정재영은 “이번에도 잘 될 것 같다”는 예감을 드러냈다.
장난기 가득하고 말이 많아 전도연으로부터 ‘아줌마’ 같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 정재영은 ‘카운트다운’ 제작발표회에서도 특유의 재치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정재영은 “전도연과 손 한번 잡지 않았는데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면서 “차라리 진한 멜로신이 있었다면 등급이 낮아지지 않았을까”라는 발언으로 웃음을 줬다.
마흔도 되지 않은 나이에 여배우 1인자
정재영은 “여러 이유로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이 나왔겠지만 굳이 18세 등급으로 나와야하나 생각도 들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빨간 딱지’로 개봉하는 것은 흥행에 어느 정도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의 역대 관객동원 순위를 보더라도 ‘친구’(9위·810만 명), ‘타짜’ (14위·680만 명)정도가 전부다.
전도연과 정재영에 대한 영화 팬들의 기대는 개봉 한달 전부터 두드러졌다.
지난달 20일 ‘곰TV’와 포털사이트 ‘네이트’는 ‘올 가을 개봉영화 주연들 중 연기호흡이 가장 기대되는 커플은?’이라는 제목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전도연과 정재영은 김주혁과 김선아, 공유와 정유미, 권상우와 정려원 커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참여자들은 두 배우의 카리스마, 스타일리쉬한 액션,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의 매진 성황을 기대요소로 꼽았다.
특히 전도연의 연기력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지난 7월 말 방송된 MBC ‘섹션TV 연예통신’에 따르면 전도연은 미국 평단으로부터 ‘미국 평론가가 뽑은 올해의 배우 Top10’의 7위에 랭크됐다.
전도연은 선정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 했지만 이내 “애걔?”라고 능청을 떨면서 순위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섹션TV 연예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도연은 “작품이 끝난 후 배역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 하지는 않다”는 말로 연기 변신에 능한 이유를 전했다.
더불어 “나의 연기를 보고 같은 인물 같지가 않다고 들을 때 기분이 좋다"며 자신이 배역을 맡을 때마다 관객들이 몰입해주길 바랐다.
전도연의 매력은 건조하고 현실적인 느낌과 말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세계를 환상적으로 표현해내는데 있다. 볼수록 더 알고 싶고 대화해보고 싶고, 듣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밀양’, ‘멋진 하루’, ‘하녀’, ‘카운트다운’까지 영화의 분위기와 무게를 홀로 짊어진다는 느낌도 든다. 다음 작품에서는 밝고 명랑한 그녀의 모습이 보고 싶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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