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통신위원회의 ‘태클’도 이들의 무한 재미는 막지 못한다.
가장 많은 열성팬을 거느린 예능 프로그램 MBC ‘무한도전’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출연자들의 고성과 저급한 행동, 저속한 자막이 이유다. 이에 네티즌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네티즌들은 예능 프로그램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한 지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갑작스런 심의 발표를 두고 ‘다른 저의가 있을 것’이라는 음모설도 나왔다. 시대에 뒤쳐진 잣대로 논란을 일으킨 사례는 방송통신위원회뿐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여성가족부가 술과, 담배 등의 단어가 들어간 곡에 ‘19세 미만 청취 금지’라는 결정을 내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취소한 적이 있다. 무한도전 측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적을 받아들이면서도 재미를 잃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무한도전’이 방송 품위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중징계 위기에 처했다.
지난 18일 방송심의소윈원회를 개최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번 달 29일 ‘무한도전’을 전체 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무한도전 출연자들의 저속한 표현 등이 방송 품위를 저해한다는 민원이 잦았고 고쳐지지 않았다”는 심의내용을 밝혔다.
대표적인 문제 장면은 하하(하동훈)가 “겁나 좋잖아! 이씨, 왜 뻥쳐, 뻥쟁이들아”라고 말하며 고성을 지르는 모습, 정재형이 손으로 목을 긋는 동작과 ‘다이(Die)×6’라는 자막, ‘대갈리니’, ‘원펀치 파이브 강냉이 거뜬’ 등 이었다. 출연자들이 벌칙으로 엉덩이 맨살을 손바닥으로 힘차게 때리는 모습과 “착 감기는구나”, ‘쫘악’, “드릅게” 등의 자막도 대상에 속했다.
이에 ‘무한도전’ 관계자들은 “연기자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이 시청자들에게 꾸미지 않은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격의 없는 대화과정에서 나오는 대화, 행동은 캐릭터 설정에 큰 역할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네티즌도 무한도전의 주장을 적극 찬성하면서 방통위의 심의규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네티즌은 “예능에서 다큐를 요구하는 건가”, “그 정도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나오는 수준”,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라며 ‘무한도전’을 감쌌다.
눈에 띄는 의견은 이외에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멤버들이 사용하는 어휘나 행동의 품위 여부를 판단하는 건 취향 문제다. 누가 어떻게 그걸 평가하나”며 “국어사전에 있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면 품위가 없나, 소리를 지르면 품위 없는 거냐”며 방통위를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도 “시청자를 웃기기 위한 표현이 저속하다는 것은 그걸 보고 웃는 시청자 또한 저속하다는 것이다. 심의위원회는 시청자에게 징계를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말로 지지를 얻었다.
매회 ‘특집’으로 토요일 예능 최강자 군림
‘무한도전’에 경고조치가 이슈화 되면서 김태호 PD의 이번 달 초 ‘트위터’ 발언도 주목 받고 있다.
트위터에서 김 PD는 “자막을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이 도래할 때가 된 듯”, “모든 예능에 자막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개성 없다. 자막 없는 시간에 충분히 다른 디테일로 재미를 줄 수 있다. 자막 없는 예능을 하고 싶다”는 내용의 생각을 밝혔다. 김 PD는 “자막을 쓰는 이틀 동안 음악도 그림에 더 맞게 만들고, 효과음도 직접 현악기 타악기로 따면 더 재밌는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 PD의 트위터 발언에 네티즌들은 “방통위의 태클이 무용지물이 되는 날도 얼마 안 남았다”는 지지와 함께 변화에 대한 호기심을 나타냈다.
한편 일부 시청자들은 지난 17일 방송됐던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이 한일관계와 독도문제를 상징하는 미션을 진행했다고 해석했다. ‘스피드 특집’편에 재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졌다는 것. 이날 방송에서 등장한 ‘1964’, ‘799’, 차량 폭발 등이 각각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멤버들이 탄 1964년식 마이크로버스는 한국과 일본의 외교를 상징한다. 1964년은 정부가 한일외교정상화방침을 밝힌 해. 적으로 묘사된 사람들의 차량인 렉서스와 알티마는 모두 일본 브랜드. 그리고 비번 799는 독도 우편번호인 ‘799-805’의 앞자리 숫자다.
국회도서관에서 지령을 찾는 장면에서는 ‘독도’에 관한 힌트가 더 구체적으로 나온다. 지령이 담긴 봉투가 들어있는 곳은 ‘한국사’ 섹션이었다. ‘한일 시선집’이라는 책 중간, 고은 시인이 쓴 ‘독도’편 앞에 지령봉투가 꽂혀 있었던 것.
물론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피드 특집’ 편에 대한 힌트는 동북아역사재단 공식 트위터에서도 확인 됐다. 지난 16일 재단 측은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촬영한 ‘무한도전’이 방송된다. 독도미션을 수행하는 형식의 흥미진진한 촬영을 진행했다. 많은 시청 바란다”고 전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방통위의 조치가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를 반감시킬 것이라 여길 만도 하다. 그러나 ‘무한도전’의 아이디어를 보고 있으면 언제든지 또다른 재미가 창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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